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보호, ‘자본시장법 개정’만으로는 안 된다
경제개혁연대 “이사회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포함” “상법 개정과 동시에 추진해야 자본시장도 밸류업” “자본시장법 개정으론 편법 확산 풍선효과 우려 커”
최근 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과 정부가 발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화두로 떠오르며 재계와 시민단체들 사이에 찬반 논쟁이 뜨겁다. 두 법안이 내세우는 핵심 키워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돼 온 소액주주의 이익 보호장치를 마련해 국내 증시를 밸류업하자는 것이다. 모든 기업 활동의 모법이라 할 수 있는 상법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지금처럼 ‘회사의 이익’만 적시한 상태를 유지할 것인지 ‘주주의 이익’을 함께 명시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이런 가운데 경제개혁연대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법 개정과 보완적 관계에 있음을 강조하고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그동안 소외돼온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한국 자본시장 밸류업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3일 논평을 내고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이것만으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을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에 동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놓은 자본시장법은 상장회사의 합병, 중요한 영업·자산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이전·분할 또는 분할합병의 경우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합병의 목적과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을 의견서를 작성해 공시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또 모든 합병에 대해 외부 평가기관에 의한 평가와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규율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각종 자기주식 거래, 증자와 감자, 현물출자 등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다양한 사례를 규제할 수 없고 특정거래에 대해서만 주주보호 의무를 규정함으로써 다른 유형의 편법이 확산되는 풍선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정부가 제시한 절차(이사회의 의견서 작성 및 공시, 외부 기관에 의한 평가와 공시)만으로는 이사회와 외부 평가기관이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성을 결여하고 있어 주주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할 수 없는데다 형식적 절차 준수만으로 거래의 공정성을 인정해주게 될 우려가 있음을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긍정적인 측면도 인정했다. 비계열사간 합병뿐 아니라 계열사가 합병에 대해 현행 자본시장법의 일률적인 가액 산정기준을 폐지하고 주식가격,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한 가액으로 결정토록 한 부분이다. 계열사간 합병 등에서 상장회사의 합병 가액을 10% 범위 내에서만 할증·할인하던 방식에서 주식의 실질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더 큰 폭으로 할인·할증할 수 있게돼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경제개혁연대는 정부 발표안이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까지 확장하자는 상법 개정 추진과 서로 보완관계에 있다며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두 법안 개정의 취지가 공동적으로 일반주주의 권리보호를 위해 제안된 것인 만큼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원칙과 이사회 및 주총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쪼개기 상장, 합병 등 개별 문제에 대해 규율하면 자본시장 밸류업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이 당론으로 결정,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법 개정에 재계와 경제단체는 격렬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난달 21일 삼성, 현대차 등 국내 주요기업 16곳 사장단과 한국경제인협회는 긴급 반대 성명을 내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할 경우 기업의 경영활동이 지나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상법 개정 저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