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KL파트너스에 팔린 순간, ‘롯데손보 콜옵션 사태’는 이미 시작됐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사모펀드의 보험사 경영 능력 부족 이미 예견… ‘엄격한 대주주 심사, 상시 점검 체계’ 꼭 필요
롯데손해보험이 결국 조기상환 행사 기한 5년(5월 8일)이 지난 후순위채의 콜옵션 행사를 보류했다. 금융감독원이 후순위채 조기상환 관련 지급여력비율(K-ICS) 규정의 미충족을 근거로 조기상환을 반대했음에도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강행하려 했으나 롯데손보는 뜻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조기상환 연기는 금융당국과의 불편한 관계 해소에 그치지 않을 것 같다.
롯데손보의 조기상환 연기에 따른 파문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지난 13일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손보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변경했다. 보험사 경영의 핵심 지표인 K-ICS 관리 부실로 홈플러스 회생 신청 사태처럼 후순위채 투자자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8회차 롯데손보 후순위채의 개인 보유 잔액은 676억원이며, 법인투자자, 증권, 종합금융회사가 나머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보유 잔액은 증권회사에서 인수한 후 재판매하는 금액으로 대부분 개인 투자자에게 5년 만기로 권유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조기상환 보류로 인한 만기 연장은 증권사 투자자 처지에서 불완전 투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앞서 홈플러스 사태에서는 투자자와 증권사가 형사 고소까지 했다.
조기상환 불가 사태를 초래한 롯데손보의 지급여력비율 급락을 놓고 사모펀드의 보험회사 경영 능력에 대한 의혹도 도마에 다시 올랐다. <자료 1>은 금융당국이 문제 삼고, 한기평이 신용평가 등급 전망을 하향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는 바로 금감원이 보험사 건전성 관리를 위해 도입하고 중점 점검하는 롯데손보의 ‘보험계약마진’(CSM)을 현실화한 내용이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말 가장 후한(예외 모형, 경과조치 후) 기준의 K-ICS는 154.6%였다. 이마저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할 때는 K-ICS 150% 기준을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서 금감원은 추정하는 데, 정확한 기준(원칙모형, 경과조치 전)을 적용하면 금감원 업무 규정에 현저하게 미치지 못한다. 보험회사는 미래 이익인 CSM 관리가 중요한데, 보험사 경영 능력 부족으로 롯데손보의 실질 당기순이익은 적자를 기록하고 말았다. 원인은 무엇일까?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경영을 망가뜨린 후 긴급히 회생 신청을 한 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어서, 롯데손보 대주주인 JKL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자연스럽게 비등하다. JKL파트너스(이하 JKL)가 2019년 롯데손보를 인수한 후 당시 최원진 JKL 전무가 대표이사에 올랐으나 적자를 쌓고 2021년 물러났다. 그러나 여전히 사내 이사이며 ‘사장’ 직을 가지고 있다. 이후 이명재 전 알리안츠 대표를 영입했으나 그도 얼마 못 가고, 초기 인수부터 기획 총괄을 맡던 이은호 대표이사가 2022년 경영권을 이어받았다가 이 같은 사달이 일어났다. 즉 보험산업 비전문인이 경영을 맡고 있는 가운데 K-ICS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JKL파트너스는 회계사 출신이 주도하는 사모펀드였고, 인사에서 보는 것처럼 이들은 롯데손보 경영에 오랫동안 깊이 관여했다. JKL은 회계사 기반의 사모펀드이기에 고도의 회계·보험계리 능력이 필요한 보험산업의 경영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조기상환 연기 사태를 계기로 노출한 롯데손보 경영 상황은 단기 투자 이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보험회사 경영 한계를 의심하게 하기 충분해 보인다. 고령화 사회에 깊숙이 들어가면서 보험의 공적 기능과 안정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보험산업의 IFRS17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손보 경영은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듯하다.
MBK나 JKL 사태는 금융자본이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기업을 지배하려 할 때 엄격한 대주주 심사를 적용하고 상시 점검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필자는 주장하고 싶다. 산업자본인 재벌 못지않게 금융자본도 이익 추구 성향은 더 하면 더 했지, 약하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금융자본은 펀드 모집을 통해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이익 추구의 극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모습이 사모펀드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