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부총리의 ‘절대’ AI 거품 부정은 국민에게 득일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2025-12-22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배경훈 부총리의 '절대' 주장. /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AI’(인공지능)라는 용어는 요즘 대한민국 국민에게 자주 들리는 단어이다. 이재명정부의 국정과제 123개 중 4개가 AI 관련인데, 20번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AI 고속도로 구축」, 21번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쓰는 나라 구현」, 22번 「초격차 AI 선도 기술·인재 확보」, 23번 「국민의 안전과 보편적 삶의 질 제고를 위한 ‘AI 기본 사회’ 실현」이다. 국정과제 내용을 보면 거의 ‘AI 국민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데, 대한민국을 AI 공화국으로 바꾸겠다는 뜻으로 읽힐 지경이다. 실제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도 많은 부처가 AI를 여러 사업명에 접두어로 붙여 마치 ‘만병통치’ 개념으로 보고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자료 1 국민성장펀드 지원방식. /출처=금융위원회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겸 부총리에 LG AI 연구원장을 임명하는가 하면,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 인공 지능 전략위원회」를 설치하고 향후 5년간 150조원을 조달해 첨단산업을 지원한다는 국민성장펀드에서도 가장 많은 30조원을 AI 산업에 지원한다. 내년 예산도 과기정통부는 2.7조, R&D 예산은 5.8조원 증가했다. 여러모로 AI 산업의 위상을 실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필자가 알기에 정부가 하나의 산업에 이렇게 거의 사활을 건 듯이 전폭적으로 지지한 적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과거 같으면 ‘AI’는 주식시장의 투자테마 하나에 불과했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로 성공했을 때도 최근 한미 통상협상의 주무기였던 첨단 조선산업도 정부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지는 않았다.

자료 2. /출처=키움증권

이러한 배경에는 2022년 주목받기 시작한 AI의 성장세가 있다. ChatGPT는 출시 3년 만에 사용자 수 8억명을 돌파했다. 인터넷이 12년 걸린 확산 기간을 4분의 1로 줄였다.

자료 3. /출처=SK증권 ‘AI Monetize & Shortage’

특히 올해에는 주간 평균 이용자 수(WAU) 2억명 이하에서 시작했으나 10월 8억명을 돌파했고, 연내 10억명 달성을 예상할 만큼 확산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구글의 Gemini도 연초 이용자 수가 미미했으나 월간 평균 이용자 수(MAU)가 최근 6.5억명을 넘겼다고 발표했다. 폭발적인 서비스 확산세가 가능했던 것은 SK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추론 비용의 공격적 감소였으며, 이용자 저변의 확산이었다. ChatGPT는 지난해 6월 업무용 이용자가 50%였으나 올해 6월에는 비업무용, 일반 이용자가 70%를 넘어서 이용자의 주류를 이뤘다. AI의 대중화가 상당히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ChatGPT를 개발한 OpenAI는 비상장 시장가치가 지난해 10월 1570억달러에서 올해 5000억달러로 세배 상승했고, AI 연산에 필요한 GPU를 공급하는 엔비디아는 시가총액이 2023년 1조달러에서 올해 10월 29일 5조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의 GDP를 추월하는 수치다. 한편, 올해 미국 주식시장의 압도적 이익을 기록 중인 주식의 80%가 AI 관련주였다.

자료 4. /출처=SK증권 ‘AI Monetize & Shortage’)

이처럼 AI 관련 주식 가격이 급등하자 AI 거품론이 고개를 들었다. 먼저 AI의 수익화(monetize)에 대한 의문이다. 지난 7월 MIT의 한 연구 결과는 생성형 AI에 투자한 기업의 95%가 “수익이 전혀 나지 않는다”라고 전해 기술주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락했다. 현재 가장 많은 이용자를 가진 OpenAI의 유료 전환율도 5% 남짓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자본 집약적 AI 산업 특성으로 매출액 대비 자본투자(CAPEX)가 5배를 초과하고 있다. 최근 베인앤드컴퍼니는 2030년까지 연간 AI 매출이 2조달러에 달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이는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엔비디아의 2024년 매출 합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이어서 그 이익 규모 달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자료 5. /출처=위키피디아

아울러 AI 산업의 순환 투자 구조 문제를 엔스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 등은 지적한다. 오픈AI와 엔비디아, 오라클, 코어위브 등 칩을 공급하는 기업과 이를 연산에 사용하는 기업이 상호 출자와 매출을 교환하며 주가를 부양하고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AI 거품론은 닷컴버블을 예견한 하워드 막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마이클 버리, 손정의, 피터 틸 등 영향력 있는 인물 다수가 다양한 강도와 의견으로 경고하고 있다.

자료 6. /출처=키움증권

닷컴버블 시기와 비교한 AI 거품론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키움증권 조사분석보고서에 따르면 AI 혁신을 주도한 ChatGPT 출시와 과거 인터넷 혁신을 주도한 Netscape 출시 시기의 나스닥 주가지수 추이를 보면 아직 정점은 한참 멀었다. 또한 각각의 대표적 수혜주 시스코 시스템즈와 엔비디아의 주가이익비율(PE)을 비교해도 엔비디아는 심지어 저평가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자료 7. /출처=한화투자증권

그러나 한화투자증권은 AI 거품을 부정하는 측 주장에 대해 게임 이론의 ‘군비축소 게임’을 소개하며 AI 산업 참가 기업이나 이해관계 국가가 ‘내쉬 균형’을 선택하며 거품을 전략적으로 키워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치평가와 상관없이 AI 확장에서 이익을 얻는 기업과 이해관계자는 거품을 키우는 편에 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AI 거품론 논란 속에서 배경훈 부총리가 뜬금없이 ‘절대’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AI 거품은 없다’라고 공식 석상에서 밝혀 주목된다. 과학, 경제, 사회 현상이 ‘절대’를 추구하는 종교적 목적론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다. 현재 과학을 지배하는 기초 물리학이 확률적 사고를 강조하는 양자역학인 시대에 대한민국 과학을 총괄한다는 부총리가 정책의 대상인 기술 변화 설명에 ‘절대’라는 말을 사용해서 되는지 모르겠다. 물론 ‘절대’ AI 거품이 없어야 한다는 당위적 표현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부총리쯤 되고 AI 산업 테마 자체가 주식시장을 비롯한 수많은 금융 상품의 기초 자산으로서 그의 표현이 미래 기초 자산 가격에 대한 단정적 표현으로 시세를 조정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주의해야 할 표현이었다. 비록 부총리가 공익을 목적으로 하지만, 자본시장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하거나 ‘불확실한 사항에 대하여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배경훈 부총리는 AI 전문 엔지니어이면서 MBA 학위를 가진 인물이다. 그런데 ‘절대’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하는 그것을 보면 그가 ‘성공 지향적’ 인물이라는 생각이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인 AI 국정과제를 담당하고 민간연구원 원장에서 부총리로 일약 과학기술계의 스타 반열에 오르다 보니 막중한 책임감에 더욱 그러한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 2000년 전후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범세계의 보편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극소수 혁신 기업은 살아 빅테크가 되었지만, ‘이번에는 달라’라고 외치던 대다수 맹신적 기업과 투자자는 몰락했다는 ‘닷컴버블’의 교훈을 되새기면 좋겠다. 그의 손안에 집중된 국가자원이 정책 실패로 귀결한다면 본인은 한때 경력에 불과하지만, 국민에게는 상당 기간 지속할 재앙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