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주주 지분율 증가 효과? SK의 자사주 보유 목적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지난달 18일 SK주식회사(이하 SK)는 2024년도 사업보고서를 공시했다. 그런데 이번 사업보고서에는 다른 해에는 볼 수 없었던 ‘자기 주식 보고서’를 포함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이른바 상장법인의 자사주 마법을 규제하기 위해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시행령을 개정했고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시행했다. 이에 따라 발행주식 총수의 5% 이상을 보유한 상장법인은 자사주 보유 현황과 보유 목적, 향후 처리계획 등에 관한 보고서를 사업연도 말일 기준으로 작성하여 이사회 승인 후 사업보고서에 공시해야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SK 이사회는 총 발행주식의 무려 24.6%에 이르는 자기 주식 보통주 1798만4141주를 보유하기로 의결했다. 이들 자사주 대부분은 2015~2019년에 취득했는데, 보유 목적은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 임직원 보상이며 추가 취득 또는 처분 계획은 없으나 향후 검토하여 실행할 수 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SK 주가는 역대 최고가인 2021년 1월 36만500원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 ‘주가 안정’ 보유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또한 임직원 보상은 극히 일부인 것으로 확인된다. 자사주 보유 목적 가운데 나머지는 ‘주주가치 제고’인데, 이는 발행주식총수의 감소가 초래하는 효과로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양적 회계 이익 증가는 주가 상승의 자본 이득(capital gain)과 주당 배당금(DPS) 증가 및 주주 환원 등의 소득 이득(income gain)을 포함한다. 그러나 SK의 지난 5년간 자본손실(capital loss)은 너무 압도적이어서 주주의 회계적 이익은 내세우기 어렵다.
질적인 측면은 바로 경영권에 대한 ‘지분율 증가’ 효과다. 기업의 자사주 취득은 의결권 있는 유통 주식 수 감소를 가져온다. 발행 주식 총수 대비 지분율은 변화하지 않지만, 시중 유통 주식 수가 감소하므로 실질적인 지분 증가 효과가 있고, 특히 보유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총수가 감소하므로 형식적인 지분율 증가도 가져온다. SK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5.5%인데 자기 주식 24.8%를 취득하면서 그만큼 지배주주에 반대할 의결권이 줄고, SK 경영권에 관심 있는 경쟁 인수자는 의결권 확보가 어려워진다. 또한 SK가 전략적으로 보유 자사주를 우호적 기업과 주식을 교환한다면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의결권을 확보할 수도 있다. 최종적으로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면 추가 투자 없이 지배주주 지분율은 8.3%포인트(p) 증가한 33.9%로 상승한다. 이러한 지분율 증가 효과는 소액주주에게는 미미하며 특히 SK 지배주주에게는 의미가 크다.
이런 배경으로 최근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보인 행보는 경제를 걱정한다는 핑계로 ‘연못 물 퍼내 잉어 잡고, 퍼낸 물은 자기 논에 댄 것 아닌가?’하는 의심을 사기 충분했다. 앞서 국회는 금융감독원장도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안을 지난 2월 13일 본회의 통과시켜 정부에 넘겼다. 이에 최태원 회장은 같은 달 25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기자간담회를 통해 상법 개정의 타이밍에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재계 여러 의견을 반영해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이때 이사회는 현재처럼 지배주주 이익에 치우친 회사 정책에 거수기 노릇을 하기 어려워진다. 즉 기존 재벌들, 특히 SK처럼 거대한 자사주로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는 기업은 상법 개정안이 폐기되면 여러모로 지배권 장악을 위한 이사회 활용이 쉬워진다.
SK는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이므로 최태원 회장에게 경영지배권 확보와 안정화는 중요하다. 최태원 회장 개인의 SK 지분율은 17.9%, 특수 관계인 포함 25.52%이므로 자사주 지분 24.8%의 온전한 활용은 SK 경영권 장악의 ‘린치핀’(linchpin)임이 틀림없다. 최태원 회장은 단 1%의 지분율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처지일 것이다. 즉 최태원 회장에 자사주는 한국 경제의 물을 다 퍼내서라도 잡아야 할 물고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