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우리금융 골품제, ‘정진완’이 사고뭉치 우리은행 쇄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성골 ‘한일은행 출신’ 은행장 내정… 구태의연한 인사 행태 벗어나지 않는 한 금융사고 반복

2024-12-30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정진완 은행장’으로 또 드러난 우리은행 골품제도의 한계.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연말 우리금융의 인사가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주목받고 있다. 그 이유는 이번 인사 전후에 전직 금융지주 회장의 부정 대출 사건에 이어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과 은행, 현 경영진이 수백억원의 부당 대출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금융당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라며 비판하는 가운데, 금감원이 매운맛을 보이기 위해 이번 달 예정이던 검사 결과를 늦춰 다음 달 발표할 것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우리은행장 인사인데, 차기 은행장에 이른바 우리은행 성골 귀족인 한일은행 출신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이 내정됐다. 우리은행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1999년 합병한 은행이고, 지난 25년 동안 대부분 두 은행 출신이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등 주요 보직을 독차지했다. 신라의 성골이나 인도 카스트 제도가 현대 한국 대표 은행에 존재한다고 생각해 보면 끔찍하지 않은가?

한 발짝 바깥에 서서 보면 부조리한데도 그 안에 있는 사람은 나름 질서처럼 여겨 순응한다. 우리은행은 2008년 이종휘 행장 이후 한일·상업 이외 출신 은행장은 없었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상하다. 그들의 논리는 항상 같다. 고객 서비스를 위해 조직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리의 이면은 한일과 상업은행 출신은 서로 항상 으르렁거리며, 자기들 인사 불이익이 있으면 고객은 아랑곳하지 않고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즉, 우리은행은 국민 세금으로 살려낸 은행인데도 지배권만큼은 자기들 것이라고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장의 신규 선임은 조병규 은행장이 손태승 전임 금융지주 회장의 350억원대 부정 대출 사건에 직·간접 관련이 있어 사임 의사를 밝혔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참고로 손태승 금융지주 회장은 한일은행 출신이다. 우리은행은 이처럼 말도 안 되는 금융 사고 외에도 2022년 700억원대 횡령에 이어 올해도 177억원의 횡령 사고가 터졌었다. 이 같은 금융 사고 모두 장기간 진행된 것으로, 우리은행 직원의 전방위적인 묵인과 방관, 무관심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정진완 은행장’으로 또 드러난 우리은행 골품제도의 한계.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이들 금융 사고가 의미하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은행 직원의 무너진 내부통제 문화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해법으로 우리금융의 처방은 골품제도를 강화하며(은행장 후보도 한일, 상업 각 3인 동수로 선발하여 선택했다), 젊은 CEO를 깜짝 선발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는 1968년생인 57세 차기 CEO가 ‘조직쇄신과 기업금융 중심 영업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라고 추천 배경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내용은 상업은행 출신 조병규 은행장의 자추위 추천 당시의 포부를 밝힌 일성과 대동소이하다. 결국 필자가 보기에 우리은행은 크게 바뀌기 어렵다고 예측할 수 있다. 오로지 조금 젊다는 점 외에는 정진완 은행장이 성공할 것이라는 추정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 달 시행한 우리금융 자회사 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카드 대표에 전 현대카드 오퍼레이션본부장을 내정했다는 점이다. 우리카드는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이 1402억원으로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 2조5244억원에 비할 바 아니지만, 우리금융그룹 내 2~3순위로 중요 자회사이다. 이런 곳에 과거 골품제도가 적용되지 않은 외부 인사가 발을 들인 것은 우리금융의 큰 변화이다. 필자 생각에는 우리은행이야말로 외부 수혈이 필요한 곳이다.

오랜 공적자금 투입 기관으로 심각한 병증(病症)과 한일과 상업은행 출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봉건적 계파주의를 깰 방법은 그야말로 객관적으로 그들 기업문화를 진단하고 안일한 조직 안정 지상주의를 깨는 것이 유일해 보인다. 시작하기도 전부터 우리은행 신임 은행장의 의욕에 초를 치는 못된 사람 같지만, 필자 경험에 세상사 안 봐도 뻔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은행은 구태의연한 수구작태를 상징하는 ‘한일·상업 골품제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결코 변신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