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마법, ‘승계’라는 괴물에 잡아먹히지 않는 법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자기 꼬리 먹는 그리스 신화 속 우로보로스처럼 ‘자사주 노림수’ 주의보
한 해를 시작하는 1월이다. 1월은 영어로 재뉴어리(January)인데, 이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문(門)을 상징하는 신, 야누스(Janus)가 어원이라 한다. 문이 경계로 구분하는 ‘안’과 ‘밖’은 이중적인 의미를 상징하며, 이 때문에 야누스는 두 얼굴을 가진 신으로 표현한다. 약 2800년 전의 이 신화는 세상사 뒤따르는 효과나 결과가 단순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야누스 신화는 집단적 이기가 작동하는 경제나 금융 시장의 제도 마련이나 정책 시행에는 반드시 유념할 내용이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상장법인의 ‘자기 주식’ 제도를 개선했다. 금융당국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야심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여기서 중요한 수단으로 경영 과실을 일반주주와 공유하는 주주환원(shareholder return) 방안의 하나가 자기 주식 취득 행위(이하 자사주)이다. 주주환원은 주주에 이익을 돌려준다는 원칙적 의미이므로 자사주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은 매우 긍정적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초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을 선언하자, 기업과 특히 재벌 호응이 컸고 자사주 취득·소각이 2.3배 급증했다. 그러자 겁이 덜컥 난 금융당국은 자사주 악용을 우려하며 연말에 규제를 강화했다.
금융위원회는 재벌이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 모회사를 인적 분할하고 이 과정에서 자사주 의결권 부활 후 유상증자와 현물 출자를 동원해 지배력을 대폭 강화하는 과정을 문제 삼았다. 즉, 자사주는 밸류업 정책 호응으로 금융당국과 호의적 관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지배력 강화를 위한 재원 마련이라는 일거양득 효과를 재벌 기업에 제공한다. 그 사례를 요약한 것이 자료 2이다. 그런데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자본거래 회계지식이 필요하므로 대부분 소액 일반 투자자는 부작용보다는 긍정적 효과에 주목하며 자사주 소식에 부화뇌동 투자에 나서기 쉽다.
올해도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라는 명분으로 경영승계가 절실한 재벌을 중심으로 자사주 취득 또는 처분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에게 있어서도 자사주 영향이 커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나스닥은 ‘News & Insight’ 코너에 개인투자자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자사주의 주주에 대한 영향을 잘 분석하고 정리한 기고를 실었다. 개인투자자가 꼭 확인하고 알아두면 유익할 내용이어서 정리해 본다.
나스닥 기고문에 따르면 자사주가 주주에게 미치는 효과는 복합적이다. 즉 직·간접 효과를 통해 자사주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모두 미친다. 자사주의 첫 번째 직접적 효과는 자기 주식 취득은 총발행 주식 수를 줄여서 기존 주식 소유자의 지분율을 상승시킨다는 점이다. 당연히 자사주만큼 기존 주주는 회사 정책에 의사결정 권한이 커지며, 장기투자자는 회사 전략 방향에 통제와 지지에 영향력이 커졌다고 느낄 수 있다. 자사주의 두 번째 직접 효과는 자사주가 주가를 부양하는 것이다. 당해 주식의 시장 공급이 줄면 수요 공급 원리에 의해 주식가격의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추가 투자 없이 보유 주식 가치가 상승한다. 이러한 효과는 회사 주식의 저평가 시 자사주 취득 등이 있을 때 두드러진다.
세 번째 직접 효과로 자사주는 기업의 배당 관리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사주를 통해 회사는 배당 가능 주식 수를 줄이며 이는 회사가 총배당액을 늘리지 않고도 주당 배당금(DPS)을 키운다. 이는 자사주의 소득효과(income effect)로 추가 투자 없이 공급변화로만 투자자의 총 투자수익(총소득)을 키우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 같은 자사주의 소득효과와 더불어 주목할 것은 대체효과이다. 자사주는 주주 보상을 위한 방법으로 배당을 더 주는 대신 선택할 수 있으며, 이것은 기업에 재무전략의 유연성(flexibility)을 제공한다. 다만 일관성 있는 배당으로 일정한 소득을 기대하는 투자자는 실망할 수 있고, 투자자는 기업의 자본 보상 전략이 자신의 투자 목적과 일치하는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자사주의 간접효과는 투자자 심리와 관련 있다. 첫째 자사주는 회사가 자기 회사 주가가 저평가 상태이며 회사가 강한 재무 건전성을 가지고 있는다고 확신한다는 강한 신호를 시장에 보낸다. 그래서 투자자는 자기 투자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확신하며 추가 투자 매력을 느낀다. 이러한 심리 효과는 때로 실제 자사주의 재무적 의미를 과하게 넘어설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하며 특히 심리 효과는 자사주를 왜 취득하는지와 실행 방법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회사가 재무적 약점을 가리거나 EPS(주당순이익)를 조작하기 위해 자사주가 이용될 수 있으며, 이를 시장이 알아차릴 때 자사주는 독약 남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회사의 자사주 관련 투명한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
두 번째 자사주 간접효과는 자사주는 긍정적 신호이지만,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자사주가 부채로 조달한 자금으로 시행할 때는 과다 부채로 재무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과도한 자사주 취득은 기술개발, 교육, 전략적 기업 인수와 같은 중요 영역으로의 자금 배분을 왜곡하며 이는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할 수 있다.
아울러 자사주는 주주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투자자는 유의해야 한다. 먼저 대규모 자사주는 유통 주식을 줄여 시장 유동성을 약화한다. 이것은 시장 거래량을 줄여 투자자의 효율적 시장 거래를 제약할 수 있으며, 매수-매도 호가 격차를 확장해 거래 비용도 증가할 수 있다. 극단적 경우 유동성 감소는 변동성이 높을 때는 시장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 다음으로 자사주 선언에 시장 반응이 클 때 주가의 커다란 단기적 등락을 가져온다. 또한 자사주가 시장 하락기에 지속 시행하면 주가 안정 효과가 있으나 시장 고점에서는 자사주 취득에 고비용을 초래해 주주가치를 악화할 수 있다.
결국 나스닥 기고는 자사주의 다양한 효과를 고려해서 자사주 투자자는 비용-편익을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자사주 시행의 동기 등 회사의 의도를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경영진에 주식 보상을 위한 자사주 매입처럼 주주환원과는 상관이 없을 개연성이 크다.
주식회사는 자본을 주식으로 증권화해서 시장에서 영업활동을 위한 자금을 조달한다. 주식 발행은 자본의 외연 확장과 축적 수단인데 자기 주식 취득은 이러한 근본 원리에 배치하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괴이하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에 우로보로스라는, 자기 꼬리를 먹는 상상의 동물이 등장하는데, 마치 이를 보는 듯하다. 특히 재벌이 판치는 한국 산업에서 소액투자자는 재벌 승계라는 우로보로스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다양한 장단점을 포함한 나스닥의 자사주 총정리는 개인투자자의 위험 관리에 아주 유용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