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이 맞았다, 임종룡의 우리금융 ‘구멍가게’ 실상 드러났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전현직 경영진 ‘부당대출 730억’은 빙산의 일각… 얼렁뚱땅 리스크 관리 ‘생보사 인수’ 빨간불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약 두 달이 지난 이번 달 4일, 금융감독원이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통상 금융회사 검사 결과는 문제가 있을 때 개별 기관에 징계나 처벌 사항을 알리고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제재를 결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금감원은 몇몇 금융회사 이름을 익명 처리하고 각 금융회사가 저지른 금융사고와 관련 행태를 종합 보고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날 금감원이 발표한 내용은 구체적이었으며, 은행과 금융지주에서 일시적 도덕적 해이를 넘어 구조적인 부조리가 만연하고 있다는 폭로나 다름없었다.
금감원 보고서는 A, B, C, D 등으로 익명 처리해 해당 금융회사 평판을 보호하려고 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A로 지칭한 금융지주와 은행의 잘못된 금융 관행을 강조하고 싶은 의도가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A 은행은 4대 금융지주에 속하는 곳임에도 도대체 은행으로 자격이 있는가 할 정도이다. A 금융지주와 은행에 대한 지적 내용을 여러 곳으로 나누어 다른 금융회사와 섞어 기록했을 뿐이지, 필자의 30년 금융회사 경험에 비추어 항목 하나하나가 핵폭탄급이다. 어쩌면 자료 1에서 보는 것처럼 개별 항목 하나하나도 발표가 너무 충격적인데, 14건이나 누적하다 보니 금감원이 고심하여 종합 결과 발표를 결정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금감원 지적 가운데 이미 널리 알려진 A 금융지주의 전임 회장 친인척이 관련된 A 은행 부당대출은 총 730억원이었으며, 특히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 2023년 3월 이후 현 경영진 아래에서 시행한 추가 대출은 451억원으로 전체의 약 62%였다. 오히려 현 경영진의 책임 비중이 더 크다는 점을 금감원은 강조하는 듯하다. 특히 이전 경영진 아래에서 이뤄진 부당대출의 77.1%가 연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 경영진 하의 부당대출도 만기가 다가옴에 따라 추가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금감원 보고서는 지적한다.
또한 전직 금융지주 부당대출 사건 그늘에 가려져 널리 알려지지 않은 13건의 지적 사항도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다. 특히 A 은행 부행장부터 지점장까지 고위 임직원의 부당대출이 무려 27명이라는 사실은 큰 충격을 준다. 통상 금융회사 내부통제는 고위 임원이 오랜 교육과 경험을 통해 ‘선량한 관리자’ 의식이 높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하향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A 은행은 이런 상급자의 신뢰가 무너졌고 이것은 은행원이 따르고 본받을 기준점이 아주 희미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지주 회장부터 지점장까지 고위 임원이 조직적으로 부당대출을 저지른 A 은행에서 은행원은 고객 돈 횡령의 금전적 유혹으로부터 도덕적 선택을 해야 할 때마다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A 은행에는 영업 부문 외에 운용 부문의 비리도 만만치 않다. A 은행은 파생상품의 헤지를 위한 운용을 수익 사업으로 해왔는데 운용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감추기 위한 추가 파생상품 거래를 무모하게 확대했고, 누적 손실이 약 1000억원에 이르는 결과를 초래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평가데이터 조작을 통해 이 과정을 은폐했으며, 이를 상시 감시하고 점검할 리스크 부서는 은폐를 방치하고 눈뜬장님이나 다름없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다.
금감원은 아울러 리스크 관리의식은 A 은행만 아니고 A 금융지주도 형편없었다고 지적했다. A 금융지주는 자본 공제 항목을 회계에서 빠뜨렸고, 같은 곳에 투자해도 자회사별 위험 부담 인식(대손충당금 적립률)이 달랐으며, 파생상품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이를 회계 반영하지 않고 무시했다. 한마디로 A 금융지주의 회계와 리스크관리는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A 금융지주가 리스크관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 최근 있었는데, A 금융지주는 최근 기업 인수 과정에서 의무적인 리스크관리위원회 사전심의를 단 20분에 해치우고 이사회 의결을 거치는 등 리스크관리 절차를 철저히 경시했다. 심지어 해당 인수 관련 주식매매 계약에는 과거 계약 관행과는 달리 금융당국 인허가에 실패할 때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당국은 이상의 금융사고, 리스크관리 소홀, 금융소비자 홀대 등이 금융회사 CEO가 외형 확대에 치우쳐 과도한 경영 목표를 제시한 것에 원인이 있음을 강조했다. 필자는 금융회사 CEO의 외형과 이익 중심 단기 성과 평가가 연임과 성과 보상을 결정하는 구조가 금융산업 성장에 걸림돌이라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게다가 A 은행은 귀책 금액이 10억~20억원인 중과실에 고작 ‘견책’을 처분하는 등 온정적 솜방망이로 징계하면서 고객 돈을 횡령하거나 은행에 손실을 끼쳐도 직원이 겁날 것 없는 어처구니없는 기업문화를 생성하고 만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이번 검사 결과에 A 금융지주와 은행 내부의 구조적 문제 외에 외부의 정치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임종룡 회장은 윤석열정부 인수위원회에서 경제부총리로 임명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으나 고사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경제부총리라는 막연한 공직에 대한 부담감과 사양이 아니라 정부와 인물에 대한 선구안이 작용했고, 지난해 12월 이후 그의 선택은 탁월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금감원장이 현 정권과 밀접한 검사 출신이고 임 회장 취임 당시와 정치적 상황이 변했으므로 A 금융지주와 은행에 집중한 검사 결과 보고서에 음모론적 평가가 따라오는 것도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사실이라면 A 금융지주와 은행에 관한 제재는 강력하게 지속될 것이고, 최근 진행 중인 금융회사 인수 인허가 승인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에서 A가 ‘우리’라는 것은 전임 회장 부당대출 건으로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