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자기와 목가구 이야기 ‘평범한 수집가의 특별한 초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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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도자기와 목가구 이야기 ‘평범한 수집가의 특별한 초대’ 출간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2.07.1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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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저자가 30년 발품으로 발견한 아름다움, 우리 고미술 세계의 특별한 안내서
조선의 가구들이 일반적으로 소박미와 단순미를 지녔지만 이 전주장은 규모와 형태면에서 유럽 앤티크가구 못지않게 위풍당당하다. 유럽 꽃병과 조선 민예품까지 모두 포용하며 절묘한 미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조선의 가구들이 일반적으로 소박미와 단순미를 지녔지만 이 전주장은 규모와 형태면에서 유럽 앤티크가구 못지않게 위풍당당하다. 유럽 꽃병과 조선 민예품까지 모두 포용하며 절묘한 미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리 도자기와 목가구의 아름다움에 심취해 고미술 거리와 박물관으로 30여 년 발품을 팔면서 고미술품을 모아온 한 수집가의 책 <평범한 수집가의 특별한 초대 -우리 도자기와 목가구 이야기>(나남 간, 441쪽, 2만8000원)가 출간됐다. 저자는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여러 나라로 출장을 다니며 고미술의 세계에 처음 눈떴다. 진품과 가품을 가릴 줄 모르던 시절 겪은 시행착오부터 고미술 상인들과 전문가들을 만나며 안목을 키운 에피소드까지 흥미로운 경험담을 들려주며 독자들을 고미술 세계로 안내한다.

◆평범한 수집가의 30년 발품이 발견한 아름다움 = 저자는 어렵게 구한 청자를 몇 달 동안 품에 안고 지내는가 하면, 부엌가구인 삼층찬탁의 절묘한 비례를 즐기려고 거실에 배치한다. 박물관 유리창에 갇힌 유품이 아니라 생활공간에서 일상을 함께하는 애장품이다. 우리 도자기와 목가구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보니 그의 해설은 특별하다. 공들여 수집한 소장품과 시간 날 때마다 박물관을 찾아가 보고 또 본 국보급 작품에 대한 해설에 30년동안 숙성시킨 고미술 사랑을 간결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풀어냈다.

<평범한 수집가의 특별한 초대>는 책 속에서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저자가 고미술 거리와 박물관을 찾아다닌 발자취다. 걷다 보면 작지만 보석처럼 빛나며 내 눈을 끌어당기는 것들이 있다. 바로 우리 골동품이다. 골동품의 세계는 '일보일경(一步一景)'이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한 걸음 디딜 때마다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난다.

저자가 고미술의 세계에 처음 눈뜬 것은 기자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 해외 출장과 연수를 다닐 때였다. 홍콩과 베이징 특파원 시절에는 중국 골동품을 수집하며 만난 현지인의 호감을 얻어 중국 관리 등 취재원을 소개받기도 했다. 그런데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고미술을 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머문 것은 우리 옛 물건이었다. 우리 도자기와 목가구는 화려함보다는 편안함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 오래 볼수록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진품과 가품을 가릴 줄 모르던 시절에는 크고 작은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박물관과 인사동, 답십리 고미술 상점에서 만난 상인들과 전문가들은 좋은 스승이 되어 주었다.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안목과 자신만의 수집 철학을 갖추기까지 직접 겪은 흥미로운 경험담을 들려주며 저자는 고미술 세계에 입문하는 길로 독자들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삼층찬탁엔 '비움'과 '채움'이 공존하며 놓여 있는 물건들은 '옛것'이되 '오늘'을 빛낸다.
삼층찬탁엔 '비움'과 '채움'이 공존하며 놓여 있는 물건들은 '옛것'이되 '오늘'을 빛낸다.

◆고미술을 사랑한 수집가의 특별한 해설 = 우리 고미술을 사랑한 이 평범한 수집가의 감상법은 독특하다. 주인에게 몇 번씩 찾아가 떼를 써서 구입한 청자(청자상감 물가풍경 유병)를 가슴에 품고 몇 달 동안 만지고 또 만지고, 보고 또 보았다. 저자는 수집한 소장품을 일상생활에서 옆에 두고 함께 살아간다. 특별한 날에만 박물관까지 찾아가 감상하는 유물이 아니라 연인처럼 매일 보고 싶은, 말 그대로 애장품이다. 조선백자 술병과 술잔을 챙겨가 좋은 친구와 약주를 나누고, 외국인 손님에게는 고려 다완에 차를 대접한다. 원래 부엌가구인 소나무 삼층찬탁은 거실 한편에 두고 책을 올려 두는데 기둥과 널판이 만나 이루어진 공간들의 절묘한 비례를 매일 보기 위해서다.

