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증권사가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되는 이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하나금융그룹의 증권 부문 대표회사에 강성묵 부회장 겸 대표가 자리하면서 하나증권의 그룹 내 입지가 탄탄해지고 있다. 강 대표는 하나은행에서 줄곧 영업통으로 활약하다가 2021년 하나UBS자산운용 부사장을 시작으로 증권업계에 발을 들인 후, 2022년 종합금융투자회사로 자기자본을 확충한 하나증권에 다음 해 대표로 승진 발탁됐다. 정통 영업통이며 ‘함영주 회장 사람’으로 일찌감치 낙점받으며 최근 하나금융의 3인 부회장 체제 개편에서도 그룹 시너지 부문 총괄을 맡았다. 아울러 포스트 함영주의 숏리스트(최종 후보군)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강성묵 대표이사의 올해 신년사를 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이어온 하나증권의 아픔을 알 수 있다. 이 기간 전전 사장(이진국)이 무리하게 추진한 국내외 부동산 투자에 골병이 들면서 대손충당금을 쌓는데 회사의 이익을 낭비했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가 2025년 들어서자마자 금융권별로 올해 유의해서 관찰할 기업들을 발표했는데, 자기자본 5조원이 넘어 초대형 IB를 꿈꾸는 하나증권은 중소형사 다올투자증권과 함께 증권산업의 모니터링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는 수치를 당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약 6000억원에 육박하던 하나증권 순이익은 이듬해 3분의 1 이하로 토막 나더니, 2023년에는 10년 내 처음으로 적자를 보였고 지난해 9월까지는 간신히 2101억원을 회복했다. 2024년 흑자 전환을 놓고 하나금융에서는 하나증권 강성묵 대표의 기여가 컸다고 강조하며 ‘연임의 변명’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 전체적으로 이러한 실적 회복은 산업 평균 수준이며, 필자가 보기에 취임한 첫해 기록한 역사적인 적자에 이은 기저 효과에도 지우지 못하는 성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취임 이후 생각보다는 강성묵 부회장이 이렇다 하게 한 일은 없어 보인다.
아직 지난해 말 자료를 확인할 수 없지만,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은 나이스신용평가의 우려를 충분히 설명하는 것 같다. 자기자본은 장사꾼의 밑천이므로 자기자본 규모가 기업 영업이익의 상한과 하한 등을 결정한다. CEO의 경영 능력은 회사 영업이익이 상한에 근접할지 하한에 근접할지를 결정하는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CEO는 자본별 조달 비용을 충당하고 배당과 재투자할 수 있도록 기업을 경영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기자본 5조원 이상 초대형 IB급 증권회사 군에서 비교하면 하나증권 경영은 대실패에 근접한다.
자료 2는 나이스신용평가가 공시한 종합금융투자 사업자 데이터를 재구성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3분의 1 수준이고, 종투사는 물론 증권산업 전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참고로 하나금융그룹이 공시한 ROE는 10.62%로 하나증권은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자본 배분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하나증권은 1인당 영업이익도 한투증권이나 메리츠증권의 3분의 1 이하 수준이며 이 기록은 자기자본 5조원 이상 종투사에서 최하위이다. 또한 하나증권은 지점당 위탁수수료와 자산관리 손익 합계도 종투사 최하위 수준이다. 하나증권은 과거 대한투자신탁에서 하나금융이 인수한 후 이름을 여러 번 교체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대한투자신탁은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한국투자신탁과 함께 한국 자본시장의 두 마리 공룡으로 불리며 치열하게 경쟁하던 관계였다. 그러나 2005년 하나금융이 인수한 이후 현재 하나증권은 자기자본만 커졌지, 증권산업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회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 하나증권 전신에 몸담았던 필자 경험에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하나금융은 은행 관점에서 하나증권의 ‘성장’보다는 ‘지배와 감시’로 일관했다. 이제는 하나금융 최고 임원 경력 관리의 포트폴리오 수단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현 강성묵 대표라는 생각이다.
강성묵 대표가 정통 은행 영업통으로 함영주 회장의 맥을 잇는 하나금융그룹의 차세대 재원이라고 세평은 있으나, 앞서 언급한 나이스신용평가 자료에 따르면 그의 경영 실적이 그에 대한 호평을 뒷받침하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그래서인지 그가 하나금융그룹 시너지 부문 부회장을 맡은 점(함영주 회장의 배려일 수도 있다)도 어려운 하나증권 경영 실적을 그룹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일 수 있다. 시너지는 다른 사업 부문 간 협업을 통한 부가가치 창조를 의미하지만, 왕왕 일감몰아주기의 명분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심은 제삼자에게 하나금융그룹이 실력에 앞서 권력자에 줄서기 등 ‘정실’이 인사 기준으로 작동한다는 불쾌한 상상을 자극할 수 있다. 과연 강성묵 대표가 올해 하나증권을 제대로 경영해 성장의 ‘알파’를 제시하는 CEO임을 보여주고 필자의 모든 불신을 씻기를 바란다. 참고로 포스트 함영주의 가장 현실적 숏리스트인 세 부회장 가운데 정통 하나은행 출신은 강성묵 대표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