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좀비 ‘2차전지·제약바이오’의 불멸의 생명력 [오인경의 그·말·이]

공매도 전면 재개 ‘2주간의 일지’ (하)

2025-04-15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사진=이미지투데이

​걱정 아닌 걱정거리였던 공매도가 재개된 후 어느새 2주일이 지났다. 공매도가 재개된 첫 거래일만큼은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반응이 나타났다. 오랫동안 공매도를 하고 싶어도 꾹꾹 참아야 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엄청난 물량을 시장에 투하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뜨거운 공매도 열기는 불과 하루 만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공매도에 시달렸던 많은 종목의 주가가 이미 충분한 조정을 받은 데다가 공매도 잔액 자체가 2023년 11월 공매도 금지 시점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래픽=오인경

허점투성이 공매도 제도에 관한 끈질긴 논란은 마침내 사그라졌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제도 개선 문제를 소홀히 한 때문에 그걸 뜯어고치느라고 공매도 제도 자체를 장기간 금지한 건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이 때문에 국내 자본 시장의 신뢰가 훼손되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증시 편입이 자꾸만 늦춰지는 상황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공매도 제도 본연의 기능이 시장에 정착되어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자본 시장으로 발전하기를 바랄 뿐이다.

​2023년 11월 공매도 금지 당시에 비해 전반적으로 공매도 잔액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특정한 섹터를 중심으로는 여전히 공매도 잔액이 많이 쌓여 있다. 공매도 재개 이후로도 공매도 잔액이 여전히 많은 종목은 다음과 같다.

/그래픽=오인경

이 그림을 보면 공매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3년 11월에 비해 종목 구성이 바뀐 게 거의 없을 만큼 판박이라는 걸 알 수 있다. 2차전지 관련주(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SK이노베이션) 섹터에서는 POSCO홀딩스와 엘앤에프가 (공매도 잔액 감소로) 10대 종목에서 제외되었을 뿐이다. 2차전지 관련주 및 제약 바이오 섹터(HLB, 알테오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0종목 가운데 8할을 차지한다. 이들 종목의 공매도 잔액이 시장 전체 공매도 잔액의 37.8%에 이를 만큼 집중되어 있다.

/그래픽=오인경

시장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공매도 잔액이 어떤 섹터에 집중되어 있는지를 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2차전지 및 제약 바이오 섹터 종목이 5할을 차지한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무려 9할에 이르는 종목이 이들 섹터 종목군이다. 무려 1년 6개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공매도가 금지되었음에도 이들 두 섹터에 대한 공매도 비중이 현저히 높은 이유는 적정가치 대비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 말고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픽=오인경

공매도 잔액 톱10에 포함되는 2차전지 관련주들의 공매도 잔액 추이와 주가 추이를 함께 살펴보면 이들의 상관 관계를 보다 분명하게 알 수 있다. 2차전지 관련주들은 일찍이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주가 변동이 극심했던 데다가 기업 실적마저 급격히 악화하면서 공매도 잔액도 급격한 변화를 보여왔다. 장기간의 공매도 금지와 재개 이후의 변화들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결국 이들 섹터에 대한 외국인의 극성스러운 공매도 공세가 결코 힘자랑이나 횡포만은 아니었음을 파악할 수 있다. 2차전지 관련주 가운데 몇몇 대표적인 종목들의 사례만 살펴보더라도 공매도가 얼마만큼 주가 변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래픽=오인경

2차전지 관련주들의 공매도 잔액 변화와 주가 변화 사이에는 명확한 상관관계가 드러난다. 공매도 잔액이 2023년 여름의 이상 급등과 함께 폭증한 이후 최근까지 꾸준한 주가 하락을 수반하면서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과정에 있다는 점이다. 워런 버핏의 표현을 빌리자면. 2차전지 광풍이 불어닥쳤을 때 수영복도 입지 않고 수영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았으며, 주가가 비정상적인 고평가 영역에 다다를수록 공매도 잔액은 급속하게 불어나며, 부끄러움은 언제나 수영장의 물이 다 빠진 뒤에도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점이다.

/그래픽=오인경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2차전지 관련주들의 공매도 잔액은 바닥권에서 최고점에 다다를 때까지 극심한 변동을 겪어왔다. 대표적인 6개 종목의 공매도 잔액만 하더라도 단기간에 무려 7조6850억원에 이를 만큼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허점투성이 공매도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전산화 작업까지 마쳤다. 공매도 금지 기간을 포함하여 제법 오랜 기간에 걸쳐 공매도 청산이 진행되었다고는 하지만 2차전지 관련주들의 공매도 잔액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편이다.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한 종목이 과연 불법적인 공매도 탓에 부당하게 저평가된 상태인지, 지나치게 고평가된 탓에 공매도 압박에 시달리는지 면밀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