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하차 걱정 없는’ 한문희 코레일 사장, KTX요금 인상 내달릴까 [이슈&웰스]
전기료 2배 올랐는데 철도요금은 13년째 동결… 부채 20조, 하루 이자만 10억원 올해도 영업 적자 불 보듯… 지난해 경영평가 ‘D등급’에 직원 성과금 3년째 ‘0원’ 2026년 7월 임기까지 ‘정권교체 리스크’ 없는데다 경영평가 해임요건 해당 안 돼
10년 전 짜장면 가격을 언론 보도 등에서 검색해 보니 약 2000~3000원 안팎입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현재 가격인 7000~9000원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입니다. 10년 동안 약 3배 이상 오른 셈이죠.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는 요즈음, 무려 13년 동안이나 가격이 동결된 게 있습니다. 바로 코레일(한국철도공사) KTX 요금인데, 서울-부산 KTX 편도요금(일반실 기준)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5만9800원에 묶여있습니다. 같은 기간 같은 구간의 우등 고속버스 요금이 3만2600원→4만9700원으로 52.5% 오른 것을 감안하면, 코레일이 어떻게 KTX를 운영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런 코레일을 책임지고 있는 한문희 사장이 24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는 철도고교를 졸업하고 철도청에 재직 중이던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인물입니다. 이후 코레일에서 비서·혁신·비전경영실장, 기획조정실장, 서울본부장, 경영기획본부장 등을 지냈고, 이후 의왕ICD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2021년 11월부터 부산교통공사 사장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5월 코레일 사장 공모에 지원해 11대 사장에 올랐습니다. 취임 당시 40년가량 철도 분야에 몸담은 만큼 업무 이해도가 높은 그가 코레일 사장에 취임하면서 공사 내부는 물론 철도업계에서도 기대가 매우 컸습니다. 특히 전임 나희승 사장이 오봉역과 영등포역 등의 연이은 사고로 해임된 이후 4개월 만에 뽑힌 구원투수여서 그 역할을 무사히 마칠지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한 사장은 지난달 24일 임직원들에게 고개를 숙여야만 했습니다. 이전 주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서 미흡(D등급)을 받아서입니다.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D, E 등급을 받으면 직원들은 성과급을 한푼도 받지 못하는데, 코레일 직원들은 벌써 네 번째 무일푼입니다.
한 사장은 내부 업무망에 올린 사과 글에서 “경영평과 결과에 대해 경영진으로서 직원 여러분에게 사과드린다”라며 “3만여 직원 모두가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했고 뚜렷한 성과도 만들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역대 최대 고속철도 수익 2조2700억원 달성과 고객만족도 ‘우수’ 등급 획득, 해외사업 매출 200억원 등 성과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한 적자와 부채 증가 등으로 재무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라며 “각종 장애를 비롯한 안전사고 건수의 증가, 2022년 발생한 오봉역 중대재해에 대한 과징금이 지난해 부과됨을 이유로 한 안전지표 감점, 성희롱 등 비위행위 증가에 따른 윤리적 감점 등이 발목을 잡았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일부 성과에도 고질적인 재무 지표 미흡과 안전사고 증가, 비위행위 등으로 2022년 최하등급인 ‘매우 미흡’(E등급)보다는 한 계단 올랐지만, 여전히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고백입니다.
한 사장은 “경영평가 결과는 온전히 경영진의 몫으로 책임을 다하지 못해 죄송하다”라면서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평가지표를 합리적으로 고쳐야 한다”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철도요금 동결 등 정부에서 공기업에 요구하는 각종 시책을 수용하다 보니 경영평가에서 미흡했다는 불만도 내비친 것이죠.
한 사장이 취임 1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코레일은 아직 제 궤도에는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답답한 것은 영업손실이나 당기순손실 등 경영지표가 개선될 조짐 없이 증가하고 있는데, 철도 요금의 전반적인 인상 말고는 이를 타개할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코레일의 영업손실은 4415억원으로 전년도 3969억원에 비해 11%(446억원) 증가했습니다. 당기순손실은 4515억원으로 전년도 2349억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기준 20조4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로 인해 연간 이자가 3619억원, 하루 10억원 꼴로 나가는 상황이어서 코레일의 자구노력만으론 올해 흑자전환 가능성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다른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철도 요금만 동결되면서 코레일이 담당해야 할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서입니다. 실례로 고속열차인 KTX 등 각종 전철 운행에 사용되는 전기 요금은 2012년 2502억원에서 작년에는 5683억원까지 2배 넘게 올랐습니다. 이는 작년 기준 매출(5조8200억원)의 10%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이와 관련 코레일은 “KTX 운행지역 확대를 통한 운송매출 증대와 해외사업 등 다각화를 통해 올해 영업흑자로 전환할 예정이다”라며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비롯한 핵심 역세권 개발을 조속히 추진해 오는 2027년도엔 부채비율 100%대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KTX 요금인상과 관련해선 “철도 이용객의 부담이나 국민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계 부처와 인상 시기나 폭에 대해서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경영평가 기준 가운데 하나인 안전 문제도 한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국토교통부 KRiC 철도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철도사고 건수는 총 1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건에 비해 7건(29%) 줄었지만, 사상자 수는 24명(사망 11명)으로 동일했고, 운행장애는 총 55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건(41%) 증가했습니다. 한 사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루에 열차가 3400회 가까이 운행하고 공사가 1600건 넘게 이뤄지는 철도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만 ‘안전 사고’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모양은 아닙니다.
코레일은 정권에 따라 외풍을 많이 받는 공공기관 중 하나입니다. 이에 정권이 바뀌면 임기와 관계없이 당연히 사장도 바뀌었죠. 때문에 한 사장 이전 10명의 사장 중 임기를 채운 수장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전임 나희승 사장도 잇단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임됐지만, 실제 이유는 전임 정부에서 임명됐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한 사장은 오는 2026년 7월 23일까지 임기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정권교체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날 확률은 없는 셈입니다. 다만 경영평가 ‘D등급’ 이하를 연속으로 받을 경우 해임 건의될 수도 있지만, 얼마 전 받은 지난해 경영평가도 한 사장 임기가 6개월 이상 포함되지 않아 내년에 또 D, E 등급을 받는다고 해도 해임 걱정은 없습니다.
코레일 사장이 지금처럼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있게 경영에 몰두할 수 있는 시기는 공사 분리 이후 19년 역사상 처음으로 보입니다. 정부에 당당하게 철도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철도발전기본법 등 철도와 관련 현안에 대해 대응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레일 출신의 한 인사는 “연속된 영업 적자와 계속 쌓여가는 부채 등으로 코레일의 재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로 보인다”라며 “철도고 출신으로 1984년 철도청 입사 후 40년간 철도맨으로 지내온 한 사장이 취임 2년차를 맞아 어떤 능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코레일이 한 직원은 “한 사장이 자리에 오른 지 1년이 됐지만, 내부에서 올해도 여전히 성과금은 받지 못하게 됐고 드라마틱한 성과도 없는 것 같다”라면서 “경영에 가장 중요한 예산과 인력을 정부가 쥐고 있어 (경영성과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