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0억 손실’은 시작일 뿐, 우리금융 잡는 임종룡은 ‘금융 선무당’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W&I보험 들었다고? 귀책으로 인한 계약금 몰취 보호와는 무관 자회사 편입 실패한다면 계약금에 보험·실사 비용 손실 불가피 내부적 귀책 사유 알고도 무리하게 인수 추진한 경영진은 배임 탄핵정국 자리 불안한 금융위원장 졸속 승인땐 책임 면치 못해

2025-03-25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이 중국계 생명보험 인수를 무리하게 졸속 추진한 이유.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재무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다른 금융지주와 당기순이익 비교에서 KB국민(5조280억원), 신한(4조5180억원), 하나금융(3조7380억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2023년의 부진을 떨치고 전년 대비 23.1% 증가한 3조560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임종룡 회장은 비이자이익 증대를 위해 활발한 기업 인수·합병에 나섰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7월 합병한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동양·ABL생명보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어처구니없는 내부통제 실패가 갈 길 바쁜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자료 1. /출처=금융감독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금융감독원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은행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내부통제 실패를 기록했다. 검사 결과가 확인한 부당대출 금액 총 3875억원 가운데 우리은행이 2334억원으로 약 60%(발생 건수로는 약 21%)를 차지했다. 특히 전직 금융지주 회장이 연루된 부당대출은 임종룡 회장 재임 기간에도 계속 이어졌다. 과거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종룡 회장은 화려한 모피아 명성으로 유명하지만, 이번 부당대출과 관련한 금융사고로 말미암아 그가 정작 ‘금융’은 알고 있었는지, 허울뿐은 아니었는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자료 2. /출처=금융감독원

우리은행에서 어처구니없는 부당대출 금융사고가 알려지며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진행하던 지난해 8월, 정작 우리금융은 내부통제보다는 보험사 인수에 주력한 듯하다. 당시 임종룡 회장은 무엇이 급했는지 리스크 관리를 무시하는 등 법적 절차를 어겨가며 보험사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했다. 금감원은 지난 19일 발표한 ‘우리금융지주 대상 경영 실태 평가’에 이 같은 우려를 명확하게 지적했다. ‘자회사 인수·합병 등 주요 경영 의사결정 시 사전 검토 미흡’, ‘거액·반복 부당대출 등’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금감원에 우리금융의 자회사 편입 승인과 관련한 경영 실태 평가를 위탁했는데, 결국 금융감독원은 경영 실태 평가 등급을 자회사 편입 승인이 원칙적으로 제한되는 ‘C등급’으로 결정했다.

자료 3. W&I보험 사례. /자료=AIG.UK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최종 확정은 오는 5월 금융위의 몫이다. 경영 실태 평가만으로 볼 때 보험사 인수가 불승인되면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보험 인수 계약금으로 지급한 약 1550억원을 꼼짝없이 떼일 형편이이다.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보험 주식인수계약(SPA)과 관련한 W&I보험(Warranty & Indemnity Insurance, 진술 및 보장 보험)에 가입했다고 하지만 이 보험은 매도자의 진술·보장 조항 위반과 관련한 손해배상 책임 위험을 부보하는 것이며, 우리금융의 귀책으로 인한 계약금 몰취에 대한 보호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회사 편입 승인이 실패한다면 우리금융은 계약금(약 1550억원)과 보험 비용, 실사 비용 등(약 24억~30억 원) 일체를 손해 볼 것이다. 또한 이는 내부적 귀책 사유를 알고도 무리하게 보험사 인수를 추진했으므로 경영진은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면 왜 임종룡 회장은 무리하게 동양·ABL생명보험 인수를 추진했을까? 필자 경험에 금융인은 위험을 철저히 계산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보수적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위험과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가와는 달리, 고객 재산을 관리하는 신의성실 책임이 있는 금융인은 위험을 최소화하고 관리하는 자세를 지켜가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임종룡 회장은 물론, 그의 의사결정을 지지한 경영진과 이사회는 통상 금융인답지 않은 행태를 보였다. 물론 금융지주 회장이 낀 전대미문의 부당대출이 발생한 곳이니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추측컨대 우리금융은 경영 실태 강등에도 몇 가지 여건 변화가 가져올 영향을 전망하며 금융당국이 어쩔 수 없이 조건부 승인할 수밖에 없다고 자신했을 수 있다. 먼저 마땅한 인수처를 찾기 어려운 동양·ABL생명보험의 현 금융 여건이 금융당국에는 부담이라는 점이다. 최근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에서 발을 빼면서 보험시장에는 롯데손보, KDB생명, BNP파리바생명, AXA손보 등 매물이 산적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에 커다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동양·ABL생명보험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은 중국보험보장기금(CISF)이 대주주이다. 국내 굴지의 동양·ABL생명보험이 사실상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원래 민간 기업이었던 중국 안방보험이 동양·ABL생명보험을 인수했으나 2017년 회장의 부패 혐의가 드러나 안방보험은 파산했다. 이에 후속 정리를 위해 CSIF가 설립한 다자보험그룹이 안방그룹을 자회사화하며 동양·ABL생명보험을 편입, 중국이 한국 금융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발생했다.

