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 사람’ 윤석대, 수자원공사 물 흐린 미꾸라지? [마포나루]

고위직 신설 특정인 특채 의혹에 횡령·회계비리·성비위·중대사고 속출 국정감사에서도 “윤 사장 중대재해 사망사고에도 외유·개인 휴가” 지적 “깨끗한 물 유지가 생명인데 나사 풀린 조직 내부 오염수 터져 나와” 비판

2024-12-04     서중달 기자
한국수자원공사 대전 본사. /K-water

‘고위직은 줄이어 비전문가 낙하산, 간 큰 직원들은 거액 횡령 속출, 주먹구구 예산 운용팀은 수탁사업비 8000억원대 전용, 기강 해이 직원들은 성 비위 잇따르고 안전 불감증에 중대재해 사망 사고도 멈추지 않고…’

그야말로 머리부터 수족까지 나사가 풀릴 대로 풀려버린 공기업 한국수자원공사 조직 문화의 단상입니다. 식수와 공업용수 공급은 물론 물관리 사업을 도맡아하는 거대 조직인데다 녹조 예방 등 ‘깨끗한 물’ 유지가 생명인 곳입니다. 그런데 최근 몇년 새 수자원공사에서 들려온 뉴스들을 살펴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여기저기 조직 내부에서 오염수가 터져 나오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내외부에선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원초적인 이유를 잇단 낙하산 인사에서 찾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비전문가들이 고위직으로 속속 감투를 쓰는 행태가 이어지며 조직이 느슨해지고 곳곳에 구멍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윤석대 사장이 취임하자 곧바로 ‘낙하산 보은 인사’ 논란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윤 사장이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중앙선대위 비전기획실장, 비서실 정책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윤 사장의 전문성 부족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습니다. 역대 수자원공사 사장들은 토목건설이나 수자원 관련 경력이 있는데 “어떤 능력으로 사장이 된 것 같냐”라는 추궁이 이어진 것입니다. 윤 사장이 답변으로 내놓은 경력 카드는 도시계획 분야 석사학위와 금융권 사이버 침해사고 대응체계 개선방안 논문으로 받은 박사학위였습니다. 전임 사장을 밀어내고 수자원 관련 경력이 없는 윤 사장이 낙하산을 타고 오면서 능력 있는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았다는 비판이 이어졌었죠.

수자원공사의 ‘낙하산 인사’ 논란은 올해 국감에서 더욱 시끄러웠습니다. 공사가 2022년 내놓은 고위직 축소·인원 감축 계획과 달리 고위직급인 미디어홍보센터장과 정책협력센터장이라는 자리를 신설하고, 대통령실에서 2년간 일했던 행정관 출신 권모씨를 채용한데다 특혜 의혹까지 불거진 탓입니다. 당시 공사는 ‘개방형 채용’ 공고문에 지원자격 증빙서류를 요구했고 여기엔 반드시 수행업무가 명시돼야 한다고 했지만, 권씨가 제출한 경력증명서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공사 측이 적극 해명했지만, 국감에서 부정채용 의혹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새로 채용된 이들의 근무지가 대전 본사가 아닌 과천으로 지정된 것도 특혜로 보인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결국 특정 인물에 특혜를 주기 위해 자리를 신설하고 근무지도 수도권으로 ‘맞춤 특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습니다.

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컨트롤타워를 채우다 보니 내부통제와 안전 대책에 허점이 드러난 것일까요. 최근 몇 년새 공사에선 성 비위 사례는 물론 중대재해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최근 4년간 직원 18명이 성 비위로 징계를 받았고, 올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직원 1명이 파면당하고 3급 직원 1명은 4급으로 강등당했습니다. 파면당한 직원의 경우 4개월 가량에 걸쳐 성 범죄를 지절렀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습니다.

공사에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5건의 중대 사고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모두 윤 사장 취임 이후 발생했고 피해자 대부분은 하도급업체 직원이었습니다. 논란을 키운 것은 윤 사장이 사업장에서 사망자 발생에도 불구, 외유를 나가고 개인 휴가를 갔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월 국감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4월 말 시흥 건설현장 붕괴사고 피해자가 사흘 만에 숨졌는데 윤 사장은 하루 전부터 이틀간 개인휴가를 간 것으로 확인됐고, 청도 운문댐 사고 당시에도 2명이 사망한 다음 날 휴가를 떠났습니다. 사흘 후엔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해 독일로 4박6일 출장을 간 것입니다. 7월 공주정수장 사고, 8월 함평군 가압장 사고 당시에도 윤 사장은 서울 출장을 이유로 현장을 지키지 않아 안전불감증에 대한 질책과 대책 마련 요구가 있었습니다.

공사의 내부통제 부실은 더욱 심각합니다. 최근 3년간 103억원에 달하는 횡령 사고와 정부 수탁사업비 8000억원 가량을 전용한 사실이 밝혀지며 과거부터 이어져 온 조직 전체의 기강해이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수탁사업비 전용 문제는 자체사업비, 운영자금 등과 혼용해 관리하면서 벌어진 일로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졌지만, 부족해진 수탁사업비가 어디에 쓰였는지는 정확히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이 같은 주먹구구식 회계 관리에도 장기간 쉬쉬하며 묻어뒀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수자원공사의 비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관리해야 할 사업분야와 규모가 큰 만큼 직원들의 도덕성과 근무기강 강화가 불가피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조직 내부의 사기진작이 동반돼야 가능한 일입니다. 전문 경험이 전무한 외부의 낙하산 인사가 지속되는 한 조직에 대한 실망감이 깊어질 뿐입니다. 최소한 도덕적이면서도 책임감 있고 능력 있는 조직 내부의 인물이 차근차근 승진해서 컨트롤타워 위치에 올라야 원활한 소통과 촘촘한 조직문화를 이끌수 있을 것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따라 내리꽂듯 하는 공기업 낙하산 인사의 병폐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이 절실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