고미술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그의 해설은 미술관 도슨트와는 전혀 다르다. 마치 왜 자신의 소장품을 사랑하는지, 왜 시간 날 때마다 박물관을 찾아가 국보급 작품을 보고 또 보아야 했는지 미학적으로 해설하며 고백하는 듯하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에 미치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30년 동안 숙성시킨 고미술 사랑을 간결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들려주는 저자의 고미술 해설은 특별하다.

◆아름다운 우리 고미술 세계의 훌륭한 가이드 = 도자기와 목가구 작품 하나하나를 살피기에 앞서 저자가 우리 고미술의 역사와 미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두 편의 글은 고미술 세계의 훌륭한 가이드이다.

'불과 흙의 오묘한 마술' 편에서는 10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우리 도자기의 천 년 역사를 개괄했다. 그리고 어떻게 우리 선조들이 도자기 종주국인 중국보다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들어 세계 도자 예술사에서 가장 빛나는 위치에 올랐는지를 해설한다.

'조선 목가구의 실용주의 미학' 편에서는 사랑방, 안방, 부엌 등 놓이는 생활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조선 목가구의 실용적인 자연미를 집중 조명한다. 그리고 그 실용주의 미학은 다름 아닌 목수의 장인정신과 목가구를 사용한 선조들의 안목이 함께 만들어낸 것이라고 해설한다.

도자기의 오묘한 색감과 목가구의 자연스러운 나뭇결을 그대로 보여 주기 위해 공들여 촬영한 300여 장의 컬러사진은 마치 미술관 전시실에 서 있는 듯 독자들에게 우리 고미술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각종 함에서 조선 목수의 솜씨와 마음 자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소품 하나하나도 소중히 여겨 집중력과 인내력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그 밀도와 견고함이 오늘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사진=나남
각종 함에서 조선 목수의 솜씨와 마음 자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소품 하나하나도 소중히 여겨 집중력과 인내력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그 밀도와 견고함이 오늘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사진=나남

◆우리 도자기와 목가구 이야기로의 특별한 초대 = 사람이 살다가 지나간 걸 발자취라고 한다. 발자취는 일부러 남기려 해서 생기는 건 아니다. 그냥 수없이 같은 길을, 일관되게 걸어 다니다 보면 저절로 묻어 나온다. 고미술 거리와 박물관을 숱하게 발품 팔아 찾아다녔다. 이렇게 30여 년을 걷다 보니 나의 발자취가 책이 됐다.

걷다 보면 작지만 보석처럼 빛나며 내 눈을 끌어당기는 것들이 있다. 바로 우리 골동품이다. 태어난 한 개인의 삶이 다이내믹하듯 과거가 만든 하나의 물건에도 '많음'이 내포되어 있다. '오래된 것(고전)'은 '낡은 것'이 아니다. 고미술과 현대 미술은 단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美)은 물론 실용성(用)에 이르기까지 씨줄과 날줄로 얽히고 설켜 있다.

그래서 글을 쓸 때 근대 미술과 연결해 생각하고 관련자료도 제시하려고 애썼다. 또한 하나하나 사물에 대한 미학적 접근뿐 아니라 역사 속에서의 도자기와 목가구의 발전과 역할도 정리함으로써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기술했다. 한 손에 잡힐 수 있는 고미술 책이 되도록 노력했다.

지은이 최필규는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홍콩특파원, 베이징특파원, 국제부장, 산업부장, 부국장 등을 지냈다. 다국적 홍보대행사인 버슨마스텔러 코리아 부사장, 파주시 정책홍보관을 역임했다. 현대그룹 홍보실장을 거쳐 태광실업그룹 부사장 겸 대외협력본부장으로 일했으며, 현재 한성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로 있다. 언론인, 기업인, 교육인으로 인생행로를 바꾸면서도 늘 우리 고미술을 끼고 살았다. 저서로는 <머리에서 가슴까지 30센티 마음 여행>, <중국을 넘어야 한국이 산다>(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선정 청소년 권장도서), <한반도 위기> 등이 있다. 공저로는 <한국경제입문>, <대만이 뛰고 있다>가 있으며, 대표집필 도서로 <파워 프로>, <21세기 21가지 대예측>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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