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돈 많이 벌었지’? 왜 나는 동의할 수 없을까 [오인경의 그·말·이]

외국인 집중 투자 종목 위주로 폭발적 급등, 쏠림 현상도 심화… 차분하고 냉정한 투심 필요

2025-10-24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조기 대선 이후 급등 흐름을 타기 시작한 한국 증시는 어느새 과열을 걱정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전 세계 그 어떤 시장과도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뜨겁다. 코스피 지수는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한 이후에도 무려 6일 연속으로 상승하는 괴력을 발휘한 끝에 4000포인트를 코앞에 두고 있다. 지난 23일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잠깐이나마 3900포인트를 넘어서기도 했다. 9월 이후 약 두 달 동안의 코스피 상승률만 무려 20.7%에 이른다. 이토록 강력한 상승 흐름을 보였던 시절이 언제쯤인지 기억을 떠올리기조차 어려울 만큼 강한 흐름이다.

/그래픽=오인경

주식시장이 급등하면 언제나 희비가 엇갈린다. 초급등 주식을 너무 빨리 처분한 경우도 있고, 시장은 연일 폭등세인데 내가 가진 주식만 지지부진한 경우도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최근의 주가 상승 흐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역시 '주가 양극화'다. 시장은 연일 뜨겁게 타오르고 있지만, 남들로부터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벌었겠다'라는 말을 듣고도 선뜻 동의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까닭도 양극화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주가 양극화가 과연 얼마만큼 극심한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주가 양극화는 매번 다른 양상으로 등장한다. 최근의 주가 양극화를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시가총액 규모'라고 말할 수 있다. 올해 9∼10월 시가총액 증가분만 하더라도 무려 586조원이 불어났는데, 이 가운데 시가총액 10조원 이상인 초대형주 그룹에서만 527조원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이 10조원 이상 62개 종목에서 불어난 시총이 2871개 전 종목에서 불어난 시총 합산 대비 9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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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최상위 종목들을 중심으로 시가총액이 급증한 양상은 아래 표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시총 규모 1조원 이상 10조원 미만인 중대형주만 하더라도 243종목에 이르는데, 이 구간에 해당하는 종목들에서 시총이 불어난 건 고작 42조원에 불과하다. 시가총액 1000억∼5000억원 사이에 있는 978종목에서 9월 이후 시가총액이 불어난 규모 역시 8조원에 그친다. 1000억원 미만인 1387종목의 시총은 9월 이후 도리어 1.7%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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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이후 시가총액 증가율은 시가총액 규모별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10조원 이상 초대형주에서 주가 상승이 가장 두드러지게 진행된 반면,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그룹일수록 시가총액 증가율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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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규모를 누적 기준으로 놓고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상장사 전체로 시가총액이 586조원 증가하는 동안 시가총액 10조원 이상인 종목들이 (시가총액 비중으로는 68.9%에 불과한 데도 불구하고) 9월 이후 시가총액 증가분의 89.9%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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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초대형주에 극도로 집중해서 주가 상승이 일어난 원인은 무엇인가? 현재 한국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하여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주식은 급등하는 반면, 그들이 내다 파는 종목들은 국내 매수 기반이 취약한 탓에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2차 전지 주식들에 대한 외국인 매매 동향에서 너무나 익히 봐 왔던 모습이 극단적으로 짧은 기간에 다시 나타났다고 봐도 좋다.​

그런데 최근 이런 흐름에 다소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들을 폭풍 매수하는 동안 현금을 두둑하게 마련한 개인투자자들이 풍부한 자금을 주체하지 못하고 국내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21년 유동성 장세 이후 실로 오랫동안 국내 증시에 대해 냉소적인 모습을 견지해 왔던 투자자들조차 국내 주식시장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 이렇게 손바뀜이 활발해지면서 증시에 또 하나의 특징이 추가되었다. 주식시장이 갑자기 어느 한쪽으로 후끈 달아오르면 마치 레밍스처럼 그쪽으로 우르르 쏜살같이 달려가는 듯한 현상이 재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어느새 시장이 점점 더 쉽게 흥분하고 무분별하게 몰려다니는 경향이 많아진 모습이다.​

아래 표와 차트는 9월 이후 시가총액이 급증한 종목들의 시가총액 증가분과 주가 등락률을 보여준다. 불과 두 달도 되지 않은 극히 짧은 기간에 얼마나 많은 초대형 종목이 폭발하듯 위로 솟구쳤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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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양극화는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업종 등이 침체를 겪는 동안 승승장구했던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겪기 때문이다. 코스피 상승세가 강할수록 새롭게 부상하는 종목군으로 재빨리 편승하려는 움직임도 더욱 강해진다. 시장이 큰 폭으로 요동칠수록 레밍스처럼 마구 달려들고 싶은 심리가 더욱 쉽게 발동한다. 이럴 때일수록 좀 더 차분하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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