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어기고’ 돌아온 SPC 허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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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어기고’ 돌아온 SPC 허희수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11.2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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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밀수·투약 혐의로 집행유예 기간 중
진수·희수 형제간 경영 승계 전쟁 본격화
SPC그룹의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 경영 영구 배제를 번복하고 복귀했다. /사진=SPC그룹 양재 사옥과 허희수 부사장
SPC그룹의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 경영 영구 배제를 번복하고 복귀했다. /사진=SPC그룹 양재 사옥과 허희수 부사장

“허희수 부사장을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앞으로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했다.”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이 마약을 밀수하고 투약한 혐의로 2018년 8월 6일 구속되자 다음 날 SPC그룹이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공표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헛말이 되고 말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의 ICT 관련 계열사인 ‘섹타나인’은 전날 신규사업부 책임 임원으로 허 부사장을 선임하는 인사를 사내에 공지했다. 2018년 8월 일선 업무에서 물러난 지 3년여 만의 경영 복귀다.

허 부사장은 대만 등지에서 액상 대마를 공범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수입했고 흡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의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항소를 포기해 풀려났다. 형 만료는 2022년 8월로 아직 집행유예 기간도 종료되지 않은 상태다.

SPC그룹은 당시 “허희수 부사장에 대해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즉시 물러나도록 했으며, 향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PC그룹을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실망을 드린 점 사과드리며, 이번 일을 계기로 법과 윤리, 사회적 책임을 더욱 엄중하게 준수하는 SPC그룹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 드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허희수 부사장의 그룹 내 계열사 복귀를 결정하며 3년 전 공언을 번복했다.

허 부사장의 경영 복귀는 이미 암시가 있었다. 지난해 서울 한남동 소재 SPC 본사에 나타나 매주 2번 그룹 회의에 참석하는 등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이 KBS를 통해 제기됐다.

허 부사장은 직접 회의를 진행하고 매출현황, 신사업 진행 사항 등 내용을 수시로 보고 받고 프로젝트 등을 지휘해 왔다는 것이 내부직원의 폭로였다. 이에 따라 허희수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다.

허희수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경영 승계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허영인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은 지난 2016년 쉐이크쉑(일명 쉑쉑버거)을 론칭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으며 경영 승계의 유력주자로 떠올랐었다. 그러나 2018년 마약 밀수·흡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고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되면서 승계에서 멀어졌다.

게다가 허 부사장이 구속된 후 지난해 4월 허영인 회장이 그룹의 유일한 상장 계열사인 SPC삼립의 지분 40만주를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에게 증여하면서 허진수 부사장에게 경영권 승계가 쏠리는 모양새였다. SPC삼립의 지분 40만주는 허영인 회장 보유지분의 절반이다.

이로써 허 회장의 SPC삼립 지분율은 기존 9.27%에서 4.63%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허진수 부사장의 지분율은 11.68%에서 16.31%로 뛰어올랐다. 이번 증여로 허진수 부사장은 그룹 지주사격인 파리크라상(40.66%)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서며 동생인 허희수 부사장(11.94%)을 앞서게 됐다.

경영 승계에 대한 모든 방향이 장남 허진수 부사장에게로 쏠렸다. 그렇지만 이번에 동생 허희수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변수가 생긴 것이다.

여기에 두 형제간의 지주사격인 파리크라상의 지분 차이도 크지 않다. 두 형제의 파리크라상의 지분은 허진수 20.2%, 허희수 12.7%로, 7.5%의 차이밖에 나지 않고 있다.

특히 SPC그룹은 재벌가에서 흔한 ‘장자승계 원칙’이 깨진 기업이라는 것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허영인 회장 자신이 능력으로 형을 누르고 SPC그룹 일군 이력 때문에 허 회장에게 중요한 것은 경영능력이다.

허희수 부사장은 2016년 미국 뉴욕의 유명 버거인 쉐이크쉑 매장을 국내에 유치했는데, 서울 강남 1호점이 전세계 쉐이크쉑 매장 중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대박을 터뜨리면서 경영능력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에 따라 당시 승계에 선점을 잡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미국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도 허희수 부사장이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허진수 부사장은 2019년 9월 캄보디아 기업 HSC그룹과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면서 SPC그룹 첫 해외 합작법인 성과를 내며 자신의 경영능력 보여주기에 시동을 걸었다. 입사 14년 만에 첫 공식무대이기도 했다. 동생에 비해 좀 늦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허희수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형제간 경영 승계 전쟁이 본격 불붙은 듯하다.

한편 허희수 부사장은 이번 ICT 관련 계열사에 선임되면서 디지털 기술에 대한 투자와 신사업 발굴 등의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허희수 부사장은 2007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해 파리크라상 마케팅본부장, SPC그룹 전략기획실 미래사업부문장 등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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