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단장하는’ 중국 소비주 [오인경의 그·말·이]

중국 소비 관련주에 부는 바람, 훈풍일까 열풍일까 (상)

2025-06-09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사진=이미지투데이

계절은 빠르게 바뀌어 어느덧 후텁지근한 공기를 잔뜩 머금은 한여름 무더위가 금세 들이닥칠 분위기다. 뜬금없는 12.3 비상계엄으로 말미암아 북풍한설보다 매서운 한파에 시달렸던 국내 주식시장도 어느새 따사로운 봄을 지나 초여름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일과를 마치고 싱그러운 초록으로 무성한 숲속 길을 걷다 보면 계절이 이렇게나 빠르게 변해도 될까 싶은 느낌마저 든다. 미국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복잡한 도심 속의 생활을 거부하고 홀로 고요한 호숫가에 통나무집 오두막을 짓고 살았던 인물이다. 그가 홀로 숲속에 살면서 사계절의 변화를 얼마만큼 예민하게 포착했을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테지만, 어떤 문장들은 주식시장의 변화무쌍한 흐름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해 안달하는 투자자들을 향해 조용히 타이르듯 달래는 듯한 느낌마저 받을 때도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사진=위키백과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 두라. 그 목소리의 음률이 어떻든, 또 그 목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중에서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수많은 종목은 마치 숲속에서 자라는 나무들처럼 저마다 제각각의 계절을 지니고 따로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증권시장이 하나의 거대한 숲이라면 개별 종목은 그 속에서 자라는 나무에 비유될 만하다. 숲이 온통 봄기운으로 가득할 때조차 새순을 내밀지 않는 나무들이 눈에 띄는 반면, 벌써부터 조락의 계절을 홀로 앞당길 것처럼 알록달록한 색깔로 이파리를 물들이는 나무들을 보노라면 저마다의 리듬에 따라 움직이는 주식시장을 무척이나 닮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지난 겨우내 몹시 더디게만 진행되던 탄핵 심판도 마무리되고 어느덧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면서 온갖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던 국내 증시도 예상 밖으로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흐름이다. 한때나마 2300포인트 아래로 곤두박질쳤던 코스피 지수는 단숨에 2800 고지 위로 불쑥 올라섰다. 증시 상승 흐름을 주도하는 섹터에 포진한 일부 종목들은 연일 신고가를 새로 고쳐 쓸 만큼 후끈 달아올라 있지만, 2차전지 관련주 등을 비롯한 몇몇 부진한 섹터에 남겨진 종목들은 계절의 변화가 무색하리만큼 냉랭한 기운이 맴돌고 있다.

​통칭 '중국 소비 관련주'로 분류되는 종목들도 기나긴 겨울에 시달려 왔다. 2016년에 경북 성주에 배치한 사드를 문제 삼아 중국이 단행한 보복 조치는 상상 이상으로 길게 이어졌다. 중국이 단체여행 금지뿐 아니라 '한류 문화' 자체를 보이콧하는 전대미문의 경제 보복 조치를 내린 이후 '중국 시장'은 그야말로 기나긴 빙하기를 연상시킬 정도로 차갑게 얼어붙었다. 마치 인해전술을 재연하듯 끝없이 들이닥치던 중국인 단체 여행객들이 하루아침에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고, 쇄도하던 중국인들을 겨냥한 관광 인프라들은 빠른 속도로 해체되기 시작했다. 유커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던 면세점들은 고액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보따리상들에게 휘둘리는 처지로 전락했고, 밀려드는 유커들 덕분에 우후죽순 생겨나던 싸구려 비즈니스호텔들도 자취를 감추기에 바빴다. 이제나저제나 '중국인 단체관광'이 재개되기만을 학수고대했던 많은 인력이 소문도 없이 시장에서 튕겨 나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미어질 듯 한국을 찾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순간에 발길을 끊은 건 공산당이 지배하는 1당 독재 지배 체제가 아니라면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여행만큼이나 인류의 보편적인 욕구인 문화콘텐츠에 대한 접근마저 원천 봉쇄하는 조치는 21세기 현대사회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조치임에 틀림이 없다. 하물며 화장이나 성형을 통해 아름답고 예뻐 보이려는 원초적 본능조차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일은 더더욱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런 불편들을 용케도 감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산품 애용이라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낡은 전략이 여전히 먹혀들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그토록 잘 팔리는 한국산 제품들이 유독 중국 시장에서만 유난히 고전하는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시장점유율이 급전직하한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핸드폰이 대표적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중국이 한한령 등을 통해 사드 배치에 따른 전방위적인 보복을 진행한 세월도 장장 9년에 이른다. 한중간의 미묘한 갈등을 풀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리의 통제 영역을 벗어난다. 미중 사이의 무역 갈등으로 표출된 헤게모니 쟁탈전이 근본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변화 가능성이 원천봉쇄된 건 아니다. 새로 출범한 정부가 역대 어느 정권과 비교하더라도 뚜렷이 구별되는 대중 친화적인 태도를 공공연히 드러낸 바 있기 때문이다. 까마득한 옛날 바람난 왕비를 되찾기 위해 사생결단으로 맞서 싸웠던 고대 트로이 전쟁조차도 10년이면 충분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지나치게 저자세로 매달릴 필요는 없겠지만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이면서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자 인구 대국인 중국과의 경제적 갈등만큼은 한시바삐 해결되길 바랄 뿐이다.

​중국 소비 관련주들에 대한 검토 배경은 대략 이 정도로 그치고, 중국 소비 관련주가 우리나라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부터 먼저 살펴보자. 화장품 업종이 전체의 62.1%를 차지할 정도로 업체 수도 많고 시가총액도 매우 크다. 여기에 항공 업종까지 포함하면 중국 소비 관련주 전체 시가총액의 86.4%를 차지한다. 한한령과 결부된 중국인들의 국산품 애용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K-뷰티의 영향력이 점점 강화되는 확산 흐름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그래픽=오인경

중국 소비 관련주들의 시가총액 변화를 최근 5년에 걸쳐 시계열로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2021년 말 이후 시가총액이 지속적으로 쪼그라드는 흐름이 2025년에 접어들면서 마침내 강한 반전을 맞고 있는 모습이 뚜렷이 확인된다.

/그래픽=오인경

​업종별로 시가총액 변화의 기울기를 살펴봐도 화장품 업종의 회복 속도가 가장 가파르다. 물론 화장품 업체들의 시가총액 증가 원인 중에는 중국 시장보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선전이 훨씬 더 크게 반영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화장품 업종과 항공 업종을 뺀 여타 업종들은 회복세가 여전히 더디지만 지난해 저점에서는 차츰 벗어나는 흐름이 시작된 모습이다.

/그래픽=오인경

​다음 글에서는 중국 소비 관련주들의 개별 종목별 주가 움직임들을 살펴보고, 마지막 글에서는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회복 추세를 중심으로, '중국 소비 관련주'들의 업황이 향후 얼마만큼 빠른 속도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가늠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