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향 수출 급감’ K-라면, 오히려 입맛 당기는 이유 [오인경의 그·말·이]
관세 폭탄 대비 ‘안전재고’ 확보 때문인데 호들갑… 세계적 수요·공급 따져 보면 되레 ‘호재’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가까스로 타결되었지만, 그 후폭풍이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때마침 지난주에는 대미 수출과 관련된 다소 충격적인 뉴스들이 보도되었다. K-푸드 대미 수출이 무려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이 뉴스들은 과연 얼마만큼 사실에 가까운 보도들일까?
단순히 겉으로만 보면 7월 한달 치 미국향 라면 수출은 끔찍히 폭락한 게 맞다. 직전 월인 6월에 비해 반토막이 났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6월 대미 수출이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터라 7월의 쪼그라든 수치가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큰일이 벌어진 걸까?
낙폭이 두드러지게 가파른 선형 그래프를 막대그래프로 바꿔 보면 7월의 수출 감소는 별로 표시가 나지 않는다. 올해 들어 6월까지의 수출이 너무 가파른 느낌도 들고, 7월에 뚝 떨어진 부분은 지나온 과거에도 여러 차례 경험했던 것처럼 금방 메워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미 수출이 7월 한 달 급감했던 이면에는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이 숨겨져 있다. 7월 미국향 수출이 급감한 이유가 언론의 피상적인 보도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형 유통 업체들이 6월에 미리 관세 충격에 대비해 대략 한 달 치 물량을 '안전재고'로 확보한 때문에 7월에는 미국향 공급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속사정은 이미 2분기 실적이 발표된 이후 쏟아져 나온 애널리스트의 <삼양식품 기업분석 보고서>에서도 거의 대부분 언급하고 있는 사실이다. 7월의 라면 대미 수출 급감 원인을 보다 구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관세청 무역통계 진흥원에서 제공하는 무역통계를 보다 꼼꼼히 분석하는 일이다.
관세청 수출 통계를 분석해 보면 중국향 라면 수출이 6월에 전월 대비 감소했다가 7월 들어 이례적으로 매우 가파르게 상승한 특이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부분이야말로 7월 대미 수출이 급감한 핵심 원인이다. 6월에 미국으로 급히 빼돌린 물량 때문에 중국에서 심각한 공급 차질이 발생했고, 그 부분을 7월에 벌충한 듯한 모습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7월에 중국향 수출이 급증한 금액(130만 달러)은 미국향 수출 감소 규모(152만달러)와 얼추 비슷한데, 이 역시 마찬가지 이유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막대그래프로 그려보면 7월 중국향 수출이 얼마나 유별나게 급증했는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전 세계적인 불닭볶음면 공급 부족 사태가 미국과 중국향 7월 수출 물량에 상당한 왜곡을 일으킨 셈이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수출국들의 6, 7월 수출 동향도 살펴보자.
네덜란드는 5월에 피크였고, 6월과 7월에 두 달 연속으로 감소했다. 추측하건대, 그동안 네덜란드 법인을 통해 수출되던 유럽향 물량이 점차 해당 국가로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인 듯하다.
라면 종주국인 일본향 수출은 어떨까? 꾸준히 우상향하는 모습이고 특이사항은 보이지 않는다.
어느새 주요 수출국 톱5에 진입한 영국은 어떨까? 6월과 7월에 연속으로 증가하는 모습이다.
막대그래프로 그려보면 영국향 수출 증가세가 더욱 확연하고 단단해 보인다.
지금까지 주요 수출국들의 월별 수출 동향을 두루 살펴봤지만 중국과 미국만큼 급변동을 겪은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의 라면 수출은 매월 100여 국가들로 수출된다. 전 세계 국가들을 전부 합산한 수출 그래프는 다음과 같다. 2005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무려 247개월치 데이터를 그래프화한 그림이다. 단단한 우상향 추세에 어떠한 흔들림도 엿보이지 않는다.
막대그래프로 바꿔보면 더욱 확고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7월 관세 폭탄에 따른 일시적인 미국 수출 급감이 도대체 무슨 영향이 있다고 난리 법석인지 잘 모르겠다.
최근의 관세 충격 소동을 다시 한번 구체적인 수치로 검증해 보자. 올해 7월의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0.2% 증가했다. 중국은 무려 62.8%나 폭증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왜 아무도 다루지 않는가? 미국향 수출은 17.8% 감소했다. 고작 한달 치 대미 수출이 이 정도로 급감했다고 무슨 대수인가?
이 표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미국의 7월 수출 급감은 더더욱 중요성이 확 떨어진다.
누계 기준으로 비교하면 어떨까? 올해 7개월치 수출은 미국도 32.1%나 증가했다.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5.4%나 급증했다. 전체로 봐도 전년 동기 대비 23.4% 증가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막대그래프로 그려봐도 정말 아무런 문제점이 보이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7월 수출 급감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실제 상황과는 사뭇 동떨어진 '노이즈'에 가깝다.
7월 대미 라면 수출이 급감한 핵심 원인은 심각한 공급 부족을 겪는 일부 제품에 대한 '안전재고' 확보 때문이다. 미국이 협상 타결 이전부터 '상호 관세'에 미리 대비하느라 한 달 치 물량을 무리하게 미국으로 빼돌렸고, 그 바람에 중국향 6월 수출이 상당한 차질을 빚었고, 7월로 넘어오면서 미국향 수출은 일시적으로 급감한 대신 공급 부족에 시달리던 중국향 수출이 급증했던 셈이다.
이번 '관세 충격 소동'은 결국 '원인과 결과의 혼동'에서 비롯된 오보에 가깝다고 판단된다. 7월에 미국 수출이 급감한 건 관세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나타나는 '악재'가 아니라, 어느 한쪽으로 공급을 늘리면 곧바로 다른 쪽은 심각한 공급 부족을 겪게 되는 '호재'에 가까운 뉴스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