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나컨텐츠 후원’, CJ 이재현 회장 운명 바꾼 빙고였나 [조수연 만평]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 비리와 관련한 ‘집사 게이트’에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직·간접으로 투자한 기업과 금융회사, 공공기관이 특검에 줄줄이 소환되며, ‘정경유착’의 망령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너무나 거대하고 뿌리 깊은 ‘정경유착’에 국민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에 시끄러운 기업들은 비교적 가까운 2023년 윤석열 정권의 장악력이 한창이던 때, IMS모빌리티에 묻지마 투자를 시행한 기업 리스트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 기업보다 훨씬 앞선 2013년에 김건희씨를 통해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의혹이 있는 한 재벌 기업이 등장했다. 바로 CJ그룹이다.
2013년 5월 21일 서울중앙지검은 CJ그룹 본사를 전격 압수 수색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특수목적법인 7개를 두고 CJ 계열사 주식을 사고팔면서 부당이득을 얻었고, 이에 비자금 조성과 조세포탈, 횡령·배임 혐의로 그해 7월 구속 기소됐다. 그 무렵 CJ그룹은 계열사를 동원해서 이례적인 전시회 협찬을 한다. 바로 김건희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와 5월 3일부터 6월 말까지 ‘중국 그림자극(피영전, 皮影展)’을 공동 주관한 것이다.
평소에 전시회 후원을 하지 않던 CJ 계열사가 2013년 4월까지 서울지검 특별수사 제1부 부장검사로 있었던, 매우 영향력 있는 윤석열 검사의 배우자 김건희씨와 전시회를 공동 주관한 것은 CJ 사법 리스크 발생 시기와 비교해 ‘절묘한 시점’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해당 후원 결정의 대가성은 2023년 당시 문제의 윤석열 검사가 대통령으로 있던 전 정권 아래에서 해당 사건을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것이다.
그러나 CJ그룹 ‘정경유착’의 극적인 부분은 오히려 그 이후로 보인다. 이재현 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2015년 12월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6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았다. 처음부터 끈질기게 재판을 이어가던 CJ그룹은 이후 재상고를 돌연 취하했는데, 2016년 8·15 특별사면 대상에 이 회장이 포함돼 당시 박근혜 정부와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당시 CJ그룹은 사면 대가로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핵심인 ‘미르재단과 K스포츠’에 출연하고 정부 문화사업에 1조400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참여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017년 4월 이재현 회장을 홀로 기소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때(2016년 12월부터 2017년 5월)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 사건 수사를 맡은 특별검사팀 수석 파견검사였다. 윤석열 부부와 CJ그룹의 ‘정경유착 그림자가 겹치지 않았나’라는 의혹이 생기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만약 그랬다면 CJ그룹은 2013년 당시 후원으로 운명을 바꿀 ‘절체절명의 기회’를 제대로 잡았고, 소리 없이 “빙고”를 외쳤음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