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일본의 불행, ‘대한민국 증시’ 행운으로 돌아오다 [오인경의 그·말·이]

다카이치 총리 ‘대만 발언’에 중국 소비 관련주 들썩… 언제까지 ‘행복’ 이어질지 주목

2025-11-21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이웃나라의 불행이 우리 국민의 행복이 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이웃나라 일본이나 대만에서 커다란 지진이라도 발생하면 혹여나 경쟁업체의 핵심 공장이 생산 차질을 겪지나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워본 적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정보의 전달 속도가 오늘날처럼 신속 정확하지 못했던 시절일수록 '지진 소식'은 증시에 상장된 연관 종목들에게는 '뜻밖의 선물'이 되곤 했다.​

2011년 3월에 발생했던 동일본 대지진의 기억만 떠올려봐도 그렇다. 거대한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되자 무섭게 치솟은 주식이 바로 한국 증시에 상장된 OCI(OCI홀딩스)였다. 그때 만들어진 거대한 첨탑처럼 하늘 위로 아득히 치솟은 저 봉우리 이후로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남의 불행에 기대어' 자신의 돈을 불려보고자 탐욕을 부렸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쳤을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래픽=오인경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처럼, 예전에 어디선가 한 번쯤 봤을 법한 장면들이 우리의 눈앞에 실시간으로 재생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현재의 중국과 일본 사이에 진행 중인 관계 악화 양상도 그렇다.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이웃나라들끼리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수많은 전쟁을 치른 끝에 오늘날의 균형에 이른 까닭에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영토 문제 등에 대해서는 놀라우리만큼 예민한 반응이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극우 성향의 신임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취임한 직후부터 중국을 극도로 자극하는 발언으로 도발하자, 이번에는 한국의 여행, 관광, 호텔 주식들이 들썩이는 현상까지도 왠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11년 전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 걸 트집 잡아 지금까지도 한국과의 정상적인 교류 활동을 가로막는 게 바로 중국이고, 그때부터 시작된 한한령이라는 족쇄 때문에 아직까지도 고통을 겪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집요하고도 끈질긴 보복은 수많은 상장기업들에게도 깊은 상흔을 남겼다. 소위 중국 소비 테마주의 범주에 속하는 종목들의 합산 시가총액 변화만 들여다보더라도 해당 업종의 극심한 부침을 짐작할 만하다. 한때 218조원에 이르렀던 합산 시가총액은 무려 193조원씩이나 감소한 뒤에야 겨우 바닥을 치고 회복세로 반전됐지만, 지금까지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시점의 시가총액에 비하면 절반 정도의 회복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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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비 관련주들의 업종별 구성비를 살펴보더라도 잔뜩 쪼그라든 시가총액 규모가 엿보인다.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이 본격화하기 이전만 하더라도 이들 업종에 속한 기업들은 물밀듯 밀려드는 유커들의 방한에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그토록 많은 중국인이 하루아침에 썰물 빠지듯 종적을 감춘 뒤로 수많은 관련 업종 종사자가 일터를 잃고 떠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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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시가총액 변화 추이를 보더라도 관련 업종의 부진한 흐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코스피가 지난해 말 대비 66.9% 상승하는 동안 K-컬처 관련주의 합산 시가총액은 불과 30.0%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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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장기간의 부진에서 좀처럼 탈피하지 못하던 '중국 소비 관련주'에 돌출 호재가 등장했으니 그게 바로 일본 신임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으로부터 촉발된 '양국 사이의 갈등'이다. 2016년의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지금껏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그룹은 롯데였다. 롯데관광개발은 하필이면 중국인 단체관광마저 금지된 엄혹한 시기에 호텔 영업을 시작하는 바람에 극심한 영업 부진과 막대한 차입금 이자 부담으로 크나큰 위기를 겪은 대표적인 중국 소비 관련주다. 지난해 말 대비 주가 상승률 최상위 종목들의 면면을 바라보면 격세지감이 절로 든다. 이웃나라의 불행이 우리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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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시대에 걸쳐 인간의 조건을 관찰했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비극을 지적해 왔다. 사람들은 이웃들보다 낫다고 느낄 때 행복하고, 그들보다 못하다고 느낄 때 불행하다.​ 행복 [명사] 타인의 불행을 생각할 때 생겨나는 흡족한 기분. -앰브로즈 비어스 <악마의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