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코스닥 바구니’ 줄인 외인, 덥석 물어버린 개인 [오인경의 그·말·이]

‘외국인들이 짓누른’ 대한민국 증시, 언제쯤 회복될까 (중)

2025-05-09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최근의 국내외 증시는 정치권에서 비롯되는 온갖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 때문에 유례없는 불확실성 속에 빠져든 형국이라 할 만하다. 한국 증시는 지정학적인 여건 하나만으로도 강대국들끼리 아귀다툼을 벌이는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데, 온갖 정치적 불확실성마저 한껏 덧보태진 격이니 한 치 앞을 내다보기도 어렵다.

예측 불가능한 장외 변수들을 모조리 제거한다손 치더라도 증시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여러 요소가 불확실성 속에 갇혀 있는 건 매한가지다. 수출 의존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드는 국가인데도 트럼프 발 관세 폭탄이 ‘90일 유예’라는 어정쩡한 상태로 봉합된 것 말고는 달리 바뀐 게 거의 없다. 한국 경제는 기본적으로 반도체, 자동차, 철강, 화학, 2차전지 등 수출 제조업이 잘 돌아가야 경제가 좋아지는 구조다.

불과 1, 2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의 간판 기업들은 이런 분야에서 놀라우리만큼 뛰어난 경쟁력과 함께 수출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였다. SK하이닉스가 M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에서 놀라운 실적을 거듭하자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이 일제히 깨어나 고공행진을 펼치며 주가가 훨훨 날아오른 게 대표적이다. 그런 분위기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외국인들의 폭탄 매도 공세로 인해 순식간에 한겨울을 맞고 말았다. 반도체 업종에서 느닷없는 겨울바람이 불어닥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경기를 꽁꽁 얼려버릴 만큼 강력한 한파가 휘몰아쳤다. 12·3 비상계엄이 엄습한 것이다. 환율은 기세등등하게 폭등하고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업종을 불문하고 무차별로 확산했다. 그렇게 해서 불과 7, 8개월 만에 외국인 보유 주식은 사상 최고치에서부터 빠르게 줄어들어 700조원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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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현재의 외국인 주식 보유 규모가 결코 작은 수치는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만 하더라도 외국인 보유 주식이 143조원에 불과한 시절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 주식 보유 규모가 891조원에 이르렀던 지난해 7월에 비하면 불과 10개월 만에 191조원가량 감소한 건 놀라운 이변이 분명하다. 가뜩이나 원화마저 약세를 보이는 형국이니 이래저래 외국인 투자자들의 고민도 적지 않을 듯하다. 강력한 원화 절상 압력이 발생한다면 외국인 투자금이 일부나마 되돌아올까. 글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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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집중적으로 투자하거나 보유 중인 주식들은 대체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구성된 외국인 주식 포트폴리오가 시장수익률보다 훨씬 더 뛰어난 초과수익률을 기록한 직접적인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많이 보유할수록 그만큼 시장수익률에 수렴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장기간에 걸쳐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때맞춰 알맞게 조정해온 결단이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데 상당한 공헌을 했으리라고 유추할 수 있다. 그에 대한 힌트는 아래 몇 개의 그래프를 통해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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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은 크게 보면 두 차례에 걸쳐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적극적으로 축소했다가 다시금 늘려왔다. 첫 번째 축소 시기는 2006∼2008년 동안에 나타났다. 중국 경기 호황에 힘입어 조선, 철강, 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군에 속한 종목들이 엄청난 시세를 분출하던 시기였다. 때마침 펀드 시장마저 사상 유례없는 활황을 보이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39.0%에서 25.7%까지 급격하게 줄였다. 해당 기간에 외국인들이 주식을 내다 판 규모는 3년 동안에만 72조원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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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금융위기마저 발발하면서 한국 주식을 더욱 적극적으로 축소한 외국인들은 2009∼2010년 사이에 한국 주식을 다시금 적극적으로 재매수하기 시작했다. 2009년 한 해에 외국인들이 사들인 순매수 규모(32조원)는 아직도 연간 최대 순매수 기록으로 남아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에 대한 비중을 다시 한번 크게 줄인 시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진 시기였다. 2020∼2022년 사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서 무려 61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대규모로 팔아 치웠다.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 비중도 27% 수준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에 대한 순매수를 강화하면서 또다시 2009∼2010년과 유사한 모습을 반복하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상황은 곧 반전되고 만다. 지난해 한때 외국인은 순매수 규모만 26조7481억원에 이른 적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연간 순매수 2조7946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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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은 장기간 부진한 성과를 보여온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는 대신 코스피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는 전략도 병행해 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기준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 보유액(700조원) 가운데 94.5%인 662조원을 코스피 시장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반면, 코스닥 시장에는 불과 5.5%인 38조원 정도만 투자하고 있다. 각각의 시장에 대한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투자 비중은 코스피 시장에서 31.6, 코스닥 시장에서 10.3% 수준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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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 비중은 한때 18.2%에 이른 적도 있었지만, 현재는 10.3% 정도에 머물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 금액도 별다른 추세적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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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투자 주체별로 얼마만큼 극명하게 대비되는지는 구체적인 수치로도 뚜렷이 나타난다. 한국거래소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에 따르면 1999년 이후 현재까지 투자 주체별·시장별 순매수는 다음과 같다. 일별하자면, 기관투자자들이 내다 파는 주식을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이 떠안는 듯한 모습이며, 그밖에 연기금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정한 범위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형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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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살펴본 수치들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기관투자자들은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 구분 없이 지속적인 매도 우위를 보여왔다. 특히 시가총액 규모가 코스피 대비 훨씬 작은 코스닥 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이 더욱 큰 규모로 순매도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기관들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순매도를 보이는 이유는 신규 상장 주식들이 공모주 형태로 기관투자자들을 통해 공급되는 유통 경로 때문이기도 하다.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보다 무려 2.6배나 많이 코스닥 주식들을 적극 순매수해 왔다. 개인투자자들이 얼마만큼 오랫동안 기관투자자들의 매물 폭탄에 시달렸는지를 살펴보면, 개인들이 기관들에 대해 얼마만큼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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