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부동산 정책, ‘한국은행 보고서’에 해답 있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집값·부채 문제가 가계나 청년의 투기 심리? 수십년 쌓인 정치적 배경의 ‘지방 홀대’ 원인

2025-06-25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한국은행 주택시장 양극화 보고서의 숨은 뜻. /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통계청은 매년 국민대차대조표를 집계하는데 한국 경제의 자산, 부채 현황을 보여주며, 여기에서 우리나라 국민 부(富)의 현주소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최근 게시 중인 2023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순자산(자산-부채)은 2경3039조원이며 이 가운데 경제학 관점의 경제 주체 구분상 ‘가계’에 해당하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은 1경2632조원이다.

자료 1. /출처=통계청 2023년 국민대차대조표 결과(잠정)

이처럼 절대 규모에서 가계는 대한민국 부{순자산의 현재 가치(stock)}의 약 54.8%를 차지했다. 부의 양적 변화가 경제 주체의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라고 한다. 즉, 자산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부의 증가는 가계소비를 늘리며, 가계 자산 구성과 변화는 가계의 행태에 영향을 미쳐 한국 경제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가계 순자산 대부분은 주택으로 비중이 50.3%이다. 주택 이외 부동산까지 포함하면 비중이 75.5%이며 금융자산 비중은 22.9%에 불과하다. 결국 높은 비중으로 주택가격 변화는 가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므로 주택가격은 역대 정부의 흥망을 결정하는 국민경제의 중요한 변수로 늘 자리해 왔다.

자료 2. /출처=한국부동산원 ‘5월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보고서’

그런데 최근 동향을 보면 서울과 수도권, 세종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 이에 6월 들어 신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언론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경고를 다시 시작했고, 몇몇 부동산 전문가도 이에 가세해 정책 조언을 내놓고 있다. 자라 보고 놀란 새 가슴 심정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조언에는 정치적 또는 상업적 의미가 담기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동안 부동산 가격 안정화 문제를 역대 정부의 내로라하는 부동산 정책 전문가 대부분이 풀지 못하고 역효과를 가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 경제의 최고 전문가 집단인 한국은행이 나서서 최근 주택가격 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 보고서 내용 역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지나쳐서 강조할 겸 다시 소개한다.

자료 3. /출처=한국은행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지난 9일, 2차 비상 경제 점검 TF 회의에서 라면 한 봉지 가격 2000원을 지적하며 긴급한 물가 안정을 요구했다. 이후 지난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 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가계 물가 부담을 주는 주거비 상승 원인의 하나로 ‘주택시장 양극화’를 거론했다. 비록 물가 영향보고서의 한 꼭지이지만, 이 분석 내용은 한국 부동산 현황과 구조를 선명하게 분석한 보기 드문 보고서라고 평가하고 싶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의 지역 간 경제 수준 격차에 의한 부동산 가격 양극화’가 현실인데 잘못된 부동산 공급 정책이 양극화를 한층 심화했다는 것이다.

자료 4. /출처=한국은행

즉,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택가격 상승은 세계 보편적인 현상이어서 한국 경제만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특별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세계적 비교에서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은 눈에 띄는 것이었다. 특히 주택가격의 양극화를 상징하는 각국 주요 도시의 전국 주택가격 상승 배율은 한국이 압도적이며 서울 주택가격이 주요 역할을 했다. 또한 국내에서도 지난 5월까지 서울 주택의 다른 지역 대비 가격 상승은 지속적이며 압도적이었다.

자료 5. /출처=한국은행

편중한 주택가격 상승 원인은 지역 경제력 격차, 그에 따른 취업 기회와 소득 격차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이러한 격차로 수도권에는 청년 유입이 증가하고, 특히 서울 아파트에 대한 외지인 매입 비중이 증가하는 등 유효 수요가 증가하자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주택가격이 급등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 정치적 필요에 따른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여러 차례 시행한 전국적인 주택공급 정책은 지방의 공급 과잉을 초래하며 주택 양극화를 더욱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엉뚱한 시장 실패를 낳는 정책적 부작용을 ‘코브라 효과’라고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한국은행 보고서를 근거로 필자가 추론해 보자면, 수도권 주택가격이 상승하자 인구 유입이 증가한 수도권 지역 국민(특히 청년)은 주거난 해결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이든 전세대출이든 기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주택 양극화는 서울, 수도권의 주거비용 상승을 부채질하고 수도권과 청년층의 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 수년간 금융당국이 늘 지적한 것처럼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문제는 가계나 청년의 투기 심리가 원인이 아니었다. 주거 문제에서는 극히 일부 부자나 그 자식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민은 궁지에 몰린 약자였다. 그보다 수십년 동안 누적한 정치적 배경의 수도권 집중과 지방 홀대가 원인이라는 심증을 한국은행 보고서에서 확인하는 순간이다. 원인에 대한 분석이 달라지면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