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국감 증인 김용범 뺐나? ‘메리츠금융의 약탈’ 칼 빼들었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PF 연대보증 강요’ 질타에 금감원 “점검”… ‘메리츠화재·증권 편입’ 내부거래도 꼭 살펴야
애초 이번 달 21일 국정감사가 예정되었던 메리츠금융. 하지만 전격적으로 증인 목록에서 빠지면서 금융지주 수장 가운데 유일하게 국감에 소환될 예정이었던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메리츠금융에 대한 국감 위원들의 질의를 신임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대신하면서 안도는 우려로 바뀌고 말았다. 김 부회장 증언 면제는 여당이 “민생·시장안정 중심 국감으로 방향을 조정하자”라는 취지에서 기업인 소환을 최소화하고 경영에 전념하도록 배려하자는 선의의 취지였지만, 금감원장의 답변 후 메리츠금융은 변명할 여지도 없이 ‘약탈 금융’의 기존 이미지를 진하게 덧칠하고 말았다.
김용범 부회장이 출석하기로 한 지난 21일 금감원 국감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메리츠금융이 부동산 PF에 참여한 건설 하도급업체에 원도급업체의 채무 잔액에 ‘연대보증을 강요했고 선이자를 수취했다’라는 의혹이 있다며, 이찬진 금감원장에게 <금융소비자보호에관한법률>(금소법) 위반 소지와 관련 점검과 필요하면 검사 및 제재를 요청했다. 강 의원은 시장 불황에도 메리츠금융 그룹이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돈 놓고 돈 먹기’식 약탈적 금융이라고 지적했다. 메리츠금융은 2016년에도 시정 권고를 받았지만, 여전히 같은 약탈 금융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도 강의원은 질책했다.
이에 대해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적으로 공감하며 메리츠금융을 본격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금감원은 ‘사전예방적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TF’를 이찬진 원장 취임 이후인 지난달 4일 출범, 현재는 ‘금융소비자보호 기획단’으로 확대 개편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5일 PF 사업 과정에서 하도급사가 원도급사의 연대보증 책임을 지는 것은 금소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이러한 유권해석은 금융위가 한 하도급업체의 요청에 회신한 것이다.
강준현 의원이 문제 삼은 하도급업체는 광명전기다. 광명전기의 올해 상반기 반기 사업보고서에는 이러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PF 우발부채 명세로 하도급 사업 중 책임준공 미이행 시 조건부 채무 인수 약정 현황이다. 이를 살펴보면 광명전기는 하도급 총액 1006억원의 무려 8.3배가 넘는 책임준공 미이행 시 조건부 채무 인수 약정을 부담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메리츠금융이 PF 금융에 참여한 곳은 경기도 양주 옥정지구 지식산업센터와 양주시 옥정동 오피스텔이다. 이들 PF 사업 대출과 관련한 주석 1과 주석 5를 보면, PF 사업에서 하도급업체에 대한 연대보증 관행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연대보증을 금융위는 금소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고, 국감에서는 메리츠금융의 이러한 불공정 행위를 지적했다. 다만, 메리츠금융은 이러한 행위가 신탁사와 관련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메리츠금융의 약탈적 금융 외에도 취약한 내부통제에 대한 질의도 예상됐다. 지난 7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메리츠화재 전 사장과 임원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고, 9월에는 압수수색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2022년 11월 메리츠금융지주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합병했는데, 해당 정보를 사전에 내부자 거래한 혐의다. 메리츠금융 일부 임직원은 사익 추구를 위해서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조차 가리지 않았다. 김용범 부회장이 만약 국감에 출석했다면 곤혹스러웠을 사안이 틀림없다. 물론 그가 참석했으면 해명할 기회도 주어졌을 터였지만, 이를 놓치고 개혁 성향이 강한 국회의원과 이찬진 원장이 일방적으로 메리츠금융에 관한 성토와 처리 방안만 발표하는 자리가 돼버렸다. 앞문으로 들어오는 호랑이를 막으니 뒷문으로 이리가 들어오는 꼴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