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삼키더니… 계열사에 동냥하는 새우 ‘글로벌세아’ [이슈&웰스]
태림페이퍼·쌍용건설 등 인수하며 의류 넘어 건설까지 사업 영역 확장 그룹 몸집은 키웠지만 업황 악화에 계열사 실적 기대 못미쳐 수익 감소 이자 비용 감당 빠듯…자금난 시달리며 계열사 돈으로 돌려막기 나선듯
의류 제조·수출기업인 세아상역 등 1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글로벌세아가 최근 몇 년간 추진한 공격적 M&A로 인한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모습이다.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에다 늘어난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이 연간 영업이익에 육박하며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세아는 최근 계열사로부터 차입금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자체 현금 창출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운영자금과 기존 차입금 상환을 위해 계열사에 손을 벌리고 있다. 지주회사 곳간에 돈이 말랐다는 방증인 셈이다.
글로벌세아는 2018년부터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 성장을 추구했다. 2018년 STX중공업의 플랜트 사업부문을 180억원에 인수해 세아STX엔테크로 재편했다. 2020년엔 국내 1위 골판지 제조기업인 태림페이퍼와 태림포장을 약 7000억원에 인수했고, 2022년 초 친환경에너지 기업 발맥스기술을 280억원에 인수했다.
또 같은 해 두바이투자청으로부터 쌍용건설을 인수해 건설업 분야로 영역을 확장했다. 주식매매계약 당시 정확한 인수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글로벌세아가 2000억~2500억원가량 투입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두바이투자청과의 매매계약 조건에 따라 이듬해 쌍용건설에 1500억원을 유상증자함으로써 총 인수비용은 3500억~4000억원가량 들어간 셈이다.
이러한 공격적 M&A 전략으로 글로벌세아의 총차입금은 2018년 약 5000억원에서 2023년 말 1조8800억원대로 급증했다. 이로 인해 이자 비용도 2022년 554억원에서 2023년 1084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는 2023년 영업이익 1164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 됐다.
글로벌세아그룹의 재무 부담은 그룹 내 일부 계열사의 경영 악화로도 이어졌다. 세아STX엔테크는 실적 부진과 유동성 위기로 지난해 7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세아STX엔테크는 2021년 당기순손실 72억원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한 뒤, 이듬해 당기순손실 1034억원을 내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에도 발주처가 공사비 인상을 안 해 줘 손실 폭이 컸다고 항변하며 한전 계열사에 손실보전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글로벌세아는 자체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지주회사라서 주요 수입원은 계열사에게서 받는 배당수익, 경영지원 자문료, 브랜드 사용료와 로열티, 자산운용·투자·금융거래 수익 등이 전부이다. 하지만 핵심 계열사인 세아상역 등 주요 계열사들이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이들로부터 받는 수입이 대폭 줄었다.
배당금의 경우 2022년 세아상역으로부터 310억원을 받았지만, 2023년엔 186억원으로 줄었다. 글로벌세아의 별도 기준 영업수익도 2022년 1396억원에서 2023년 689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지분법 평가이익 506억원을 제외한 실제 현금 유입액은 180억여원에 불과한 셈이다.
글로벌세아는 외형 성장에 힘입어 연결 기준 매출은 2021년 3조5738억, 2022년 3조9062억, 2023년 4조6487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2021년 2332억원에서 2023년 1164억원으로 내리막을 탔다. 지난해 202억원 당기순손실을 내며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세아는 자금난에 시달리며 운영자금 명목으로 계열사에 차례대로 손을 벌리고 있다. 업황 부진으로 계열사로부터 현금 유입이 줄어들자, 일부 차입금 상환과 이자 비용 등을 감당하기 위해 계열사로부터 잇따라 급한 자금을 단기차입금 명목으로 당겨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에 빈도 수가 급격히 늘어난 글로벌세아의 단기차입금 누적 금액은 2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30일 쌍용건설에서 50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쓰겠다며 1년 만기로 차입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8월에도 300억원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 가장 많은 자금을 빌려준 세아상역의 경우 지난해 8월 23일 글로벌세아에 344억원(계열사 대여금에 대한 연대보증채무 이행 명목)을 빌려줬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글로벌세아에 대한 세아상역의 대여금 누적 잔액이 1372억원을 넘어섰다. 글로벌세아는 지난해 8월 동원페이퍼로부터도 200억원을 다시 끌어다 썼다.
글로벌세아가 이렇게 특수관계사로부터 빌린 연간 대여금 총액은 2022년 1008억원에서 2023년 1592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또 2023년 글로벌세아의 계열사 채무보증 총액도 1조3395억원에 달한다. 세아상역에 총잔액 9422억원의 보증을 선 것을 비롯해 쌍용건설에도 948억원을 연대 보증했다. 글로벌세아는 연대 보증뿐 아니라 지주사가 보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계열사의 자금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세아가 잇단 M&A를 통해 몸집 키우기에 성공했지만, 업황 악화로 실적 개선이 힘든 상황”이라며 “최근 지주회사와 핵심 계열사들이 모두 유동성 부족 상태를 겪고 있는 상태에서 계열사에 채무보증·담보 제공을 하고,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등 급전 돌려막기에 급급한 모습”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관계자는 또 “올해 글로벌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선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이 치명타를 입기 쉽다”며 “비핵심 자산이나 수익성 낮은 사업부문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해 자금 흐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