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와 명함은 알고 있다? ‘GS건설, 성수1지구 대의원회 개입’ 정황

GS건설 직원, 대의원들 직접 접촉하며 ‘압박’ 증언 쏟아져 서울시 금지 행위 정면 위반, 입찰 지침에도 배치되는 행위 “공정성 무너지면 정비사업 전반의 신뢰 송두리째 흔들릴 것” “서울시·성동구청은 물론 검·경 나서 철저히 수사해야 할 사안”

2025-08-30     이경호 기자
서울 성수1지구 일부 대의원은 “GS건설 직원이 복숭아 상자 등을 들고 찾아와 서면결의서를 부결 처리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라고 털어놨다. 이 같은 내용의 사실 확인서와 GS건설 직원 명함과 복숭아 상자. 사실 확인서의 GS건설 직원 전화번호와 명함의 번호가 일치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서울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성수1지구)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특정 건설사와 조합이 대의원회 의사결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공공기관의 철저한 수사 없이는 공정한 경쟁은 물 건너갔다’라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온다.

성수1지구는 지하 4층~지상 69층, 17개 동, 3014가구 규모로, 총공사비만 2조154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현대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며 하반기 최대 재개발 격전지로 불려 왔다.

그러나 조합이 내놓은 입찰 지침은 ‘조합원 로열층 우선 분양 금지’ ‘프리미엄 보장 금지’ ‘분양가 할인 금지’ ‘금융 조건 제한’, ‘입찰 자격 무효 및 박탈 규정 강화’, ‘준공 책임 강화’ 등 유례없는 초강경 조건으로 채워졌다. 현대건설과 HDC현산에 따르면 이와 같은 지침 완화를 줄기차게 요청했지만, 조합은 이를 묵살하고 지난 29일 현장 설명회를 강행했다.

이날 현장에는 GS건설을 비롯해 7개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세 곳 가운데 현장에 나온 건 GS건설뿐이었다. 사실상 GS건설 단독 참여로 흘러가면서, 수의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 같은 우려는 곧 조합원들의 반발로 이어졌고, 결국 다음 달 4일 대의원회가 다시 열리게 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GS건설 직원들이 대거 투입돼 대의원들을 직접 접촉하며 ‘부결 압박’을 가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일부 대의원들은 “GS건설 직원이 복숭아 상자 등을 들고 찾아와 서면결의서를 부결 처리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라고 털어놨다. 이는 서울시가 금지한 개별 접촉 행위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자, 입찰 지침에도 배치되는 행위다.

여기에 조합장과 홍보업체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한 조합원은 “조합장과 홍보업체 대표가 홍보요원 수십 명을 동원해 새마을금고 지하층과 조합 사무실에서 대의원들을 상대로 집중 전화를 걸어 회유 작업을 벌였다”라고 폭로했다. 조합과 특정 건설사가 한목소리로 대의원회 의사결정을 흔들었다는 의혹이 현실화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잡음이 아니라 조합과 특정 건설사가 수의계약을 노리고 결탁한 중대 범죄 행위로까지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서울시와 성동구청은 물론 경찰과 검찰까지 나서 철저히 수사해야 할 사안”이라며 “수천억원이 걸린 초대형 사업에서 공정성이 무너진다면 성수1지구뿐 아니라 향후 정비사업 전반의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