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멘토’ 정갑윤의 성비위, 교직원공제회 이사장 자격 있나 [마포나루]

회식에서 여직원 추행 후 “과오 사죄·재발 방지 대책 마련” 입장문 사건 발생 한 달 지났지만 책임 있는 모습 보인다던 약속 구체화 안돼 임기 2년 남기고 도덕성 흠결… 윤리경영 중시 공제회 잘 이끌지 의문

2024-12-12     서중달 기자
정갑윤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공개된 회식 장소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 홈페이지

정갑윤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공개된 회식 장소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정 이사장은 5선 국회의원 경력에 19대 국회에선 부의장을 지냈고,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멘토로 알려진 인물이어서 그 충격의 강도가 더하다. 특히 사건은 그가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1년가량 된 시점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기가 2026년 12월 17일까지여서 아직 2년 이상 이사장직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제회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이사장이 지난달 7일 공제회가 운영하는 지리산 가족호텔에서 열린 지부 직원 연수에서 수도권 지역 상담실에 근무하는 계약직 여직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전했다. 당시 정 이사장은 음주 상태였으며 현장엔 공제회 직원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공제회 직원들 사이에 거센 비판이 제기되자 정 이사장은 “결코 있어선 안 될 불미스러운 일이었다”며 사과하고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사죄,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공제회 관계자는 피해 여직원이 당시 충격으로 병가를 내고 외부와 연락을 차단한 채 지내다 최근 이사장의 사죄를 받아들였으며 관련 사안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에 상당한 마음의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당사자가 성 비위 사건의 공개로 인한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정 이사장은 입장문에서 화합과 소통을 활발히 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지만, 자신의 부족함으로 과오가 빚어졌다고 사죄했다. 하지 말았어야 할 잘못된 행위로 인해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후유증에 시달리게 했음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성인지 감수성 결여로 벌어진 사건에 대한 뒤늦은 자기 고백인 셈이다.

이와 관련 공제회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이사장의 자진 사퇴를 포함한 거취 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공제회 측은 정 이사장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뚜렷한 만큼 조합원들의 의견 취합을 통해 책임 수위 등을 조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입장문. /독자 제공

다만 공제회 측은 자초지종을 묻는 질문엔 피해자가 사과를 받아들여 ‘사적으로 정리된 사안’이라며 외부 공개로 인한 피해자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보도 자제를 부탁하는 말을 남겼다. 물론 2차 피해의 심각성은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이지만, 오랜 세월 공인으로서 사회의 지도층 위치에 있었던 인사의 해서는 안 될 비위 행위를 덮고 가는 게 최선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선 피해자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는 점을 공감하고 내부 직원들이 피해자를 따뜻하게 보듬고 감싸 주는 후속조치가 중요하다. 그동안 2차 피해를 주장한 경우를 살펴보면 피해자를 위축시키고(또는 소외시키고), 사건 축소를 원하는 갑의 위치에 있는 가해자 입장에서 던지는 주문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직원공제회는 90만 교육가족의 소중한 자산 64조원을 관리하는 곳이다.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윤리·투명경영이 중시되고 있고, 이사장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도덕적인 품성이 가장 우선시 돼야하는 곳이다. 정 이사장이 이번에 자신이 자초한 결정적인 흠결을 안고 2년이나 남은 임기 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직은 지난해 공모 접수에 전직 국회의원 10여명이 지원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능력과 자질 검증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궁금한 부분이다.

정 이사장은 자유한국당 소속 4선 의원이었던 2019년 9월, 여성인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향해 “결혼 안 하셨지. 출산율이 결국 대한민국을 말아먹는다. 후보자가 그걸 다 갖췄으면 100점짜리”라고 발언해 민주당 여성 의원들로부터 성차별·여성 비하 망언이라는 비난을 받은 일이 있다.

정 이사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사죄와 함께 책임 있는 모습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그로부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성비위 가해자 대부분이 차일피일 미루다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지기만 기다리며 뭉개는 행태를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