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수소 빈수레 요란한’ 현대차 정의선, ‘화약고 안고 달리는’ 넥쏘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미국 리콜에도 “아직 화재 보고 없었다” 느긋… 정 회장 경영 능력 평가로 비화 우려

2024-11-15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27년 수소 빈수레 요란한’ 현대차 정의선, ‘화약고 안고 달리는’ 넥쏘.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현대자동차는 ‘수소’에 진심인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이다. 윤석열정부의 강력한 ‘원전’ 정책에 풍력, 태양열 등 다른 재생에너지 산업이 후퇴하고 있으나, 현대차는 그나마 주요 청정 미래 에너지인 수소에서 앞서가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19년 세계적 기업 CEO가 주도하는 국제 수소 경제개발 협력 민간 기구인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 140개 회원사들의 시가총액은 9조달러, 고용인원 680만명, 영업이익 6조400억달러에 이른다) 공동 회장을 맡은 적이 있고, 올해 6월부터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공동 회장을 맡았다. 글로벌 수소 경제 생태계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현대차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자료 1. /출처=현대자동차

현대차의 수소에 대한 관심은 ‘도전’을 넘어 ‘집착’에 가깝다. 선대 정몽구 회장 시절 한국경제가 위기에 빠져 IMF 구제 금융을 받고 수많은 기업이 파산하고 은행마저 망하던 1998년, 현대차는 수소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삼성전자가 1977년 반도체 사업을 시작해서 약 20년 지나 성공 방정식의 해를 찾은 것을 모두가 목격한 때이다. 삼성의 반도체와 달리 현대차가 27년 동안 수소 사업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화석 연료’ 헤게모니로 대체 에너지 ‘수소’ 관련 기술 개발이 크게 지연됐기 때문이다. 그랬던 ‘수소’가 최근 탄소중립의 대안으로 세계적 관심 속에 떠오르며 기술 개발이 급진전하고 있다.

자료 2. /출처=현대자동차

지난 8월 28일 장재훈 사장은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이러한 현대차의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 이날 행사는 현대차 주식 수요와 시장가격에 영향력을 가지는 국내외 투자자,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에 회사의 주요 경영 전략과 재무 목표를 대표이사가 직접 설명하는, 현대차에 아주 중요한 자리였다. 이날 장 사장은 현대차의 수소 사업에 대해 별도의 장까지 마련하며 공들여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수소 밸류 체인’을 형성하며, 향후 10년간 이 사업에 5조7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현재 현대차 수소 사업의 상징이며 자랑거리는 바로 2018년 개발한 수소 연료 전지 전기차(FCEV) ‘넥쏘’(NEXO)이다.

자료 3. /출처=현대자동차

넥쏘는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고 충전하여 구동하는 자동차다. 현대차 홈페이지에 게시된 2024년 모델 소개에 따르면 넥쏘는 수소 연료 한번 충전에 세계 최고 수준 항속 거리인 609km를 갈 수 있고, 기본가격이 세제 혜택 후 6950만원부터 시작하는 꽤 비싼 차종이다. 긴 항속 거리에도 수소 FCEV의 가장 큰 장점은 완전 충전 시간이 5분 이내인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넥쏘는 최장 항속 거리와 더불어 충격, 파열, 화염 시험으로 안전성이 검증된 수소 연료탱크가 탑재됐다고 현대차는 크게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자동차 판매 시장인 미국에서 넥쏘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던지는 일이 벌어졌다.

자료 4. /출처=NHTSA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최근 현대차 미국법인(Hyundai Motor America, 이하 HMA)의 리콜 보고서를 공개했다. HMA가 지난달 11일 제출한 리콜 보고서에 따르면 대상 차종은 모델 연도 2019년에서 2024년(생산은 2018년 8월에서 2023년 8월)까지 생산된 넥쏘로 약 1545대이다. 현대차가 넥쏘를 2018년 개발했으니 사실상 이 차가 세상에 나와 미국에 팔린 모든 차량이 리콜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NHTSA는 넥쏘의 ‘열활성화 압력 방출장치’(TPRD) 결함으로 화재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TPRD는 수소탱크 주변에 과열이 발생할 때 과다 압력을 방지하려고 대기로 수소를 배출하는 장치이며, 일정한 온도에 도달하면 유리 구 형태 장치가 자연 균열로 수소를 방출하도록 한다. 그런데 정상 기기 작동 중에 유리가 미세한 균열로 이 장치가 조기에 깨지며 수소가 무방비로 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HMA는 넥쏘 리콜 전까지 건물 외부에 건축물과 거리를 두고 주차할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세계 어디에서도 아직 넥쏘 화재 보고는 없었다’라고 AP통신에 입장을 밝혔다.

자료 5. /출처=하나증권, 현대자동차 공시자료 재구성

장재훈 사장의 원대한 포부와는 달리 현대차 수소 사업의 플래그십(plagship)인 넥쏘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싸늘하다. 자료 5에서 보는 것처럼 현대차의 수소 FCEV 판매는 2018년 개발 이후 2022년까지 빠르게 증가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지난해부터 급감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의 약 60%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은 더욱 심각한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넥쏘 화재 위험에 대한 미국에서의 리콜은 현지 소비자의 발길을 끊게 할 것임이 틀림없다.

아울러 현대차가 공시한 생산 판매 현황을 보면 넥쏘는 국내에서 생산해서 극히 일부분을 수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출품을 국내 공급품과 다른 부품으로 제작하지 않는 한, 결국 미국에서 시작한 넥쏘 리콜이 국내에서도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지난 14일 현재 넥쏘의 미국 리콜 내용과 동일한 리콜은 한국교통안전공단 정보에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최근 국내에서 전기차 화재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만일 넥쏘 판매의 대부분인 국내 판매분도 ‘화재 위험’에 따른 리콜이 시작되면, 수소 연료 전지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어 현대 수소차에 대한 수요는 동면에 들어갈 위험이 있다.

‘27년 수소 빈수레 요란한’ 현대차 정의선, ‘화약고 안고 달리는’ 넥쏘.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수소 사업에 관한 현대차의 의지와 현실은 반대로 움직이는 듯하다. 현대차는 올해 5월 현대모비스에서 수소 관련 공정을 이수해 일괄 연구-생산 체계를 완성했다. 이를 위해 ‘3세 승계를 위해 현대모비스 주가를 일부러 관리하는 것인가’라는 비판을 ‘청정에너지 수소’라는 명분으로 정면 돌파했다. 그 연속 과정으로 8월에는 수소 사업전략을 발표했고, 정의선 회장은 GM에 이어 토요타와 수소 동맹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언론에 홍보하는 중이다. 그러나 넥쏘 판매 감소에 따른 시장 외면이나 화재 발생 위험 등 치명적 기술 결함이 드러나면서 잘못하면 ‘27년 공들인 수소 사업이 빛 좋은 개살구 농사가 되나’라는 곱지 않은 시선과 걱정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선대부터 이어온 수종 사업을 육성하지 못하고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정의선 회장 경영 능력의 부정적 평가로 비화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