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882억 부당대출, ‘뻔뻔함과 무능’의 김성태 기업은행장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2023년 취임 후에도 금융사고 만연, 책임지는 자세 없이 당연한 의무를 쇄신책이라고 내놔
지난해 우리금융그룹에서 전임 금융지주 회장이 연루된 730억원 규모의 부당 대출이 밝혀졌을 때, 사람들은 공적자금을 받아 회생한 시중은행의 일탈에 어이없었고 크게 실망했다. 그러나 지난 2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판 은행 부당 대출’은 더 충격적이어서 이를 지켜본 사람들의 할 말을 잃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우리금융의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 사건으로 금감원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하다. 그 때문인지 금감원은 최근 금융회사의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를 검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발표 내용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ㄱ 은행’의 사례로, 금감원은 이를 공들여 상세히 설명했다. ‘ㄱ 은행’은 바로 IBK기업은행이다. 그런데 언론은 부당 대출 규모가 882억원에 이르며, 우리금융 사례보다 사고 금액이 크다는 점을 위주로 보도하는 듯하다. 그러나 필자 경험에 사고 금액 규모보다도 금융사고의 내용이 더 의미심장했다.
IBK기업은행은 퇴직 직원, 심사센터장, 지점 직원, 본부 임원 등이 부당한 대출이나 점포 선정에 부정 개입하고 금품 수수, 향응 등 사적 이익을 제공받았다. 금감원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이들 부당거래를 적발했다. 우리은행 부당대출이 전임 금융지주 회장과 본부장 등이 개입한 상명하복형 금융사고였다면, IBK기업은행 사례는 금융사고를 일선 부서장 등이 폭넓게 관여하고 주도했다는 점에서 부패의 깊이와 폭이 훨씬 깊고 넓어 더 심각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또한 더욱 걱정스러운 부분은 이들 금융사고를 발견하고도 본점 내부통제 조직이 비리를 적극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다. IBK기업은행 복수의 본점 내부통제 조직은 직원 비위행위 제보를 받고 자체 조사를 통해 인지했으나, 이를 조직적으로 덮고 금감원 보고도 회피했으니 아연실색할 일이 아닐 수 없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26일에야 금감원에 금융사고를 ‘허위·축소·지연’ 보고했다. 금감원 검사 중에는 부서장 지시로 금융사고 관련 파일과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기도 했다. 금융회사에서 평생을 보낸 필자가 하고 싶은 한마디는 “썩을 대로 썩었다”이다.
더욱 기가 찬 것은 이런 행태가 다름이 아닌 정책금융기관에서 벌어졌다는 점이다. 우리는 ‘나랏일’을 하는 사람은 도덕이나 행색이 일반인보다 더 반듯하리라는 믿음과 기대가 있다. 편견이었다. 공공기관인 IBK기업은행 임직원이 자기 본업의 자원과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는 모양새가 마치 2021년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대통령도 사과한 LH공사 땅 투기 사건과 유사하다는 생각이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2023년 1월 취임했다. 그의 재임 시절에 파렴치한 금융사고가 조직 내부에 만연했는데, 그는 이를 예방하거나 막지 못했다. 이 무지막지한 금융사고는 지난해 10~11월 은행 자체 조사로 내부통제 관련 부서가 이미 확인했으니, 은행장이 이를 몰랐으면 그의 무능이고, 해당 부서 은폐를 묵인했다면 그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상식적이라면 어떤 형태든 김성태 은행장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 발표 뒤 하루 만에 김성태 은행장은 대국민 사과와 <IBK 쇄신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그가 쇄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금융회사라면 이미 당연히 했어야 하는 것이다. ‘찔리는 부문을 꼬집어 그럴싸하게 명칭만 새로 붙이는’ 수준으로는 쇄신이라 할 수가 없다. 특히 내부통제에 무관용 엄벌주의를 정착하겠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온정주의가 만연했음을 자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성태 은행장은 다섯 번째 기업은행 출신 은행장으로 알려진다. 그가 이미 오랫동안 묵은 IBK기업은행 문화에 익숙하고 젖어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IBK 쇄신계획>이 제삼자가 듣기에는 자기 만족적 공염불로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결국 이번 금융사고의 심각성으로 미뤄 사과문에서 김성태 은행장이 말한 곪은 곳을 도려낸다는 ‘환부작신’(換腐作新)을 IBK기업은행에 맡기는 것은 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먼저 물리적으로 사람부터 바꿔야 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