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몬이’ 몰고 올 대한민국 증시 태풍 [오인경의 그·말·이]

2025-07-23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사진=넷플릭스

바야흐로 K-컬처 열풍이 다시금 뜨겁게 불타오르는 형국이다. 대한민국 서울을 배경으로 미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유례없는 흥행을 몰고 온 영향이 크다. 한국의 케이팝 3인조 걸그룹이 노래를 통해 악령들을 물리친다는 다소 진부한 스토리를 담은 애니메이션 한 편이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지구촌 곳곳에서 놀랄 만한 이변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그저 케이팝을 즐겨 찾는 일부 MZ 세대를 중심으로 반짝 흥행만 기대한 게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이다. 이 영화 속에 담긴 케이팝 느낌 그대로인 여러 곡의 주제가가 순식간에 전 세계 음원 차트를 점령했을 뿐만 아니라, 케이팝 특유의 칼군무를 자랑하는 남성 5인조 보이 그룹을 흉내 내는 쇼츠 영상들이 마치 폭포수처럼 SNS 공간으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넷플릭스에서 OTT로 공개한 애니메이션이 연일 엄청난 흥행 기록을 쏟아내자 온갖 매체에서 이 작품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배경을 분석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케이팝의 놀라운 영향력을 한동안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는 반성도 있었고, 한국의 고유한 문화 전통과 케이팝 중심지로서의 현대 한국을 절묘하게 뒤섞어놓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해외 유수 매체의 수많은 호평보다도 더욱 놀라운 건 이 독특한 애니메이션에 매혹되는 사람들의 연령층이 너무나도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겨우 걸음마를 뗀 듯한 꼬맹이들뿐 아니라 애니메이션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진 듯한 중장년층까지도 이 영화에 매료된 듯한 영상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불러온 파급 효과들은 더욱 놀랍다. 이 영화 속에 담긴 온갖 한국적인 요소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벌써부터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된 배경인 남산 타워, 낙산공원 성곽길, 북촌마을 등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날 뿐 아니라, 한국행 항공편 예약이 벌써부터 빠르게 마감되고 있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들린다. 오래된 민화 속에서나 가끔씩 볼 수 있었던 작호도 속의 호랑이를 본뜬 굿즈는 품절된 지 오래고, 국립중앙박물관을 직접 찾는 방문객 숫자도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즐겨 먹던 라면, 김밥, 꼬치어묵까지도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서 K로 시작하는 거의 모든 상품들이 갑작스레 '핫 아이템'으로 돌변한 듯한 모양새다. K-드라마에서 시작된 K-컬처 열풍이 BTS와 블랙핑크의 케이팝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한 이후 영화와 드라마뿐 아니라 온갖 장르를 넘나들며 광범위하게 확산되더니 2025년 여름에 케이팝 열풍이 갑자기 활화산처럼 맹렬하게 다시 분출하는 듯한 분위기다.​

인류의 기나긴 역사를 되돌아보더라도 특정 국가의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문화가 이토록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전파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흔히 도시가 급팽창하는 동안에 시골뜨기조차도 어설픈 서울내기 흉내를 내는 일시적인 유행쯤이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주 등장했을 법한 풍경이지만, 한국인들에게만 내재된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온갖 문화 콘텐츠들이 이토록 짧은 시간에 광범위한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을 그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사진=넷플릭스

