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10종목’ 수익률은? [오인경의 그·말·이]

‘외국인들이 짓누른’ 대한민국 증시, 언제쯤 회복될까 (상)

2025-05-08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국내 증시는 지난해 여름 이후로 시작된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도체 업종에 대한 끝없는 매도 공세 이후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수출 경기도 부진한 데다 극심한 내수 침체까지 겹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은 갈수록 하향 조정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대통령 탄핵까지 마무리했지만, 정치권의 불안은 여전히 종잡을 수 없는 데다가, 트럼프발 관세 폭탄도 온갖 변수들에 둘러싸여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한때 2300포인트 아래로 추락했던 국내 증시는 연·기금의 적극적인 국내 주식 매입 등에 힘입어 조금씩 안정을 찾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제한적인 움직임에 머물고 있다. 끝 모를 매도 공세를 이어온 끝에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28.3% 수준까지 확 줄여놓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과연 언제쯤 의미 있는 순매수에 나설까?

/그래픽=오인경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들을 업종 불문하고 무턱대고 팔아치우는 건 아니다. 그나마 올해 들어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제한적으로 순매수하는 종목들은 뚜렷한 특색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굳이 업종을 분류해 봐야 방위산업 관련주(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와 인공지능 관련주(NAVER·카카오·레인보우로보틱스) 정도일 뿐이다. 그나마 순매수 상위 종목 그룹이라고 분류해 봐야 순매수 규모 자체도 1조원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작다. 차라리 삼양식품이 외국인 순매수 톱10 가운데 6위에 떡하니 자리 잡은 낯선 풍경이 진정한 특징이라고 말해야 옳다. 그만큼 한국 증시는 온갖 불안정한 요소들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잔뜩 짓눌려 있으며 예외적으로 선전하는 일부 종목들만이 그들의 매수 리스트에 오를 뿐이다. 국내 경기 침체는 기본 바탕인 것처럼 요지부동이고, 외국인들의 매수는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산만한 느낌을 준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폭발하듯 터져 나오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종 전반에 걸쳐 많은 주식이 우후죽순 격으로 대거 폭등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마저 해외 수출시장에서 선전한 덕분에 자동차 업종 주식들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수 열기도 뜨거웠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외국인 전체 순매수 금액의 75.7%가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에 속한 5개 종목에 집중됐을 정도였다.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누구나 쉽게 체감할 수 있다. 도대체 그 원인은 무엇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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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올해 집중적으로 사들인 10개 종목은 올해 상반기 동안 두 종목(NAVER·카카오)만 빼면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들 가운데 현대모비스까지 포함한 세 종목 정도만 제외하면 수익률의 크기 또한 국내 증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매우 큰 편이다. 이만하면 외국인들의 증시 영향력이 순매도 종목에서뿐 아니라 순매수 종목에서도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옳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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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올해 집중적으로 순매도한 종목들은 사정이 이와 정반대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여름까지 시장을 주도했던 반도체 핵심주를 2년째 집중적으로 매도하고 있으며, 2023년에 폭등세를 보인 이후 끝 모를 하락세를 지속 중인 2차전지 관련주를 지금까지도 꾸준히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 순매도 상위 10개사의 순매도 총액 가운데 무려 59.6%를 이들 두 업종(반도체·2차전지) 관련주가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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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대거 내다 판 종목들의 주가 움직임은 종목별로 제각각이었다. 순매도 상위 10개사 가운데 세 번째로 집중 매도한 한화오션(111.2%↑)이 외국인 매도 공세에도 불구하고 매우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점이 눈에 띈다. 외국인들은 올해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에서 두 종목을 제외하면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올렸지만, 순매도한 상위 10개 종목에서는 그다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듯하다. 집중적으로 매도한 종목들 가운데 절반은 도리어 주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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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분석 기간을 좀 더 확대하여 2020년 이후부터 올해 5월 2일까지 최근 6년 동안의 매매 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5년 4개월 정도의 기간에 외국인들의 누적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SK하이닉스가 2020년 이후 지금까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뿐 뚜렷한 특징이 없다. 