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 먹칠’ 안국약품 어진 부회장, 출소 한 달 만에 대표 복귀 문제없다? [이슈&웰스]
가업 상속제도 활용해 100억 넘는 상속세 공제받으려는 의도 해석 “불법 전력 오너 대표 복귀로 고객 신뢰·기업 이미지 훼손” 비판 “당장 눈앞의 이익만 보고 기업 지속가능성 팽개친 셈” 지적도
직원들에게 불법 임상시험을 실시한 혐의로 징역 8개월 형을 치르고 지난달 출소한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이 12일 서두르듯 대표직에 복귀했습니다. 그의 경영 복귀는 출소 전부터 예상됐던 일이긴 하지만, 부랴부랴 급페달을 밟는 듯한 모습에 업계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불법 임상시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오너가 출소 후 곧바로 대표이사직을 맡는 게 윤리적으로 합당한가라는 문제 제기입니다. 업계에선 기업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어 부회장이 경영 복귀를 서두른 이유로 상속세 문제 해결을 꼽고 있습니다.
안국약품은 12일 원덕권 대표와 어진 부회장이 각자 대표로 선임됐다고 공시했습니다. 2022년 3월 대표직을 사임한 후 2년 만의 복귀입니다. 지난해 사내이사로 복귀하긴 했지만, 대표직을 맡지는 않았었습니다. 시장에선 어 부회장이 이번에 다시 대표이사직을 맡은 건 상속세 감면을 받기 위한 것으로 풀이합니다.
어 부회장은 2022년 12월 고 어준선 명예회장으로부터 안국약품 지분 20.35%를 상속받아 기존에 갖고 있던 지분 22.68%와 합쳐 43.22%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당시 종가 기준으로 260억여원에 달합니다. 과세가액이 30억원을 넘기 때문에 상속세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 10%까지 적용할 경우 상속세는 약 1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어 부회장이 취득한 지분은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가업상속제도란 10년 이상 가업으로 이어온 중소기업이나 연매출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을 상속으로 승계할 경우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 줘 가업승계로 인한 부담을 덜어 주는 제도입니다.
어 부회장이 취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로 인한 회사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대표이사에 오르지 않고 분납 등의 방식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복귀함에 따라 가업상속제도를 활용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업상속제도는 상속인이 상속세 신고 기한부터 2년 이내에 대표이사직에 올라야 적용됩니다. 어 부회장의 신고 기한은 2023년 2월이었기 때문에 상속세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선 내년 2월 전에는 대표이사로 취임해야 합니다. 어 부회장이 출소 한달여 만에 서둘러 대표이사에 오른 이유로 추정됩니다.
어 부회장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일각에선 불법 전력이 있는 오너가 제약사의 대표로 복귀한 것이 윤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많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책임과 윤리 경영에 대한 신뢰가 다른 업종보다 중요시될 뿐 아니라 국민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제약사의 대표를 불법 임상시험 전력이 있는 오너가 맡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입니다. 안국약품이 불법과 무리한 이익 추구를 위한 경영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우지 못함으로써 고객의 신뢰가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오너가 100억여원의 상속세를 아끼려 안국약품의 기업 이미지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비난까지 들립니다. 제약사 안국약품이 불법을 저지른 오너의 복귀를 용인하면서 고객과 사회가 요구하는 윤리적 기대치를 무시하는 것은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안타까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안국약품이 100억 넘는 상속세와 ‘기업 이미지·고객 신뢰’ 가운데 당장 눈앞의 이익을 택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한편 어 부회장은 2016년 식약처의 승인없이 개발 중이던 혈압강하제를 연구소 직원 16명에게 투여했고 2017년엔 직원 12명에게 항혈전 응고제를 투여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2심에서 징역 8개월 형을 선고받고 지난달 출소했습니다. 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의사 85명에게 89억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2019년 기소돼 5년째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