다자보험그룹은 안방보험 자산을 신속 매각 정리하고 올해 그룹을 정리할 계획이며, 그 과정에서 동양·ABL생명보험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결국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보험을 인수하면 국내 금융이 중국 금융에 편입한 기현상을 해결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반대로 우리금융 내부 귀책 문제로 인해 금융위가 인수를 불승인, 다자보험 자회사 매각이 불발할 때는 사실상 한국 금융당국이 중국 금융당국의 예금보험 정책에 차질을 주는 부작용이 있다.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이 중국계 생명보험 인수를 무리하게 졸속 추진한 이유.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다음은 우리금융의 학습효과다. 공교롭게 2004년 우리금융은 경영 실태 평가 3등급을 받았을 때(이후로도 3등급을 받은 금융지주는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금융당국의 조건부 승인으로 LG투자증권을 인수한 경험이 있다. 그때는 2003년 LG카드 부도 위기가 조건부 승인의 배경이었다. 반면 이번에는 동양·ABL생명보험의 사실상 정부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의 매각 추진, 다수 보험사 매물 누적 등으로 인한 보험산업 구조조정 압박 등이 우리금융이 조건부 승인을 노리는 배경이다.

또한 탄핵 정국으로 5~6월 무렵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 있는 정치적 상황도 비공식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임종룡 회장이 SPA 계약이 있던 지난해 8월에 이듬해 탄핵정국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5월 이후 언제든지 자리를 내놓을 확률이 있는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의 계약금 몰취 등을 감수하며 자회사 편입을 불승인하는 강수를 두기는 어려울 수 있다. 자리를 떠난 후에 국정감사장에 불려 다니는 것을 좋아할 관료는 없을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게다가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종룡이 대표적인 모피아로 전임 금융위원장이었던 점은 조건부 승인의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요인이다. 현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같은 모피아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로 이들의 결속력은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가지 점으로 미루어 금융위원장 포부처럼 금융당국이 원리·원칙대로 매운맛을 보여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임종룡 회장은 누구보다 이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임종룡 회장은 내부통제에 철저히 실패하고 본인 야심을 채우기 위한 보험사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내부 절차도 위반했으나, 다자보험그룹과 주식인수계약을 체결하는 등 큰 위험이 따르는 모험을 선택했다.

물론 우리금융그룹이 보험사를 인수하면 업무 범위를 확장하고, 은행 일변도의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불법 부당한 경영 행태에도 불구하고 기회주의적인 권모술수가 성공한다면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모피아의 결속력과 실체에 대한 심증을 굳히고, 대한민국 금융산업사에 씻을 수 없는 얼룩으로 남을까 우려된다. 결국 인사 교류를 통해 금융당국과 밀착한 금융산업이 금융감독과 규제를 더욱 가볍게 여기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이 바라는 조건부 승인을 금융위원회가 신중해야만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