‘외인에 휘둘리는’ K-증시의 사슬, 언제쯤 끊을까? [오인경의 그·말·이]

역사에 남을 폭등 장세가 남긴 기록들(하)

2026-03-07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올해 2월 말까지의 증시를 결산하면서 마지막으로 살펴볼 대목은 외국인 매매 동향이다. 앞에서도 살펴봤듯이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에 대한 영향력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지분 변화가 거의 없는 대주주 지분을 제외하고 나면 유통 가능 주식 수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2005년 이후 주요 강세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번 랠리가 가장 뜨거웠던 피크 국면에서 과감하게 주식을 매도한 경우가 많았다. 동학 개미들이 대거 증시에 참여했던 직전 강세장이 대표적이다. '10만 전자'라는 거창한 구호 아래 마치 계몽운동을 하듯 삼성전자를 폭풍 매수할 때 냉철하고 과감하게 주식을 던진 투자주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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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이 주가가 피크를 보일 때마다 얼마만큼 과감하게 주식을 내다팔았는지는 '역대 외국인 일간 순매도 Top 10'을 통해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올해 2월 이후에만 네 차례씩이나 순매도 톱10에 들고, 2025년 11월 이후까지 범위를 넓히면 무려 여덟 차례나 역대급 매도를 실행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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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폭풍 매도할 때 그 많은 주식을 거침없이 사들이는 투자주체는 대개 '개인투자자들'이었다. 올해 2월 이후 네 차례에 걸친 폭풍 순매수는 개인투자자들의 역대 일간 순매수 1위부터 4위까지를 싹쓸이하는 기록이다. 5위부터 8위까지는 '동학 개미 운동'이 최고조에 달하던 무렵에 주로 작성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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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동안 외국인들은 과연 어떤 종목들을 사고팔았을까. 순매수 상위 20종목들의 면면은 매우 다양하다. 지주회사(삼성물산, 우리금융지주, LG), 조선주(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방위산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전력 인프라(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이 골고루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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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후 10년 동안의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LG화학에 대한 매매가 유난히 큰 변동을 보일 뿐 다른 특징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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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10년 동안 집중적으로 매도한 종목 리스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선주, SK하이닉스다. POSCO홀딩스가 순매도 4위에 올라 있는 까닭은 2023년 2차 전지 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때 그 해에만 무려 10조1053억원을 내다 판 영향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부터 2025년 5월 말까지 3년 5개월에 걸쳐 지속적인 순매수를 보이다가 최근 급등을 틈타 매도세를 크게 늘리는 모습이 관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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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쉼 없이 달려온 기록적인 상승세가 3월에 접어들면서 한순간에 급격한 추락을 맞고 있다. 산이 높은 만큼 골이 깊을 수도 있고, 가파른 조정 이후에는 급반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시장을 이끌어온 반도체 투톱을 비롯한 여러 상장기업들의 실적 추정치가 꾸준히 상향 조정되는 점은 여전히 추가 상승 가능성을 강화한다. 그러나 중동 지역이 온통 거대한 전쟁터로 돌변한 마당에 우리나라 증시만 계속 승승장구할 수도 없고, 중동 전쟁의 여파가 다양한 산업분야에 실질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당분간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증시를 혼돈에 빠트릴 가능성이 높다.​

되돌아보면, 2026년으로 넘어오면서 주가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가팔랐던 점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를 지나치게 자극한 점은 무척 아쉽다. FOMO에 시달린 끝에 아무런 준비 없이 활황 장세의 끄트머리에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투자자들일수록 노련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틈나는 대로 과거의 사례들을 살펴보는 이유는 탐욕과 공포에서 벗어나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