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전기 주주는 정말 궁금하다, ‘EB 700억’ 사용처는?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자회사 지원·출자 및 신사업 투자’ 밝혔지만… 기회비용 발생 따른 ‘사용 감시’ 반드시 필요
LG화학, HD한국조선해양, 이스트소프트 등이 자회사 주식을 이용해 EB(교환사채)를 발행했는데, 일진홀딩스(대표이사 허정석 부회장)도 자회사 일진전기 보통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1000억원을 미래에셋증권에 발행한다. 이는 일진전기 보통주 발행 주식 수의 약 6.4%에 해당한다. 일진홀딩스는 일진전기의 50.24%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이므로 교환사채 발행과 보통주 교환 후 지배구조 유지에는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보통 대주주의 자회사 보유 지분은 금리가 상당히 높은 주식담보대출을 자금조달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번 교환사채는 0% 이율로 발행하므로 일진홀딩스는 재무적 부담 없이 큰 자금을 비교적 장기인 5년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효과가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일진홀딩스가 교환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운영자금으로 100억, 채무상환에 200억원을 사용하고 목적을 알 수 없는 기타 자금으로 70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교환사채는 사모사채로 발행하므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는 자금사용 목적 명시와 이행 등 법적 공시의무를 회피했다는 뜻이다.
필자가 보기에 지주회사와 주요 수익원인 자회사가 중복 상장한 경우에는 교환사채 발행으로 이해상충이 있을 수 있다. 즉, 모회사의 이익을 위한 교환사채 발행이 자회사의 유통주식 수 증가를 초래한다면, 자회사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해 자회사 주주의 이익과 상충할 수 있다. 이번 일진홀딩스 교환사채의 일진전기 주식 교환가액은 주당 4만2212원으로 지난 2일 일진전기 종가 3만6850원 기준으로 약 14.6% 할증 발행해서 교환 청구 가능성과 지분 희석 위험을 상당히 낮췄다.
특히 교환사채를 전액 인수한 미래에셋증권 처지에서는 일진전기의 주가가 상승해 교환 청구 이후 주가 차익을 기대하지 않고서는 이자율 0%의 교환사채를 인수할 이유가 없다. 증권분석가들은 일진전기의 호실적에 힘입어 4만7000~5만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있어서 일진 주가가 목표가 하단에만 이르러도 미래에셋증권은 11% 이상 차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이때 교환한 일진전기 주식을 미래에셋증권이 매도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기존 주주는 불이익이 예상된다.
일진홀딩스는 1000억원이라는 거액을 무이자 차입해서 어디에 쓰려는 걸까? 자료 1의 공시에 밝힌 세부내용을 보면 먼저 200억원을 올해 KDB산업은행에서 빌린 차입 상환에 사용한다. 산업은행 차입 이율은 각 100억원씩 3.32, 3.47%이다. 결국 상환예정인 산업은행 조달 금리를 평균한 3.39%를 기준으로 1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 조달은 일진홀딩스에 연 33억9000만원의 차입 이자 감소 효과가 있다. 또한 차입 상환과 운영자금 300억원을 제외한 무이자 장기 투자자금 700억원을 일진홀딩스는 확보했다. 문제는 이 자금을 어디에 쓰겠다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일진홀딩스는 자금사용 목적을 기타 자금으로 밝힌 자금 중 500억원은 ‘자회사 운영자금 지원 및 신사업 투자’에 쓰겠다고 했고, 200억원은 계열회사 일진디앤코에 출자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서 공시한 일진디앤코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일진홀딩스 100% 자회사로 부동산업 회사이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는 자금을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돌려야 경제가 산다고 진력하고 있는데, 일진홀딩스는 자회사 주식을 담보로 무이자 자금을 끌어들여 부동산 투자를 한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일진디앤코는 일진그룹의 본사 사옥 등 부동산관리 회사이며, 일진디앤코 출자금 200억원은 노후한 본사 사옥 개선을 위한 자금으로 부동산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일진홀딩스는 밝혔다.
조달 비용이 0%라는 것은 일반적 시장 조달금리만큼 자본시장 누군가가 대신 부담하는 것으로, 이 조달 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경제적 기회비용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일진홀딩스의 EB 자금은 일진전기 일반 주주가 주가 상승 시 EB 주식교환으로 이익을 침해할 위험을 자락에 깔고서 조달하는 만큼, 자금 절반의 사용 목적도 명확히 하는 편이 좋았다는 생각이다. 마침 이사 충실 의무가 강화된 개정 상법 아래에서는 일진홀딩스와 일진전기 이사와 주주 모두가 사용 목적이 깜깜한 자금의 올바른 사용 감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