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코스피 5000? 겁도 없는 ‘티엠씨 중복상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민낯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주주 반발에 대기업도 줄줄이 철회했는데… 이재명정부의 한국거래소 예심 통과시킬지 주목
이재명정부의 ‘코스피 5000’ 공약 달성 의지가 견고한 가운데, 거침없이 상승하던 주가는 지난달 말을 정점으로 주춤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4월 9일 저점 2293포인트에서 지난달 31일 41.5%까지 상승했고,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정점까지 17% 뛰었다. 주가 상승 추세를 보면 이재명정부에 대한 믿음보다는 전임 대통령 파면으로 계엄이 종식했다고 더 안도한 것이 투자자 심리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재명정부도 이러한 상황은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넘은 것도 대단하지만, 5000포인트를 가려면 좀 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사실 특별한 조치라는 것이 한국 자본시장에서만 특별한 것이지, 미국 등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일반적인 사항이다. 바로 한국 자본시장의 공정성 확보를 통한 저평가 요인(코리아 디스카운트) 제거가 필요한 이유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은 재벌을 중심으로 ‘기업 대주주가 자기 이익을 위해 회사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가운데 특히 자회사 분할을 통한 ‘중복상장’ 논란이 뜨겁다. 대주주와 일반 주주 모두 있는 상장회사가 특정 수익성이나 성장성이 있는 사업 분야를 분할한 후 자회사를 설립하고, 사업이 호경기를 맞을 때 높은 주가로 자회사를 기업 공개해 ‘상장차익’을 대주주에 안기는 것이다. 이때 핵심 사업이 자회사로 빠져나가므로 시장에서 ‘중복 평가(더블 카운팅)’ 문제로 모회사의 주주는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보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문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업 분할과 중복상장을 통한 모회사 주주 이익침해를 막겠다고 강조했고, 이어진 상법 개정으로 ‘이사 충실 의무’에 회사 이익뿐 아니라 주주 이익을 포함하면서 모회사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효과 때문에 중복상장은 제한될 전망이다.
이러한 중복상장에 대한 제도적·정치적 여건 변화로 재벌 기업들은 자회사 기업공개를 취소하거나 기업 구조 조정 전략을 바꾸고 있다. 자금 사정이 빠듯한 SK그룹이 SK엔무브 상장을 철회했고, SK플라즈마도 주관사 선정을 미루며 관망세로 돌아섰다. LS그룹은 LS파워솔루션, LS이링크의 상장계획 순연을 검토하는 중이다. 이번 달 들어서는 HD현대그룹이 HD현대사이트솔루션 상장계획을 철회하며 투자자 호평을 받아 주가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바이오산업 분야에서도 지난 6월 파마리서치가 지주회사-사업회사 인적분할 후 사업회사를 재상장할 계획이었으나 투자자 반발로 철회했고, 오코스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도 투자자 반발과 한국거래소 상장거부로 중복상장에 실패했다.
이처럼 한국 증권시장에서 중복상장은 여전히 뜨거운 이슈다. 송현그룹(회장 송무현)은 2012년 인적분할한 후 자회사 케이피에프의 자회사로 편입한 티엠씨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지난달 15일 제출했다. 티엠씨는 요즘 한창 주목받는 조선산업 분야의 회사로 선반용 전선, 절연 광케이블 제조·판매 회사다. 송현그룹 계열사 가운데 케이피에프와 다른 자회사 에스비비테크 두 기업이 상장회사인데, 티엠씨가 상장하면 케이피에프의 자회사는 모두 상장하는 셈이다. 굴지의 재벌이 상장을 철회(또는 실패)하거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중견그룹이 겁도 없이 이례적으로 중복상장 신청을 하자 공모 규모와 상관없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티엠씨 상장 예비심사 신청이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2일 ‘상장심사 관련 현안 논의 IB 비공개 간담회’에서 ‘중복상장’ 심사 기준과 원칙 초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각 사안별로 ‘모회사 일반 주주의 이익침해 여부, 영업과 경영의 독립성 여부,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내용인데, 이 기준이 적용되는 첫 번째 사례로 지난달 15일 중복상장을 신청한 티엠씨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별 중복상장 비중은 미국이 S&P500 시가총액의 0.35%에 불과한 데 비해 한국 코스피는 18.43%로미국의 약 52배에 달한다. 주변국인 일본 4.38%, 대만 3.18%, 중국 1.98%와 견줘도 한국 기업은 중복상장에 열중하는 중이다. 한마디로 한국 자본시장의 중복상장은 글로벌 표준에서 상당히 벗어난 비정상적인 행태가 틀림없다. 특히 중복상장 비율은 2010년대 12% 안팎을 유지하다가 2019년 이후 급상승했다. 시간이 갈수록 중복상장 이용 비중이 커지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상황은 지나치게 악화했다.
흥미로운 것은 IBK투자증권의 보고서가 중복상장을 이용한 투자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노력에도 중복상장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중복상장 이후 해당 기업의 주가 동향 특징을 이용해 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하는 ‘이벤트 드리븐’(Event-Driven) 투자전략을 구사할 것을 제시했다. IBK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중복상장은 기존 기업의 주가 하락, 신규 상장기업의 주가 상승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기존 기업을 매도하고 신규 기업을 매수하면(Long-Short 전략), 중복상장에 따른 주가 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과거 데이터를 적용하여 추산하면 대체로 롱-숏 전략은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는데, 특히 인적분할 시에는 코스피 기업은 평균 약 20% 수준, 코스닥 기업은 평균 약 46%의 투자 성과를 기록했다.
이 전략을 참고하면 송현그룹의 중복상장 경우에는 티엠씨를 매수하고 동시에 케이피에프를 매도하는 롱-숏 투자전략을 추진할 수 있겠다. 투자 산업의 냉혹성이겠지만 티엠씨 중복상장의 부정적 효과로 모회사인 케이피에프 주주의 피해가 커지면 티엠씨 상장의 롱-숏 투자 성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케이엠씨 상장 후 모회사 주주 피해 가능성은 케이피에프의 연결 매출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티엠씨가 케이피에프 매출의 47%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IBK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케이엠씨 별도 상장은 ‘더블 카운팅’ 문제로 당연히 모회사 주가에 충격이 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여러모로 티엠씨 예비 상장심사 결과는 조용히 넘기기는 어려워 보이며, 시장이 주목할 공산이 매우 커 보인다. 이는 케이피에프 일반 주주에게는 경고 신호등이 켜진 것으로 볼 수 있으니 경계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