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서민기금 1800억원’ 손실, 미래에셋은 몰랐나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6개월 전 ‘균열’ 알아놓고… 오히려 ‘주택도시기금 운용’ 대대적 홍보, 한 달여 만에 허공으로
주택도시기금은 국민주택채권, 청약저축 등으로 자금을 조성하여 국민주택 및 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주택사업자와 개인 주택수요자에게 자금을 지원하도록 법률로 조성하는 기금이다. 이 같은 설명으로 미뤄 알 수 있듯이 해당 기금은 서민주택 건설이 주요 용도이며, 한마디로 정부가 강조하는 ‘민생 주택’ 기금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처럼 중요한 기금은 <주택도시기금법>에 근거하여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이 운용·관리하며, 국토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기금 운용과 관리 사무를 위탁한다. 또한 <주택도시기금법> 제9조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대통령령에 정하는 방법으로 기금 여유자금을 운용하는데, 주택기금과는 자산 운용 지침에 의해 적격자산운용회사를 ‘전담 운용기관’으로 선정하여 외주최고투자책임자(OCIO; 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 및 기금 운용 전반에 대한 자문을 위탁한다.
지난 7월 24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에셋)은 주택도시기금 OCIO 선정 10주년을 맞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4년 국토부가 OCIO 제도를 도입한 이후 2018, 2022년에 이어 현재까지 3회 연속 선정된 유일한 회사임을 자랑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10년간 누적 수익률 38.87%였으며, 연간 실적 평가에서 총 10회 중 7회의 벤치마크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른 전담 운용기관 비교에서도 총 10회 중 8회의 성과를 보였다고 자랑했다. 2024 미래에셋 소개자료에도 당당하게 한쪽을 차지한 ‘주택도시기금 OCIO’는 그들에게 티 없는 ‘화씨지벽’(和氏之璧)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미래에셋이 자랑하는 화씨지벽에도 변고가 생겼다. 귀하고 완벽한 보석일수록 미세한 티(또는 균열)는 그 가치를 크게 훼손한다. 지난 3월 5일 <중앙일보>는 미래에셋이 미국 빌딩 거액 투자금을 몽땅 날릴 위기라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2017년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약 1800억원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상업용부동산에 투자했다. 그런데 해당 건물을 본사로 사용하던 ‘스테이트스트리트’가 이전하면서 100% 공실이 났고, 투자 시점 건물 가치(1조4000억원)가 약 30% 이상 폭락했다. 이에 따라 애초 기대 수익률 연 6%대로 지난해 하반기 만기였으나, 중순위 대출채권(메자닌)을 매입하는 투자 방식으로 약정이자는 물론 원금 회수 여부도 불투명해져 대출 채권 만기를 연장했다. 그럼에도 미래에셋은 “리노베이션을 통한 신규 임차인 유치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전액 투자 손실 이슈는 없는 상황”이라고 다소 희망 섞인 답변을 내놨다. 옥에 티가 발견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옥에 묻은 것은 단순한 티가 아니었다. 바로 균열이었음이 6개월 후에 알려졌다. 이마저도 미래에셋이 지난 7월 OCIO 10주년 기념 보도자료를 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회의원 제공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국토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건의 EOD(기한의 이익 상실)가 발생했다. 금액은 1800억원으로 지난 3월 미래에셋이 전액 투자 손실은 없을 거라고 호언장담했던 그 해외 투자 건이었다. 회계 반영 일정으로 보아서 이미 3월부터 투자 손실 회복 기대 확률은 미미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 사실을 미래에셋과 국토부는 이미 알고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 그럼에도 OCIO 선정과 유지 10년을 미래에셋이 자랑한 것은 금융회사의 기본 덕목인 선관주의를 생각할 때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 국토부는 믿는 도끼였던 미래에셋에 제대로 발등을 찍힌 꼴이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연초 다올자산운용 및 대주단에서 상황 개선을 위한 추가 출자 요청이 있었다”며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해당 요청은 미승인 되었지만 상황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당 물건은 주택도시기금 내 여러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미국 오피스 시장의 불황으로 인한 타격을 감안해도 성공적인 국내 대체투자 등으로 기금 전체 수익률은 양호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은 해외부동산 투자에 놀라운 역량을 보유하고 집중하는 것으로 홍보한다. 미래에셋 소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해외부동산 부문 투자액(AUM)은 4조원이며, 이 가운데 상업용부동산이 약 70%가 넘는다. 이번에 주택도시기금이 전액 손실 처리한 1800억원은 규모로는 보유 자산의 극히 일부일지 모르지만, 미래에셋에게도 해외부동산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는 경종일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람은 한 자세로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 소실이 발생하거나 욕창이라는 무서운 부패 현상이 발생한다. 조직이나 제도도 마찬가지다. 10년을 한 금융회사가 독식했다는 것은 그 회사로는 영광이겠지만, 해당 조직이나 제도에는 ‘탐욕’과 ‘안일’이 작용하며 부작용이 발생하기 쉽다. ‘유수불부’(流水不腐),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과연 대한민국 자산운용업에 미래에셋 외에 대안은 없었던 것일까? 과연 독점적 지위의 자산운용회사가 독점적 환경을 조성하지 않았으며 객관적 경쟁에서 늘 이길 만큼 독보적 노하우를 보유한 것일까? 금융투자업에서 30년 몸담은 필자는 여러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