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로 본 미국 대선 이후, 문제는 ‘세 가지’야! [김경훈의 시네노믹스]
미 국채 수익률 안정화 여부, 인플레이션, 자산시장의 혼돈 대비해야
사회적 기류를 어떻게 해서든 어떠한 압력에서든 풀어헤쳐서 드러내는 영화들은 기나긴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그런 면에서 <베테랑2>는 야심을 숨죽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중심축인 사회악은 상남 12인조와 그들의 부모가 향유하는 권력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편리하게 말단 순경이 사이코패스였을 때 얼마나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는지만 묘사할 뿐이다.
더구나 스스로 입술을 찢어 만든 조커의 웃는 얼굴과 다르게 늘 감추기 어려운 조소를 품고 있는 경찰의 웃음기 번진 얼굴은, 딜레마적 과제를 던지기에도 도구화된 정의를 부르짖기에도 너무 가벼운 허리를 갖고 있어 곧 부러질 것이라는 인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최근 드디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빅컷을 단행하고 금리 인하기의 도래를 선언했는데, 파월과 옐런의 컬래버는 누가 보더라도 해리스를 위한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파월의 진지한 얼굴이 상남 12인조를 처단한 민강훈이라면, 커튼 뒤에서 정보 비대칭 혹은 푸코의 파놉티콘 같은 시선적 우위를 즐기고 있는 박선우의 얼굴은 옐런과 같다.
나스닥의 최근 한 달간 움직임이 얼마나 인위적인지는 ‘대선 전 3개월간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면 당시 집권층의 후보가 당선된다’라는 속설을 떠올리면 금방 수긍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금리 인하 자체보다는 다음의 세 가지 문제 인식을 안고 미국 대선이 끝난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A. 우선 미 국채 수익률의 안정화 문제이다. 옐런이 최근 풀어대는 돈은 10명 안팎의 월가 헤지펀드에게 3개월 만기 초단기 국채를 발행해서 조달하는 것인데, 대선이 끝난 후에 10년 만기 장기 국채로 대환할 수 있느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공화당이 미 행정부를 다시 셧다운시키거나,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증액에 쉽게 합의해 주지 않고 미 정부를 디폴트 상황에 근접시킴으로써 채권수익률을 폭등시킬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B. 다음은 인플레이션 문제이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이어서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도 숨 가쁘게 실행함으로써 이란을 시험하고 있는 상황은 미 대선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트럼프인지 해리스인지 승자를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유가와 지구적 공급망을 좀 더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고 또한 수년간의 긴축을 끝내고 경기부양을 선언한 중국의 기지개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불을 지필 가능성도 잠재되어 있다.
C. 그리고 이에 파생되는 자산시장의 혼돈이다. 전가의 보도 같은 미국의 경기 침체기와 산업구조 전환기의 일치는 미국 외부 즉, 유라시아대륙이나 중남미 등의 지정학적 위험이나 경제적 위기의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기축 통화국인 미국의 달러를 계속 안전자산으로 여기게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와는 다르게 유럽이나 중국의 협조를 구할 수 있게 했던 세계화는 이미 파탄 나 있고, G7은 브릭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형국이다. 헤게모니 자체가 축의 이동을 시작하지는 않았어도 그 틈을 엿보인 것만으로 미국은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결국, 대선 이후에는 미국이 금리 인상을 재부팅해야 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세컨드 임팩트를 자국에게 불리하지 않게 전환할 수 있는 나라들은 많지 않다. 예를 들면, 금리 인하 외에도 변칙적인 유동성 주입이 가능한 중국이나, 미국의 금리 재인상기에 엔캐리 청산 위험을 완화하며 자국의 금리 인상 시점을 동조시켜야 하는 일본, 미국과 거의 한 몸인 영연방 국가 등 2022년 이후 미국의 금리인상기에 긴축의 입장에서 보조를 맞추었던 나라들 외에 세계는 재앙적 수준의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 환란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꽃 피웠던 K-드라마의 시즌2들이 대부분 몰락한 것을 보면 문화는 억압적 분위기와 마주쳐서 자의식 과잉으로 숨어버리는 경향이 있음을 다시 확인하게 되지만, 우리는 역사나 사회와 괴리된 에고, 설혹 세계시민으로 포장된 개인들에게마저도 기어코 붕당의 가시관을 씌우고 마는 문화적 전통을 장착하고 있다.
그렇게 훈련된 경제 주체들은 역설적으로 전체주의 앞에서 더욱 무력해지는 개인화한 소시민들을 다시 광장으로 불러들이고 경제위기를 극복할 공동체를 구성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다시 중요해지는 것은 대기업들의 경쟁력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의 문제이지만, 장차 닥칠 경제위기 즉, 시장에 맡기면 될 일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단순하게 ‘차입경영과 공급과잉’에서 비롯되었다면, 내년 경제위기는 ‘소비절벽과 기술지체’이다. 달리 말하면, 합병이나 감원 등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자산시장의 구성비를 조정하고 AI 산업으로의 자본조달이라는 과제를 수행하는 기업만이 도태하지 않고 다국적 기업으로서 살아남는다. 다만, 미국이나 중국·유럽 등의 정부와 기업들이 AI 산업에 쏟아붓는 연구개발비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사람에게 기대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90년대처럼 애국심이 아닌 충분한 보상에만 반응할 것이다.
<베테랑2>를 만든 류승완은 늘 사람의 문제를 다루는데 이번에는 길에서 벗어난 사람, 사이코패스를 다뤘다. 딜레마로 가득한 플롯엔 와류가 일어나지 않고 평면적인 교호작용만 일어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른바 시니피앙 연쇄가 멈추는 짜깁기된 심연에서 무엇을 들고 나왔는지 알 필요도 없다. 타자에 감응하지 않기 때문에 시대가 가공된 표정 속에 흩어진다.
문제는 대중매체가 셀룰러폰 속에서 격렬하게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자본이나 권력이 매체와 모종의 연결망 속에서 가동하는 ‘시뮬라크르 자전’(cf. 수년간 미등기한 부동산거래, 신의 가호를 받는 듯한 네타냐후의 오차 없는 암살, 스태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사라진 고용 지표 등)은 집단 지성을 집단 사고(group think)나 집단 무의식 단계로 퇴행시킨다.
그는 분명히 현실을 재현했겠지만, 그 현실이 오염된 원본이거나 하이퍼 리얼에 지배당하고 있다면, 라면 한 끼로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그에게 느끼는 연대감 또한 변함없으니, 그의 다음 영화를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