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놓고 업무 가중? ‘죽음의 사업장’ 포스코, 장인화 회장 임기 3년은 너무 길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방미 앞둔 대통령과 만찬 불응, 업계 입장 전달 기회마저 놓쳐… ‘중대재해 방관’ 책임론 비등
과이불개(過而不改)는 ‘잘못한 것을 알면서 고치지 않는다’라는 논어 구절이다. 논어는 이것이 더 큰 과실이라고 가르침을 주고 있는데, 왕왕 많은 기업의 실패 사례에서 스스로 잘못을 고치지 못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많은 경영인이 잘못을 고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큰 비용이 수반되고 경영에 당장 큰 부담을 주므로 일부러 외면하거나 회피하는 무관심의 길을 선택하는 것 같다. 최근에는 이해할 수 없는 재해사고가 이어진 포스코그룹에서 이러한 과이불개와 무관심이 보였다.
최근 포스코그룹은 <2024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포스코의 가장 핵심 이슈는 ‘기후·에너지’와 ‘안전보건’ 이다. 먼저 포스코는 우리나라 탄소 배출량의 10.8%(2017~2019년 기준 9880만톤 CO₂)를 차지하는 기업으로 탄소 배출 감축이 가장 중요한 현안인 것은 당연하다. 또한, 포스코그룹은 철강과 건설 산업의 비중이 높아 재해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으며, 그룹 안팎에서 ‘안전보건’이라는 단어는 노출 빈도가 높은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어떠한 이슈가 중요하다 해서 떠든다고 반드시 그 이슈에 올바르게 대처하는 것은 아니다. 포스코는 기후문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인정하면서도 엉뚱한 행태로 당국에 적발됐다. 즉, 실제 탄소 감축 효과는 없는데도 철강 제품을 ‘친환경’으로 표방하며 과장 광고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받았다. 포스코는 기후문제에 말만 앞선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포스코의 ‘안전보건’ 이슈가 최근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중점 과제 중 으뜸으로 ‘안전’을 강조하며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라고 역설했다. 2023년 1건에 이어 지난해 3건의 중대 재해가 발생했기 때문인데, 그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서는 8월까지 모두 5건이나 발생했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자 포스코그룹은 사춘기 아이처럼 반항하듯 오히려 중대 재해를 저질렀다. 불행히도 장인화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이후 재해사고 추세는 더욱 심각해졌다. 특히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 사망사고는 ‘미필적 고의’라고 강조했음에도 이를 비웃듯 엿새 만인 이번 달 4일 포스코이앤씨 건설 현장에서 재해사고가 발생했다. 더군다나 사고 사흘 전에는 ‘포스코그룹 안전관리 혁신 계획’까지 발표했는데 말이다. 포스코그룹에 만연한 ‘안전 불감’이 국가 권력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러한 ‘안전 불감’의 단서는 공적인 문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연초부터 장 회장은 ‘안전’을 강조했으나 지난달 2일 발간한 <2024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반영한 조직의 정서는 다른 듯하다. ‘포스코이앤씨 안전 특별 보고’에 따르면, 사고의 외부 원인으로 중대재해 처벌법을 명시적으로 지적했다. ‘중처법 대응에 행정업무가 가중돼 현장 안전관리 활동 시간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는 안전업무를 페이퍼워크로 때우는 포스코그룹의 오래된 관행을 아무 생각 없이 노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배경에서 포스코그룹이 2022년 4월부터 신설한 그룹안전협의체를 반기별로 운영했으나 모두 허사였던 이유가 드러났다. 중처법에 대한 포스코의 시각에 비유하면 이런 대응 모두 형식적인 허울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그룹의 실적도 크게 악화했다. 자연히 지난해 3월 취임한 장인화 회장의 경영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영은 경영대로 조직은 조직대로 그의 통솔력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장 회장은 지난 광복절 대통령실의 10대 그룹 총수 만찬에도 불응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가장 심각한 관세 부과가 예상되는 철강산업의 수장이 포스코의 입장 전달 등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시점에 이를 외면한 것이어서 이례적이고 부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래저래 장인화 회장은 잘못된 것을 고칠 능력이 있는지 평가할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