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그룹 정창선-정원주 승계, ‘이재명표 공정 칼날’ 제대로 댈까 [조수연 만평]
중흥건설, ‘법적 책임 회피’ 미등기 임원 겸직 최다… ‘3.2조 무상 신용보강’ 가능했던 이유?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20위 기업집단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중흥건설’에게 사익편취와 부당지원 행위로 제재 조치를 내렸다. 공정위는 2세 회사를 위해 10년간 3조2000억원 규모의 무상 신용보강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과징금 180억원을 부과하고 중흥건설을 고발했다(☞본지 6월 13일자 <이재명표 공정 가늠자 ‘중흥그룹 정창선-정원주 승계’> 참고). 당시 이와 같이 어처구니없는 내부거래 행위를 어떻게 대놓고 벌일 수 있었는지 상당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할 단서가 공정위 발표 보고서에 담겨 있다. 공정위가 내놓은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총수 일가 미등기 임원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재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감독 대상 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 지분 20% 이상인 회사와 해당 회사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분류한다. 올해 기업집단 전체 회사 2844개 가운데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 비중은 31.3%에 이른다. 이 가운데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는 12%이며 직위 숫자는 54.4%를 차지했다.
이를 기업집단별로 들여다보면 미등기 임원 겸직이 가장 많은 기업집단은 중흥건설이다. 중흥건설 총수(정창선 회장)가 10개의 직위를 장악했고, 총수 2·3세 2명이 12개의 직위를 차지해 평균 겸직 수가 7.3개다. 2위 한화, 태광의 4개와 견줘도 한참 앞선다. 총수가 미등기 임원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법적 책임은 회피하고, 자기 뜻대로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할 개연성이 높다. 3조2000억원의 무상 신용보강을 통한 중흥그룹 승계 추진이 가능했던 이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