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 시대, 뜨는 그룹주는 중후장대 ‘조·방·원’ [오인경의 그·말·이]

내수 의존형 CJ·롯데 지고, 조선·방산·원자력 사업 구조 갖춘 한화·두산그룹주 활짝

2025-06-23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사진=이미지투데이

코스피가 다시 한번 3000포인트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돌이켜 보면, 2023년 여름을 새까맣게 불태웠던 2차전지 테마주들의 화려한 불꽃놀이는 3000포인트 시대를 마감하는 버블 붕괴의 신호탄이자, 시장의 냉혹한 자정 메커니즘이 예외 없이 작동한 결과일 뿐이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그에 비한다면, 이번 상승 장세는 여러모로 예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왜냐하면, 이번 상승 장세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흔히 경험하는 초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에 기반을 둔 유동성 장세도 아니요, 주기적으로 반짝 등장하는 신기술에 열광하는 대중들의 탐욕과 망상으로 촉발되는 투기 장세와도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번에 또다시 맞이하는 ‘3천피’ 시대는 이처럼 과거와는 사뭇 다른 풍경들로 인해 새로운 기대감을 들게 만든다. 한국 증시가 만년 저평가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여러 ‘제도적 결함들’이 이번에 획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일반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이사들의 책임을 명문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법 개정, 고질적인 저 배당 관행을 탈피할 수 있도록 배당 소득을 분리 과세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목적 등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제도 개편 등이 한꺼번에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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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3천피 시대를 열어젖힌 주역들이 과거와 사뭇 다른 점도 특기할 만하다. 전통적으로 한국 증시가 강세장에 진입할 때마다 한 축을 담당했던 업종들은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에 속하는 간판 주식들이었다. 이상하게도 이번만큼은 이들 한국 경제의 주축들이 뜨거운 상승 장세에서 조금은 비켜나 있는 듯한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삼성전자의 몹시도 굼뜬 움직임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번 상승장을 주도한 종목들은 이른바 ‘조방원’으로 불리는 조선, 방위산업, 원자력 관련 주식들에서 대거 쏟아져 나왔다. 한화그룹과 두산그룹에 속하는 여러 종목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AI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인 전력설비 관련주, 저PBR 지주회사, 신정부 정책 수혜주로 재분류된 증권주, K-컬처와 관련된 일부 화장품주와 음식료 업종 종목들, 중국 소비 관련주들까지 대거 가세한 흐름이 나타났다.

이쯤에서 한 번쯤 분석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은 ‘그룹별 시가총액 변화’이다. 올해 4월 저점에 비해 무려 700포인트 이상 급등하는 불장에서도 소외된 종목들이 즐비하듯이, 최근에 후끈 달아오른 증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죽을 쑤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업종이나 그룹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2차전지 관련주들이 대표적이다. 한때나마 한국 증시의 시총 상위 종목군들 앞자리를 대거 차지했던 이들 종목은 어느덧 해당 그룹의 시가총액을 끌어내리는 짐 덩어리 신세로 변질된 듯한 느낌마저 풍긴다.

먼저, 한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들을 그룹별로 묶어서 시가총액 변화 추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 주말 코스피 지수가 2016년 말 2026.46P 대비 49.1% 상승한 3021.84P를 기록한 만큼, 이들 15대 그룹의 합산 시가총액도 대거 불어났지만, 그룹별로는 명암이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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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20일 종가 기준으로 그룹별 시가총액 비중을 살펴보면 ▲삼성 36.3% ▲SK 16.5% ▲현대차 9.9% ▲LG 8.3% ▲HD현대 6.8% ▲한화 6.2% ▲카카오 3.7% ▲두산 3.5% ▲포스코 2.6% ▲한진 1.2% 등이다. 2016년 말과 대비해 보면 HD현대(9위→5위), 카카오(13위→7위), 두산((12위→8위), 한진그룹(15위→10위) 등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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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별 시가총액 비중을 2016년 말 기준으로 살펴보면 ▲삼성 49.0% ▲SK 10.9% ▲현대차 12.5% ▲LG 8.8% ▲HD현대 1.8% ▲한화 2.1% ▲카카오 0.8% ▲두산 1.1% ▲포스코 3.4% ▲한진 0.5% 등이다. 올해 현재와 대비해 보면 포스코(5위→9위), 롯데(6위→13위), CJ(7위→14위), GS그룹(10위→15위) 등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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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펴본 그룹별 시가총액 순위 변동을 표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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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후 현재까지 그룹별 시가총액 변화를 복리 개념의 연평균 성장률로 나타내 보면 다음과 같다. 연평균 성장률 1위는 카카오그룹 몫이다. 현재 62조원이 조금 넘는 시가총액만 하더라도 2021년 말 기준 113조4918억원에 이르렀던 ‘좋았던 시절’에 비한다면 대폭 쪼그라든 수준이다. 카카오그룹의 시가총액이 한때나마 얼마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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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주가 급등 양상은 종목별, 업종별, 그룹별로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 또 다른 특징이다. 내수 경기는 극도로 침체된 반면, 조선·방산·전력설비·화장품·음식료 업종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8년여 동안 역성장을 거듭해 온 대표적인 그룹은 CJ그룹과 롯데그룹인데, 두 그룹 모두 전형적인 내수 의존형 사업 구조를 지닌 데다, 중국의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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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그룹의 합산 시가총액을 시장 전체 시가총액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15대 그룹의 합산 시가총액이 2016년 말 기준으로 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비중을 차지하던 데 비해 최근에는 58.5%까지 상승한 걸 보면 조선·방산·원자력·전력설비 업종 등 중후장대 산업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시총 비중 변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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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두 번째로 3000포인트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주역들은 중후장대 산업 중심의 사업 구조를 지닌 그룹에서 대거 쏟아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에 반해 전통적으로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기간 산업인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철강 업종에 속하는 종목들은 미·중 간의 첨예한 무역 갈등에 노출된 영향으로 좀처럼 활개를 펴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때나마 시총 상위 종목군에 대거 포함됐던 2차전지 관련주들의 업황 부진도 심각하다. 이번 상승장에서 철저히 배제된 듯한 느낌을 주는 몇몇 업종이나 종목군에서도 볕들 날이 온다면 코스피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뛰어오를 개연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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