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일탈회계 중단, ‘삼성전자 대충격’ 나비효과 되나?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그룹 지배구조 린치핀 빠지면 ‘선택의 갈림길’… 3%룰 보험업법 개정 땐 주가 하방 위험 ‘5년 이상’

2025-12-29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삼성생명 일탈회계 중단, ‘삼성전자 대충격’ 나비효과 되나?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안정시키고 있는 린치핀(linchpin)에 최근 균열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969년 삼성전자 설립 후 삼성생명(당시 동방생명)은 유배당 보험 자금으로 삼성전자 주식 5억800만주(매입가액 5442억원)를 사들였고, 이 지분이 다름 아닌 삼성전자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린치핀이다.

삼성생명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물산으로 대표되는 최대 주주 등이 43.56%의 지분을 장악하고 있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 8.51%(12월 4일 기준 일반계정)를 소유하며 이재용·삼성물산과 함께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최대 주주 지분 19.84%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자기 고유자산이 아닌 고객 자산으로 사서 쟁여둔 삼성전자 주식은 실질적인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장치였다. 이와 같은 유용 때문에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으로 펀딩한 돈의 자산운용은 엄격한 제한이 있다.

자료 1. /출처=금융감독원

삼성전자의 사업 성공에 따른 주가 가치의 비약적인 상승은 역설적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지분 가치가 폭발적으로 커지며 많은 논란을 낳았다. 5442억원어치를 매입해서 58조9000억원까지 110배 이상 불렸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보험업감독규정으로 시가평가를 회피하고, 게다가 2022년 금융당국의 질의·회신을 통해 유배당 보험자의 삼성전자 가치 증가분을 ‘계약자지분조정’으로 (일탈 회계) 처리하며 논란을 우회해 기존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달 1일 금융감독원이 국제회계기준 준수를 위해 생명보험회사의 일탈 회계 적용을 중단시키며 다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자료 2. /출처=삼성생명 분기보고서

삼성생명 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계약자지분조정은 간단하게 총액만을 확인할 수 있다. 금액은 약 12조7000억원이었고 계약자지분조정으로 부채도 아닌 자본도 아닌 회계처리로 현재 재무제표에서 영향력을 지웠다. 그래서 ‘일탈’이라 한다. 이만큼을 이익잉여금으로 처리하면 자본이 증가하지만, 유배당보험 계약자와 이익 귀속을 두고 소송전이 벌어질 것이 예상된다. 특히 지금은 지급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지급한다는 의미에서 K-IFRS 기준에 충실하게 부채로 처리하면 삼성생명은 K-ICS 등 보험회사 경영지표가 악화할 것이다. 삼성생명이 향후 만만치 않은 선택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자료 3. /출처=나이스 신용평가

앞서 나이스 신용평가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 구체적인 매각계획이 없음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계약자지분조정을 자본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일탈 회계 철회 배경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일부 매각이 있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1년 삼성생명 상장과 함께 유배당보험 계약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삼성생명이 승소한 이유는 ‘삼성전자 주식 매각 불가’ 주장 때문이었으나,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에 따른 금산법 위반 소지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평가이익 배당 불가 논리는 스스로 깨지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 또 ‘삼성전자 주식 매각 불가’ 주장으로 유배당 보험 고객 몫의 배당을 삼성생명의 자본으로 처리하는 것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다.

여기에 일부 언론은 금감원의 12월 1일 일탈 회계 중지 조치를 보도하면서 삼성생명에 유리하도록 계약자지분조정을 자본으로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의 관련 보도자료에 따르면, K-IFRS 제1117호(보험계약)의 내용대로 미래 보험 계약자에 지급할 금액으로 표시한 계약지분 조정은 현재가치화한 부채로서 평가하라는 취지로 읽힌다.

자료 4.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그동안 삼성생명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안정화에 기여한 ‘계약자지분조정’ 중단 조치는 또 다른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와 관련한 논란거리를 대중의 기억에 소환하고 말았다. 바로 보험회사의 ‘자산운용의 방법 및 비율’에 관한 것인데, 보험업법 제106조 1항 6호에는 대주주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 및 주식 소유액의 합계액이 3%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삼성생명은 보험업감독규정에 의해 장부가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달 26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가치(8.51%)는 58조9000억원에 이른다. 대부분 금융회사가 자산평가에 적용하는 시가평가 기준으로는 법 규제를 한참 초과했으나 보험회사는 ‘장부가’를 적용해 이 규제를 우회했고, 특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유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자료 5. /출처=국회

하지만 앞으로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관리가 극적인 역경에 처할 수 있다. 일명 ‘삼성생명법’이라는 보험회사의 자산운용 규제를 강화하는 법률안을 올해 2월 조국혁신당 등 진보 성향 의원 18인이 발의했고 소위에 계류 중인데 다시 한번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일탈 회계’에 대한 금융당국과 언론의 관심이 삼성 지배구조의 린치핀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의 시가평가에 대한 의미를 국민에게 홍보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료 6. /출처=뉴스웰경제연구소(삼성생명, 삼성전자 공시자료 분석)

보험회사 보유 주식의 ‘시가평가’ 및 ‘총자산 3% 초과 금지’로 요약되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효과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자사의 총자산 중 3%를 초과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소유할 수 없고 그 효과를 추산하면 자료 6과 같다. 즉, 3% 시가평가 룰을 적용할 때 삼성생명은 약 6조원을 남기고 모두 정리해야 한다. 이때 정리 금액이 약 52조원이고 정리가 끝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9%로 축소된다. 시가총액 약 693조원, 코스피 1위 기업의 주식 7.5%가 시장에 쏟아지면 투자자는 큰 충격에 빠질 것이므로 보험업법 개정안은 시행일로부터 5년의 경과조치 기한을 두었고, 다만 6개월 이내에 초과분의 매년 20% 이상 정리하는 계획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하고 승인을 받도록 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전자는 매년 시가총액의 1.5% 이상 매물이 대기하는 셈이므로 투자자는 유의해야 할 것이다. 물론 삼성그룹 차원에서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해 대주주 또는 삼성물산 등 가능한 그룹 내부에서 최대한 소화하는 노력을 할 것이므로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과거 재벌 경영승계 과정을 고려하면 인수 비용을 낮추기 위해 어떻게 하든 삼성전자 주가를 억제할 의지가 작동할 수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삼성전자 주식은 하방 위험이 5년 이상 지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