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뭐길래? LG CNS 상장과 ‘코브라 이펙트’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최근 LG그룹에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회사는 지난 2일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요건을 충족해 적격 결정을 내린 엘지씨엔에스(LG CNS)일 것이다. LG그룹은 2022년 5월에도 상장을 추진하다가 철회한 적 있는 LG CNS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상장이야 주식회사가 원활한 자본 조달 수단을 마련하고 기업 평판을 공고하게 하는 경사스러운 이벤트지만, LG CNS의 경우에는 서두르는 듯한 기업공개 배경을 놓고 다소 논란이 일고 있다.
LG CNS는 LG그룹에 속한 각 회사가 필요한 IT 시스템 개발과 유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SI(system integration) 담당 회사이다. 현대 기업에 마케팅과 의사결정, 제품 개발 및 생산 등 모든 기업활동에 IT는 필수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LG그룹 정도면 소속된 수많은 기업에 대한 SI 서비스 수요만 해도 그 규모가 작지 않은데, 필수적인 IT 수요를 외부 회사에 비용으로 지출하지 않고 그룹 내부 매출로 전환하려는 동기가 발생한다. LG CNS는 이 역할을 담당하는 회사다. 한마디로 LG CNS는 LG그룹의 후광에 의존해 성장하는 회사다.
따라서 상장을 앞둔 LG CNS의 성장성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비상장 회사의 기업 가치는 최근 영업이익에 유사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해 추산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LG CNS의 약 3개 연도 영업활동 추세가 중요한데, 자료에서 보는 것처럼, 2021년부터 LG CNS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이 급증하며 재무 상황도 개선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업이익 추세 개선 시점이 2021년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2020년 4월 LG CNS의 지배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가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으로 대표하는 LG그룹 총수 일가는 올해 6월 말 기준 지주 회사인 ㈜LG 지분을 41.70% 가지고 있고, LG는 LG CNS 지분 49.95%를 보유해 지배하고 있다. 왜 49.95%일까? 통상 지배력을 확실하게 확보하려면 지분을 50% + 1주 이상 보유하는 것이 상식이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2020년 3월까지 LG의 LG CNS 보유지분율은 무려 84.95%였다. 이것이 문제였다.
2020년 6월 공정거래위가 공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재벌기업의 ‘사익편취 규제’가 주요 내용이었다. ‘총수 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인 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내부거래를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부터 공청회 등을 통해 공정위가 추진하던 법 개정을 2020년부터 본격화한 것인데, LG그룹은 이에 신속하게 대처해 LG CNS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하고 보유지분을 50% 미만에서 최대한 보유할 수 있도록 지분을 49.95%까지 축소했다. 이때 35% 지분을 인수한 곳이 호주계 투자은행인 맥쿼리의 사모펀드(PE)였다. 맥쿼리PE는 3051만9074주를 주당 3만2828원인 약 1조19억원을 투자해 인수했다. 맥쿼리PE는 인수 당시 주주 계약을 통해 다양한 최종 정리(exit) 조건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관련 언론 보도를 정리하면 보장수익률과 LG 측 콜옵션(약속 가격에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과 맥쿼리PE의 풋옵션(약속 가격에 지분을 팔 수 있는 권리)인 위약 매수 청구권, 5년 이내 상장과 공모가 수익률 미달 시 보상 약속도 포함한 상태다.
LG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회피를 위한 LG CNS 지분 매각 이후 공교롭게 LG CNS의 매출액이 급격하게 늘며 영업이익도 개선되었고, 배당도 늘어났다. 그 결과로 어부지리를 얻은 곳은 맥쿼리로 보인다. 맥쿼리는 2020년부터 누적 배당금 1421억원을 받았고, 올해도 전년과 같은 규모의 배당을 받는다면 상장 전 총 누적 배당금은 약 1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LG CNS 상장이 순조롭게 진행됐을 때 기업 가치를 5조~8조원으로 추산하는데, 맥쿼리의 35% 지분가치는 1조7500억원에서 2조8000억원이므로 최초 투자액을 제하면 9381억~1조9881억원의 투자 이익을 가져간다. 이때 맥쿼리의 총 투하자본 이익률은 약 94~198%에 이른다.
LG CNS 지분을 인수한 맥쿼리는 100% 해외 금융자본이다. 결국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회피를 위해 1조~2조원의 국부가 글로벌 투자은행에 유출되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경제학적으로 ‘인사이드 머니(inside money)가 아웃사이드 머니(outside money)로 전환하는 것’은 심각한 현상이다. 쉬운 말로 국부 유출이다. 한 경제체제 내에 화폐나 부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은 자본형성 과정이 위축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중요한 부작용이 있다. 결국 공정위의 재벌 사익편취 억제 정책은 다급해진 재벌의 분별없는 행동을 유발해 재벌 몫의 사익을 해외 사모펀드에 내주고만 효과다. 이러한 LG그룹의 대응을 공정위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 같다. 차라리 재벌이 사익을 편취하는 것이 옳은지 사모펀드를 통해 국익이 유출하는 것이 좋은지 생각해 볼 대목이지만, 필자는 입맛이 씁쓸함은 어쩔 수 없다. 구광모 회장 집안에서는 장자 승계의 부작용이 낳은 모자간 상속재산 분쟁이 일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처럼 해외 사모펀드 개입이 있을까 필자는 심히 우려된다.
‘코브라 이펙트’(Cobra effect)는 선의의 정책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으로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인도에서 인명 피해를 주는 코브라 개체 감소를 위해 코브라 잡기에 보상을 줬으나 오히려 코브라를 양식하는 사업이 출현했고 코브라 개체 수는 급격히 늘었다. 이러한 상황을 비유해 공공정책 관점에서 코브라 이펙트라고 했다. 공정위는 재벌 사익편취를 규제하려 했으나 LG는 LG CNS 지분을 아슬한 49.95%로 줄여 규제를 회피한 이후 매출액이 늘었고 기업 가치도 크게 키웠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그룹은 이 과정에서 손 안 대고 코 풀었다. 개방된 자본시장에서 새로운 유형의 코브라 이펙트를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재벌 LG그룹이 창조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