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횡령사고’ 농협은행, 이번엔 신입 행원까지 가세 [마포나루]

2025-05-23     서중달 기자
서울 서대문구 농협은행 사옥 전경. /NH농협은행

‘농민과 함께하는 금융기관’을 자처하는 NH농협은행에서 또 내부 직원에 의한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이같은 사고가 잇따르며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올해 초 취임한 강태영 행장이 한 지점을 직접 방문해 시재금을 검사하고 직원들에게 사고 예방교육까지 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은 셈이다.

최근 NH농협은행은 경기 의왕시의 한 영업점에서 행원 A씨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3회에 걸쳐 시재금 약 25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 횡령 혐의로 A씨를 처발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의왕경찰서에 접수했다.

농협은행에선 경기도 다른 영업점에서도 이달 신입행원 B씨가 시재금 200만원 가량을 횡령한 사고도 발생했다. 농협은행은 사고 다음 날 이같은 사실을 바로 적발하고 해당 행원에 대한 인사 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재금이란 창구 행원이 고객에게 내어 줄 용도로 소지하는 현금으로, 시재금 횡령사고는 은행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고 유형이다. 은행 직원들은 일정 한도 이하의 시재금은 개별 보관하고 일일 결산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시재금을 전산시스템에 입력한다. 이 과정에서 직원이 몰래 일시적으로 시재금을 유용하더라도 전산상 시재금이 있는 것처럼 입력하면 확인이 쉽지 않다. 농협은행은 내부통제 강화 차원에서 앞으로 출납 절차를 개선, 일일 결산 마감 때 5만원권 전액을 모출납(지점 전체 시재 관리 담당자)에게 인계하고 퇴근하도록 했다.

지난해 서류를 위조해 거액의 고객 돈을 빼돌리는 등 고객 예금에 손을 댄 사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번 사고는 농협은행의 도덕 불감증과 구조적 문제점의 단편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횡령사고가 터질 때마다 내놓는 익숙한 레퍼토리인 ‘내부통제 강화’ ‘신뢰 회복’ ‘도덕적 해이 방지’ 등의 구호가 현장에 전달되지 못하고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사고는 더 이상 시스템이 아니라 조직문화를 바꾸지 못한 리더십의 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내부통제란 단순히 감시와 이중 결재로 달성되지 않는다. 진정한 내부통제는 조직 내에서 비윤리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 즉 강한 윤리적 조직문화를 형성할 때 작동한다. 현재 농협은행의 반복된 사고는 ‘들키지 않으면 괜찮다’는 식의 조직문화가 깔려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내가 무슨 대기업 총수도 아닌데 이 정도쯤이야”라는 식의 도덕적 상대주의가 은근히 퍼져 있다면, 이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책임이다.

농협은행이 ‘농민과 함께하는 금융기관’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내부 직원들이 고객 돈을 ‘내 돈처럼’ 오용하는 문화에 물들어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신뢰의 배신이다.

강태영 행장은 올해 취임하면서 “모든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하고 취약점을 전면 재정비해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사고 제로화를 실현하겠다”라며 내부통제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이번처럼 크고 작은 횡령사고가 잇따르면서 헛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과 신뢰도 하락을 면치 못하게 됐다.

업계에선 왜 유독 농협은행에서 횡령사고가 많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뒷담화가 많다. ‘횡령이 잦은 조직’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이제 선언이 아닌 실질적인 쇄신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