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공정 가늠자 ‘중흥그룹 정창선-정원주 승계’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중흥건설 10년간 3.2조 신용보강 무상 제공 편법… 이 대통령 ‘지배주주 사익 편취 근절’ 주목
가끔 뜻밖의 인물을 접하고는 놀라는 때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중흥그룹의 성장 기록을 처음 접하고 그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5년 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재계 순위 20위로 51개 계열회사를 거느리며 공정 자산 총액 26조731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집단 순위 두 계단 위인 18위 두산그룹의 공정 자산 총액 28조1500억원과 외형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기업 인지도는 차이가 확연하다. 중흥그룹이 기존 재벌과는 달리 ‘주택 건설’이라는 협소한 산업 분야에서 한정된 지방을 근거지로 단기간 급속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중흥그룹은 회장 정창선이 19세에 목수로 건설업에 발을 들인 후, 1983년 41세에 늦깎이로 광주광역시에 금남주택을 설립한 것이 시작이다. 금남주택은 이후 중흥건설로 상호를 바꾸고 대형 건설사의 경쟁 사각지대인 지방 아파트 시장에 주력하며 성장했다. 특히 2012~2016년 세종시 개발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2015년 처음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이후 2021년 일약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명실상부한 재벌 규모로 중흥그룹 몸집을 불렸다. 중졸 학력의 목수가 그야말로 세계적 건설회사를 삼킨 개천의 용이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창성 회장은 기업 성장 과정에서 광주상공회의소,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을 집요한 노력 끝에 맡았고, 지역 언론 <남도일보>(2017년)에 이어 <헤럴드>(2019년)라는 굴지의 언론사를 차례로 인수하며 평판 관리와 사회적 외연을 확장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까지 성공담이 그쳤으면 소년공으로 대통령의 꿈을 이룬 정치판 개천의 용과 함께 중흥그룹의 성공 신화는 건설 산업의 개룡남으로 비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급속한 성공을 이른 일부 기업가에서 목격할 수 있는 비도덕적인 행태가 중흥그룹에서도 나타났다. 다름이 아닌 2세 승계 과정에서의 편법인데, 필자가 보기에는 중흥그룹의 행위는 기존 재벌 행위보다 노골적이어서 희귀하기까지도 하다. 공정위가 공시한 지난해 기준 중흥의 지분도(자료 2)를 보면 중흥그룹은 정창선 회장을 주축으로 한 ‘중흥건설 계열’과 장남 정원주가 지배한 ‘중흥토건 계열’로 나눌 수 있는데, 대우건설을 포함한 ‘중흥토건 계열’의 중흥그룹 비중이 압도적으로 가업승계를 거의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9일 중흥그룹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제재에 담긴 내용은 충격적이다. 대부분 가업승계를 추진하거나 이행했던 재벌은 자본 시장을 중심으로 일감 몰아주기와 사익편취를 이용하는데, 중흥그룹은 상장기업 없이 건설업 특성을 악용한 독특한 편법을 개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중흥토건 계열에 지난 10년간 약 3조2000억원 규모의 신용 보강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통상 건설업에서는 유상으로 시공사나 증권사가 제공한다.
무상 신용 보강 등 내부 지원 덕분에 소규모 지역건설사 중흥토건 계열은 24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또는 유동화 대출을 실행해 매출 6조6780억, 이익 1조731억원(2023년 기준)을 수취했다. 이에 따라 중흥토건은 2014년 시공능력평가 82위에서 지난해 16위로 급상승하는 이익을 얻었다고 공정위는 평가했다. 특히 중흥토건은 이 과정에서 얻은 매출과 이익으로 2021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중흥그룹 핵심 회사로 도약했고, 2023년에는 지주회사 전환 등 중흥그룹 기업집단 지배구조가 중흥토건 중심으로 개편됐다. 공정위는 2007년 불과 12억원을 주고 산 중흥토건이 중흥그룹 내부 지원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자연스레 2세 승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세 승계를 목적으로 한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이며, 사익편취로서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180억원) 부과 및 중흥건설 고발을 결정했다.
중흥그룹의 주택 브랜드는 ‘S클래스’이다. 이 시대의 신귀족주의를 지향하는 주거 공간을 의미한다고 중흥그룹은 홍보하고 있다. 공정위 제재 내용에 따르면, 일단 총수 일가를 귀족으로 만드는 데는 성공한 듯하다. ‘S클래스’ 브랜드는 2001년 전남 순천에 분양한 주택에서 시작했고, 이후 홍보에 상당히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S클래스’ BI 홈페이지에 따르면, 2006년 <헤럴드경제>를 시작으로 다양한 수상 경력을 확보했다. 특이한 것은 2017년까지는 다양한 언론사의 브랜드 부문에서 수상했는데 <헤럴드>를 인수한 2019년부터는 <헤럴드경제> 수상 경력만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대주주 사업에 자회사가 잘했다고 평가하고 시상한 것이어서 상당히 이례적이다.
필자가 보기에 중흥그룹이 이룬 가업승계는 이재명정부의 경제 이념과 정면 배치하는 것이다. 신정부는 5대 전략 중 다섯 번째로 공정과 상생의 시장 질서 구축을 추진하고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행위 근절’을 공약하고 있다. 추후 중흥그룹이 공정위 제재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떠한 상황이 전개될지 궁금하다. 중흥그룹에 대한 정부의 조치는 신정부의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의지의 가늠자로 시장에서 예의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