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피 공방전’, 죽지도 않고 살아온 공매도 세력들 [오인경의 그·말·이]

코스피 254p 잡아먹은 ‘검은 월요일’ 공매도 최고치… 다양한 종목 공략 증시 급변동 주범

2025-11-28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거침없는 상승 흐름을 타면서 4000포인트마저 넘어선 이후부터 급격한 변동성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증시가 유독 선진국보다 하루 변동폭이 훨씬 더 크게 나타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공매도 거래 급증'이다. 전 거래일 대비 장중 낙폭이 무려 253.93P까지 확대됐던 이번 달 5일의 기록적인 변동 역시 급격하게 확대된 공매도 거래가 중요한 작용을 했다.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 기준으로 새로운 기록을 작성한 시점도 바로 그날이었다. 코스피 기준으로 공매도 거래대금이 가장 많았던 날을 헤아려보면 1위부터 12위까지 기록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8일이 올해 10월 이후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픽=오인경

코스닥 시장을 포함한 시장 전체 거래대금 가운데 공매도 거래 비중이 가장 높았던 거래일을 살펴보면 올해 3월 31일부터 4월 9일 사이에 역대급 기록이 네 차례나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3월 31은 1년 5개월 가까이 금지됐던 공매도가 전산 시스템을 보완한 끝에 재개된 날이었다. 4월 9일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으로 코스피 지수가 연중 최저치인 2284.72P까지 추락했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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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재개 이후 투자주체별 공매도 추이를 살펴보면 올해 10월 이후부터 공매도 거래가 활발해진 모습이며, 특히 기관투자자들의 공매도 참여가 예전보다 적잖이 늘어난 모습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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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매도 잔액은 16조7042억원에 이른다. 올해 공매도 재개 직전만 하더라도 5조2000억원대에 머물러 있었던 점에 비하면 단기간에 큰 폭으로 늘아난 셈이다. 그나마 공매도 재개 이후 최대치로 증가했던 지난달 27일에 비하면 한달 만에 2조원 이상 줄어든 상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의 폭등 장세 이후에 전개된 급등락 장세에서 적잖은 공매도 청산이 일어났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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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잔액은 공매도 재개 이후부터 최근까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끝에 지난달 27일 정점을 기록한 이후로 한풀 꺾인 모습이다. 한국이 전 세계 주식시장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 흐름을 타는 동안 공매도 투자자들이 상당한 손실을 기록하다가 이번 급변동 장세를 틈타 일부 손실을 메웠다고도 볼 수 있는 그림이다. 비록 연중 최고치 수준에 비해 2조원 정도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공매도 잔액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므로 공매도 세력들의 시장 흔들기는 좀 더 이어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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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공매도 거래가 얼마만큼 활발한지는 아래 그림으로도 알 수 있다. 코스닥 시장을 포함한 시장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 톱10 가운데 무려 6거래일이 올해 발생했다. 나머지 네 차례의 역대급 기록들이 대부분 2023년 여름 2차 전지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발생했음을 고려하면 올해 공매도가 얼마만큼 활발한지 가늠할 수 있다. 시장 전체 거래대금이 무려 62조원을 넘었던 때는 2023년 7월 26일이었다. 올해 11월 5일에 겪었던 역대급 급변동 또한 기록적인 공매도 거래가 수반되면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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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공매도 거래대금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2025년 10월과 11월 급변동 장세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이 평소보다 급격하게 증가했음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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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매도 거래의 또 다른 특징은 코스피 시장을 중심으로 공매도 거래가 활발하다는 점이다. 올해 한국 증시의 급상승 흐름이 유독 시가총액이 큰 종목들 위주로 진행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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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 공매도 거래대금은 2023년과 대비해 보더라도 확연히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작은 종목들이 그만큼 주가 상승률이 변변찮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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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기준으로 공매도 거래대금 상위 10개사를 살펴보면 다양한 업종을 대표하는 종목들이 골고루 포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도체(삼성전자, SK하이닉스), 조선(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방산(현대로템), 원자력(두산에너빌리티), 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 화장품(에이피알), 지주사(두산, 삼성물산) 등이 일부러 구색을 맞춘 것처럼 골고루 포함되어 있어서 자못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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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 또한 과거보다는 훨씬 다양한 종목이 공매도 거래대금 상위그룹에 포함되어 있다. 바이오(펩트론, 알테오젠, 리가캠바이오, 인투셀, 디엔디파마텍, 코오롱티슈진) 업종과 2차전지(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뿐 아니라 반도체(원익IPS), 엔터테인먼트(에스엠) 업종의 종목들까지 과거보다 다양해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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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살펴볼 대목은 시장별 공매도 잔액 상위 종목들의 면면이다. 이들 종목은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공매도 잔액을 떠안고 있어서 달리기 경주에 비유하자면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차고 경기에 나선 선수처럼 상당히 불리한 여건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들 종목의 면면을 살펴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떤 업종과 종목들에 대해 고평가되었다고 판단하는지를 엿볼 수도 있다. 공매도 잔액 톱10을 살펴봐도 과거에 비해 한층 다양한 업종과 종목들이 리스트에 올라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장을 주도해온 조선업종 대표주인 HD현대중공업의 공매도 잔액이 두 번째로 많고, 금융업종에 속하는 미래에셋증권과 카카오뱅크가 공매도 톱10에 오른 점도 몹시 이채롭다. 다만, 2차전지 관련주의 비중은 38.4%로 과거보다 크게 낮아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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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톱10 종목 구성은 여전히 2차전지 관련주 비중이 가장 크다. 금액 기준으로 51.9%를 차지한다. 나머지 종목 가운데 바이오·제약업종에 속하는 종목이 34.8%를 차지한다. 이들 두 업종에 공매도 톱10 금액의 86.7%가 몰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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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여전히 2차전지 관련주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차전지 업종을 제외하면 조선, 반도체, 제약·바이오 업종에 속한 종목들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다. 특정한 섹터보다는 개별 종목에 대한 고평가 여부가 공매도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판단 기준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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