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사라졌다? 숨 고르는 공매도, ‘화력 집중’의 시간? [오인경의 그·말·이]

공매도가 알려주는 위험 신호(상)

2025-09-01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대한민국 증시는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 7월 중순까지 숨돌릴 틈도 없이 질주하듯 씩씩하게 내달렸다. 코스피 지수가 단기간에 3200포인트까지 치솟아 오르자, 그때부터 조금씩 추가 상승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조정의 주된 원인은 단기간의 과도한 상승, 트럼프 발 상호 관세 협상의 불확실성, 정부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 등이었다. 여기에 한 가지 조정장의 분위기를 더한 건 부쩍 증가하기 시작한 공매도 거래의 재등장이다. 오래도록 인위적으로 억제되어 왔던 공매도 세력이 주가 급등을 틈타 다시금 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때마침 정부의 세제 개편안 가운데 '대주주 요건 하향 방침'이 발표된 이후 시장은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공매도 세력에게는 참았던 기회가 드디어 열리는 순간이 찾아온 셈이었다. 7월 중순부터 시작된 조정 장세는 8월이 마무리된 지금까지도 길게 이어지고 있다. 이번 조정 장세를 틈타 본격적으로 재개된 공매도 거래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픽=오인경

우리 증시는 지난해 여름부터 일찌감치 해외 증시와 차별화되는 극심한 부진을 거듭해 온 탓에 올해 봄부터 공매도가 재개되더라도 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코스피가 지난 4월 9일에 기록했던 연중 최저점(2293.70P)에 비해 무려 1000포인트 가까이 상승하자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때마침 공매도 재개 직후부터 불거진 트럼프 발 관세 불확실성은 롤러코스터장세를 더욱 자주 부추겼다.​

공매도 재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법적인 공매도에 대한 의구심은 거의 대부분 사라졌지만, 가파르게 치솟은 주식들이 속출하기 시작하면서 공매도에 대한 욕구는 빠르게 되살아났다. 주가 상승의 기울기가 가파를수록 공매도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3년 11월 이후 장장 1년 5개월의 공백기를 보내면서 대폭 줄어든 공매도 잔액은 활발해진 공매도 거래에 힘입어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래픽=오인경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금지되었던 공매도는 2021년 5월부터 재개된 바 있다. 그 당시 공매도 거래대금이 증시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7% 수준이었으며, 2차전지 관련주가 폭등했던 몇몇 시기를 제외하면 추세적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올해 들어 재개된 공매도 거래대금 규모는 예년에 비해 확연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서는 공매도 재개 직후부터 시장 전체 거래대금의 13%를 초과할 만큼 공매도 거래가 왕성한 모습이다. 그만큼 시장 자체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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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증시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이 비정상적으로 급팽창했던 경우는 대부분 2023년 7~8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했음을 아래 차트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공매도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역대 ‘상위 10거래일’ 가운데 최근 거래일이 네 차례나 추가된 대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공매도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강하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공매도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날에는 시장 전체 거래대금도 동반 급증하는 경향이 많다. 시장 전체 거래대금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날은 이번에 공매도가 재개된 이후로도 심심찮게 관찰된다. 공매도는 여건이 조성되기만 하면 언제든지 화력을 뿜어낼 준비가 되어 있는 셈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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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에서 흔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처럼 ‘시장 전체에서 공매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고 적음에서 비롯되는 게 결코 아니다. 공매도 거래가 집중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극성스러운 공매도가 집요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게 진짜 문제다. 그나마 올해 3월 말에 공매도가 재개된 이후로는 과거와 같은 악착스러운 공매도 거래는 많이 줄어들고, 급등세가 상당 기간 진행된 종목들에서도 공매도 거래가 자주 관찰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국거래소에서 매일 집계하는 ‘공매도 상위 50개사’의 공매도 거래대금을 살펴보더라도 해당 종목 전체 거래대금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완력으로 밀어붙이는 거칠고 투기적인 공매도보다는 합리적인 가격 발견 기능에 일조하는 정상적인 거래가 증가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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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특정일마다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최상위인 종목들만 따로 살펴보더라도 시장 주도주에 가까운 급등주에 대한 공매도 비중이 확연하게 증가한 모습이 관찰된다. 하루 전체 거래대금의 30∼40%를 넘나들 만큼 엄청난 물량이 공매도를 주도하는 세력에 의해 거래되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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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는 그동안 공매도 잔액이 매우 높게 유지되어 온 2차전지 테마주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잔액이 얼마만큼 변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이러한 종목들이 과연 불법적이면서도 악의적인 공매도 거래 때문에 주가가 약세인지, 단지 기업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고평가되어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