삼성물산을 제외한다면 대체로 해가 바뀔 때마다(혹은 2, 3년마다) 순매수와 순매도 방향이 자주 엇갈렸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한국 증시가 불안정하게 움직였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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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을 바탕으로 차트를 그려보면 다음과 같은 다소 복잡한 그림이 나타난다. 지난 6년간 누적 순매수 규모가 큰 순서대로 살펴보면, SK하이닉스에 대한 집중 매수가 가장 두드러진다. 비록 올해는 3년 만에 순매도로 전환되었지만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에 투자 규모를 크게 확대했음을 알 수 있다. 순매수 2위인 삼성물산은 최근 6년째 꾸준히 순매수하고 있으며, 순매수 규모도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이밖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순매수 상위 종목에 새롭게 진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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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년 동안의 매수·매도를 누적으로 합산한 그림은 아래와 같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사 가운데 삼성전자가 아래 그림에서 빠져있는 모습이 조금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그 까닭은 다음에 이어지는 외국인 순매도 종목들에 대한 설명과 그래프를 통해 쉽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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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 지난 5년 4개월 동안에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에서 어떤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내다 팔았을까. 안타깝게도 삼성전자와 POSCO홀딩스가 맨 꼭대기에 이름을 올렸다. POSCO홀딩스는 2023년 여름에 ‘2차전지 광풍’이 불어닥쳤을 때 집중적으로 내다 팔았던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2020년 이후 6년 동안의 순매도 금액과 2023년 순매도 금액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는 동학 개미가 주도했던 ‘10만 전자’ 바람이 외국인들의 매도 욕구를 크게 자극한 영향뿐만 아니라 엔비디아향 HBM 납품 실패와 파운드리 사업 부진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듯하다.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 두 종목에 대한 순매도 규모는 6년 동안에만 38조1441억원에 이르는데,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도 상위 10종목 합산 금액 64조2989억원의 59.3%에 해당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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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년 동안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에 대해 얼마만큼 과감한 투자 의사 결정을 내렸는지는 아래의 그래프를 통해서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들은 최근 6년 가운데 2023년을 제외하고는 매해 삼성전자를 처분하는데 골몰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본격적인 컴백 여부는 삼성전자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이만큼 직설적으로 나타내는 그림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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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들이 해마다 누적된 끝에 지난 6년 동안 외국인 순매도 리스트 최상단에 삼성전자와 POSCO홀딩스가 굳건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누적 순매도 상위 4위와 5위를 차지하는 종목은 NAVER와 카카오인데, 2종목 모두 금년 들어 순매수로 반전한 상태다. 최근까지 진행된 외국인 폭탄 매도 공세의 핵심은 결국 반도체와 2차전지 종목들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삼성전자와 POSCO홀딩스의 비중이 절대적이었음을 재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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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 최근까지의 외국인 매매 동향을 개미 투자자들의 매매 동향과 겹쳐보면 몹시 흥미로운 그림이 나타난다. 외국인이 순매수한 종목 가운데 개인도 덩달아 순매수한 종목은 SK하이닉스뿐이라는 점이다. 외국인 순매수 종목들이 대체로 수익률이 좋았던 점을 고려한다면 개인들은 매도 시점을 조금 더 늦출 필요도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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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순매도 상위 10종목에 대한 매매 동향은 외국인과 개인이 정반대로 맞서는 형국이다. 순매도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양쪽 다 동일한 방향으로 순매도한 경우는 불과 2종목인 반면, 정반대로 대응한 종목은 8종목에 이르기 때문이다. 매매 방향이 정반대로 엇갈린 종목들의 순매수·순매도 규모도 몹시 크다. 외인들이 약 61조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들은 해당 종목에 대해 약 95조원을 순매수했기 때문이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사실상 외국인 매도 공세에 정면으로 맞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에 자금을 쏟아부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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