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관행 제거? 트럼프 빼닮은 신한투자증권의 ‘고질병’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오직 이익에만 몰두한 ‘랩어카운트 선취 수수료’… 업계 1, 2위 ‘정기 인출’ 영업행태와도 딴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발적인 행보가 전 세계, 지구촌 구석구석을 시끄럽게 하고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특히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의 이익이 되는 것은 주변 누구 말이라도 개의치 않고 지속해 온 관행을 그만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고사성어로는 ‘방약무인’(傍若無人)이라 한다.
최근 신한투자증권의 한 지점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이, 이 증권회사가 ‘방약무인한 트럼프를 쏙 빼닮은 영업을 하는 것 아닌가?’라는 오해를 받고 있어서 화제다. 랩어카운트는 고객이 증권사 계좌에 맡긴 자금을 증권사에 일임하거나, 외부 전문가의 자문으로 금융투자를 하는 투자 전용 계좌로서 ‘자산종합관리계좌’로도 불린다. <한국경제TV>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 고객이 신한투자증권 지점에서 투자일임을 하여 운용하는 ‘프로주식형 랩’에 가입했다. 이 고객은 올해 1월 일정한 목표 수익률을 초과 달성해서 기쁜 마음에 추가 입금했다. 그러나 문제는 입금하자마자 큰 금액이 증권사 성과보수로 빠져나가자 크게 당황했다.
필자가 신한투자증권에서 공시하고 있는 랩어카운트 관련 ‘투자설명서’를 확인한 결과, 해당 보도가 지적한 문제는 신한투자증권이 ‘성과보수’를 수수료로 징구하는 지점 운용형 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투자설명서에서 성과 수수료의 인출 시기를 계약일 기준으로 매 1년 정기 징수일, 그리고 해지일 외에도 입출금 발생한 당일도 지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성과 수수료 계산의 편의를 위해 ‘원금’을 먼저 확정해야 하는데, 입출금이 발생하면 원금 조정이 필요하므로 회계 편의를 위해 직전까지 성과 수수료를 먼저 계산하고 원금 조정을 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물론 이때는 성과 수수료 차감 후 투자수익이 원금으로 조정하며 이는 약관에 명시하고 있으므로 불법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 투자 고객은 해지한 것이 아니므로 성과 수수료 계산 전 평가 수익이 있는 계좌 평가액에 추가 입금액을 가산한 금액이 계좌 최종 잔고로 기록하기를 나름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추가 입금액에서 수수료를 차감한 금액이 계좌 잔액에 기록되므로 뭔가 부당한 손해를 본 듯한 착시를 일으킬 수 있다. 물론 1년마다 정기적으로 수수료를 인출하는 다른 랩 상품과 비교하면 잔여기간 성과 수수료만큼의 재투자 효과가 감소하는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신한투자증권의 영업행태가 증권업계 보편적 영업행태와 다르다는 데 있다. 업계 1, 2위인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증권의 랩 상품 공시 내용(전수 조사는 아니지만)을 보면 모두 정기적 수수료 인출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신한투자증권의 입출금 성과 수수료 인출 방식은 독특함을 넘어 증권업계 평균적 영업행태는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함이 있는 것으로 오해받기 쉬워 보인다. 물론 신한투자증권 처지에서는 지점의 적극적 투자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심한 결과이겠지만, 투자자 관점에서는 지점(결국 회사)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이용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대규모 파생상품 손실이 발생한 책임을 물어 대표를 교체했다. 지난해부터 자산관리 부문 대표를 맡았던 이선훈 부사장이 올해 1월 대표를 맡았다. 그는 취임 및 신년사를 통해 “잘못된 관행을 제거하고, 새롭고 건강한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과 비장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라고 밝혔다. 필자 경험에 자산관리 부문 대표는 지점 운용 랩 정책에 깊이 관여할 수밖에 없다. 결국 대표가 이번 지점 운용 랩 관련 고객 클레임에서 자유롭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트럼프의 능력을 존중한 나머지 그를 지지하는 다수의 미국 국민이 그의 방약무인 행태를 용인하는 현실을 우리는 목격한다. 같은 논리로 누가 뭐라든 ‘고객이 좋으면 된 것 아닌가?’라고 신한투자증권이 주장하면 할 말은 없겠다. 그러나 신한투자증권이 트럼프와 닮은 꼴이라는 평판을 선택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