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피’가 언젠데… 삼성전자·현대차, 분발해야 하는 이유 [오인경의 그·말·이]

2025-06-30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사진=이미지투데이

한국 증시는 6월 한 달 동안만 살펴보면 그야말로 눈부신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다. 덕분에 올해 상반기 증시 상승률은 전 세계를 통틀어 1위다. 3000포인트를 단번에 훌쩍 뛰어넘을 만큼 숨 가쁘게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시선은 자꾸만 더 높은 쪽으로 향하고 있는 듯하다. 여전히 주가 움직임이 지지부진한 섹터와 종목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서 부동의 시총 1위 종목인 삼성전자만 보더라도 그렇다. '6만 전자'라는 불만족스럽기 짝이 없는 별칭조차도 기를 쓰고 오른 끝에 간신히 지켜내고 있는 형국이다. 실로 오랫동안 대한민국 증시를 대표하는 종목이 어쩌다 이토록 무거운 짐 덩어리 주식이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동안 한국 증시가 해외 여러 국가들에 비해 크게 부진한 까닭이 꼭 삼성전자의 탓은 아니다. 한때나마 한국 증시 톱10을 오르내렸던 많은 종목 가운데 지속적으로 걸출한 성과를 보인 종목들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은 탓도 크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기준으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미국의 S&P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만 살펴봐도 그렇다, 소위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종목들의 눈부신 상승세에 비한다면 한국 증시를 주도하는 종목들의 면면은 비교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초라한 게 사실이다.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한때나마 애플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때가 있었고, 전 세계 시총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엔비디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시절도 꽤나 길었다.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조차도 삼성전자를 부러워하고 두려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삼성전자의 위상은 엔비디아, 애플, TSMC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딱한 현실은 엔비디아향 HBM3E 12단 제품의 퀄테스트조차 제때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만 봐도 충분하다.​

시가총액 톱10 종목들의 지난 10년 동안 시총 추이만 살펴보더라도 삼성전자의 답답한 행보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규모를 넘보는 종목은 아예 전무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올해 6월 말 현재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SK하이닉스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 시가총액을 합산한 금액의 절반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그래픽=오인경

삼성전자의 비중이 다른 굵직굵직한 기업들과 비교해 봤을 때 얼마만큼 답답한 행보를 보여왔는지는 아래의 두 그래프를 살펴보더라도 뚜렷이 알 수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사 합산 시가총액(약 994조원)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주말 기준으로 40.4%까지 내려앉았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은 상위 10개사 합산 시가총액(약 442조원)의 67.0%에 이를 만큼 압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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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2016년 말 이후 현재까지 종목별 연평균 성장률은 다음과 같다. 2022년에 신규 상장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9개사의 연평균 성장률은 10.6%인데, 이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두산에너빌리티의 시가총액 성장률이 가장 돋보인다. 2016년 말 이후 연평균 성장률 최하위는 현대차(3.2%)이고, 삼성전자(4.2%)는 간신히 꼴찌를 면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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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합산 시가총액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 증시를 떠받치는 종목들의 시가총액 비중이 시장 전체 시가총액 비중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다지 의미 있는 비중 변화는 찾기 어렵다.

/그래픽=오인경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음과 같다. 삼성전자는 '10만 전자'를 목전에 두었던 2021년 1월만 하더라도 한국 증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8%에 이를 정도로 막강한 존재였다. 삼성전자는 한때나마 '연못 속의 고래'로 불릴 정도로, 시장의 크기가 너무 작다고 한탄할 때가 있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정점을 찍었던 2021년 1월 11일 종가 기준으로 61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보통주 543조, 우선주 67조원), 현재는 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8% 수준까지 확 쪼그라들었다. 2015년 이후로 가장 낮은 비중일 뿐만 아니라, 2021년 말 최고점 대비로도 무려 10.0%포인트 낮아진 셈이다. 삼성전자의 위상이 정상에서 얼마만큼 멀리 떠밀려 내려왔는지를 새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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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철학자 몽테뉴는 카메라가 없던 시절에도 자신의 젊은 한 때를 포착하기 위해 무척이나 애썼던 인물이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초상화를 자주 그리도록 했다. 그가 25세 때와 35세 때의 초상화를 보면서 지금의 모습과 너무 많이 달라졌다고 한탄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마치 오늘날 삼성전자의 영광스러운 호시절을 잊지 못해 마냥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25세와 35세 때의 내 초상화를 가지고 있다.
나는 그것들을 지금의 것과 비교해 본다.
이미 몇 곱절이나 내가 아니게 되었던가! 
-몽테뉴

지난 주말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시가총액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삼성전자가 여전히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의 거센 추격에 휘둘리는 듯한 모습도 점점 더 자주 엿보인다. 오랫동안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지켜왔고(2011∼2016년), 시총 5위권에서 좀처럼 밀려날 줄 모르던 현대차가 어느새 8위까지 떠밀려난 모습도 눈에 띈다. 한국 증시가 만년 저평가에서 벗어나 새로운 고지 위로 우뚝 올라서기 위해서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총 상위 종목들의 분발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픽=오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