증시에서도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가 읽힌다. K-뷰티, K-푸드, K-팝, K-패션, K-관광 등 온갖 연관 분야의 주식들이 K-컬처 붐을 타고 상승 기류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K-푸드의 선두주자인 삼양식품은 이미 오래전부터 K-컬처 확산 분위기에 편승한 덕분에 황제주 반열에 우뚝 올라서 있다. 사람들은 불닭볶음면의 놀라운 인기에도 놀라지만, 아찔할 정도로 가파르게 치솟은 삼양식품의 주가 상승에 한 번 더 놀란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토록 놀라운 주가 상승에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불닭볶음면이 주도하는 K-푸드의 뜨거운 인기가 언제 갑자기 사그라들지 두렵고, 한국인이 즐겨 찾는 몹시도 매운 라면을 외국인들이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 사 먹을지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의 라면 수출 추이를 2010년부터 월별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은 놀라운 그림이 나타난다. 한국 라면의 수출 실적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로 치솟은 게 아니라 무려 15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높은 인기를 유지한 끝에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픽=오인경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한국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라면 가운데 무려 8할 이상을 삼양식품이 감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K-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드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라면 제조업체 가운데 가운데 오로지 삼양식품만이 차별화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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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과연 얼마만큼 놀라운 성공을 거두고 있는지는 주요 수출 국가별 라면 수출액의 추이만 살펴봐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2016년부터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해외 수출은 올해 상반기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흔들림도 없이 꿋꿋하게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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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라면 수출은 중국과 미국향 수출이 10대 수출국 합산 금액 대비 무려 57.5%에 이를만큼 절대적이지만, 이들 두 나라에서만 선전한 게 결코 아니다. 라면 수출금액 상위 20개 국가들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매우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의 라면을 즐겨 찾고 있다는 걸 쉽게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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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미국과 중국보다 훨씬 더 높은 수출 증가율을 기록 중인 나라들이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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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라면 수출국들의 수출단가 또한 매우 안정적인 모습이다. 중국의 수출단가가 과거에 비해 다소 낮아진 모습이고, 미국, 네덜란드, 영국의 수출단가만 약간 상승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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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라면 수출액이 가장 큰 편차를 보이는 요소는 '인구 대비 1인당 수출금액'이다. 중국은 압도적인 인구를 자랑하지만 라면 수출 금액은 미국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인구수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네덜란드는 한국 라면 수출국 가운데 3위를 차지할 만큼 '한국 라면'을 엄청나게 소비하는 국가다. 참고로, 한국인들의 삼양라면 소비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1인당 연간 5418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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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가별 라면 수출액과 '1인당 연간 라면 수출액'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1인당 수출액이국가별로 매우 큰 편차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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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료들을 바탕으로 대략 향후 5년 동안의 라면 수출액을 대강이나마 추정해 볼 수 있다. 라면 수출 상위 20개국의 '1인당 라면 수출액'을 몇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추정한 뒤 이들 수치를 전부 합산해 보는 식이다.

추정에 필요한 전제조건은 대략 세 가지다. ①1인당 라면 수출액이 1500원을 넘어선 '상위 6개국'은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5%씩 성장한다. ②나머지 14개국 가운데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국가들은 2029년에 1인당 수출액이 연간 1500원까지 증가한다. ③인구대국인 중국은 2029년에 1인당 연간 수출액이 1000원, 인도는 연간 100원까지 증가한다. 이렇게 추정하면 20개국의 인구수는 약 42억2812만명에 이르고, 이들 인구를 보유한 국가들에 대한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1인당 354원에서 2029년에는 1인당 925원까지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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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수출 상위 20개국의 1인당 연간 수출액의 변화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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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라면 수출 상위 20개국의 5년 후 수출액 추정을 통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라면 수출액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상위 20개국에 대한 수출액이 전 세계 수출액의 88.8%를 차지하고 있고, 이 비율은 단기간에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추정에 따르면 2029년의 라면 수출 금액은 약 28억 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라면 총 수출액 12억4835만달러 대비 2.5배에 이르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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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5년 후 라면 수출액 추정치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중국과 미국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한국 라면 수출액의 41.3%를 차지하고 있지만, 5년 후에는 43.4%로 좀 더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삼양식품의 성공 스토리가 더욱 놀라운 모습으로 전개되느냐 마느냐가 미국과 중국 시장을 얼마만큼 공략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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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이 만들어낸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과연 향후 얼마만큼의 강도로 지속될지 몹시 궁금하다. 삼양식품을 장기간 보유 중인 투자자들은 5년 후의 한국 라면 수출액을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의 1인당 라면 수출액을 좀 더 낮출 수도 있고, 중남미 대륙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또 다른 인구대국을 추정치에 끌어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삼양식품은 K-컬처의 엄청난 잠재력을 일찌감치 해외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 모범 사례로도 자주 언급된다. 2012년에 한국에서 탄생한 불닭볶음면이 향후 얼마만큼 거대한 성공 스토리를 계속 이어갈지 여부는 K-컬처에 대한 뜨거운 열기가 얼마만큼 오래 지속되느냐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듯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기관들에 비해 삼양식품의 미래를 훨씬 더 밝게 바라보는 듯하다.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무려 5146억원을 순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 전체에서 순매수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