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삥뜯기 셔틀’ 카카오택시, 매연 자욱한 ‘김범수 책임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콜 없어도 가맹 수수료 받자, 공정위 ‘38.8억 과징금’ 철퇴… ‘택시 기사와 상생’ ESG 참뜻 훼손
학교 인근에서 폭력을 일삼는 소수 학생이 지나가던 학생의 용돈을 털거나 위협하여 정기적으로 상납하도록 하는 것을 속칭 ‘삥뜯기’라고 한다. ‘삥’이란 미성년 학생 사이에 벌어지는 미숙하고 치기 어린 부적절한 행위 정도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이러한 행위를 성년, 특히 대기업이 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러한 삥뜯기를 서슴지 않은 굴지의 그룹을 적발하고, 이와 관련한 제재를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카카오모빌리티의 100%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은 전 국민에게 널리 알려진 ‘카카오T블루’ 서비스를 운영한다. 카카오T블루 서비스는 가맹 사업자인 법인 택시회사와 개인택시 기사에 가맹비를 받고, 가맹 사업자가 카카오 택시 상표를 사용하여 영업하게 하면서, 카카오T 앱을 통한 승객 호출·배차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디지티모빌리티와 업무 제휴한 카카오T블루 가맹사업본부(이하 카카오T)는 전체 가맹 택시의 78.18%를 점유한 시장 지배적 사업자다. 이러한 카카오T의 시장 지배력은 물어볼 것도 없이 ‘카카오’ 브랜드의 인지도와 자금력에서 나온다고 추정할 수 있다.
지난 28일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카카오T는 가맹 택시 기사 전체 운임의 20%를 가맹금으로 일괄 징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는 카카오T 플랫폼을 거치지 않은 운임 즉, 택시 고객이 배회하다가 택시를 이용한 때나 다른 택시 앱 호출로 발생한 운임도 포함하여 가맹점 수수료를 수취했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무차별 가맹 수수료 행위가 부당하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8억8200만원을 부과했다.
카카오그룹과 같은 거대 기업집단은 계약 등에 있어 철저한 법무 관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카카오T 서비스 계약의 이런 과도한 운임 계약 조항을 카카오그룹이 몰랐다거나 실수라고 주장해도 객관적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카카오T의 가맹금 일괄 징수 계약은 생계형 노동자가 대부분인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한 대기업의 전형적인 ‘삥뜯기’라고 필자는 평가하고 싶다.
케이엠솔루션의 모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가 지배하는 회사이다. 지난 30일 카카오모빌리티의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회사 현황’ 공시에 따르면, 대주주 카카오 지분은 57.2%에 이르며 ㈜카카오의 김범수(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를 총수(동일인 대주주)로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카카오그룹의 지배구조를 고려하면 ㈜카카오와 총수 김범수 의장은 조직적인 카카오 택시 기사에 대한 삥뜯기 책임론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카카오그룹 지주회사인 ㈜카카오는 연결 기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만 약 7조9000억원이다. 이에 비해 케이엠솔루션 영업이익은 ㈜카카오 연결 영업이익의 0.9%에 불과한데, 왜 이토록 카카오그룹은 이익 추구 행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카카오는 공정위가 이를 모를 것이라고 무시한 것일까, 아니면 공정위가 모르기를 바란 것일까? 정말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안타까운 점은 이번 공정위 제재로 ㈜카카오가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카카오 홈페이지에 현재 게시하고 있는 2023년 ESG 보고서에는 ‘상생 이니셔티브’ 항목을 설정한 후 특별히 ‘모빌리티 플랫폼 종사자와 함께’라는 제목 아래 택시 기사에 대한 의료, 자녀 교육 등을 지원한다고 크게 자랑하고 있다. 또 카카오는 약 500억원의 상생 기금도 조성한다고 보고서에서 공개했다. 그러나 사업 동반자인 택시 기사와 상생한다는 카카오의 ESG 취지는 금액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택시 기사로부터 가맹금 일괄 수취로 훼손될 것임이 틀림없다. 공든 탑은 실금에서부터 붕괴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