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버터칩’ 중국서 대박… ‘죽 쒀서 일본 준’ 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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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버터칩’ 중국서 대박… ‘죽 쒀서 일본 준’ 해태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3.10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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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과회사 가루비와 기술제휴로 탄생… ‘사업영역 한국 내로 한정’ 계약에 발목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2014년 8월. 단군 이래 가장 핫한 과자가 대한민국에서 출시된다. 바로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다. 허니버터칩은 제대로 된 광고 없이 내놓은 제품이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킨다.

불티 나게 팔려나가면서 허니버터칩을 구하기 위한 구매객들은 이를 구하기 위한 줄을 서는 진풍경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결국 곳곳에서 품절사태까지 벌어졌다. 중고나라에 허니버터칩을 파는 황당한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는 허니버터칩을 다 먹고 밀봉해 냄새를 파는 어이없는 사례까지 나오기도 했다.

맛은 있는데 문제는 제품을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뒷말도 무성했다.

“왜 구하기 힘드냐?” “만들질 않으니까!” “왜 만들지 않으냐?” “막 만들면 꼬꼬면(한국야쿠르트) 꼴이 나니깐?” “전략적으로 판매할라고?” “시설을 늘리기 힘들다?” “감자를 구하기 힘들다?” 등의 여러 억측들이 난무한 것이다.

심지어 “인기 때문에 공장을 풀가동하다가 보일러가 터져서 한동안 생산중지 됐다”라는 소문도 돌았다. 실제 그런 일은 없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12일에 공급부족으로 일시적으로 제품 발주가 중단됐다고 해태제과가 해명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해태제과 측은 “이 정도로 인기가 많을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밝혔다.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끌면서 해태제과의 모기업인 크라운제과의 주가는 그해(2014년) 11월 한달 동안만 무려 50%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다. 허니버터칩 탄생의 주역인 신정훈 대표이사는 허니버터칩이 나온 지 1년 뒤인 2015년 10월 허니버터칩의 성공스토리를 담은 <허니버터칩의 비밀>이라는 책을 발간하기까지 했다. 신정훈 대표는 윤영달 해태크라운제과 회장의 사위다. 허니버터칩이 성공신화를 써내려가면서 신 대표는 그룹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까지 이름이 오르내린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연예인도 사기 힘들다는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출시 1년 2개월 만에 시들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편의점 GS25에서 허니버터칩 매출이 출시 이후 처음으로 2015년 3분기 역신장(-2.3%)한 것이다. CU와 세븐일레븐에서도 같은 기간 각각 -9.6%, -5.1%로 뒷걸음질 쳤다. 1년 뒤인 2016년 5월, 제2공장을 증설했지만 오히려 매출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A편의점의 경우 2016년 9월 매출액이 1년 전인 2015년 6월 최고 매출의 43% 수준에 그친 것이다. 1년여 만에 무려 60%나 수요가 축소된 것이다. 허니버터칩은 이렇게 서서히 사람들의 눈에서 멀어져 갔다.

허니버터칩 제2공장 준공 기념식.
허니버터칩 제2공장 준공 기념식.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잊혀져간 허니버터칩이 한류를 타고 중국에서 제2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끈다.

10일 제과업계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 매체 구쳉닷컴이 집계한 중국 내 수입과자 인기 순위에서 허니버터칩이 4위에 랭크됐다. 1~3위는 각각 ‘데니쉬 켈드즌 쿠키’, ‘KDV 퍼플 슈가’, ‘황룡 녹두 케이크’가 차지했다.

문제는 허니버터칩의 중국 내 인기에 정작 어머니격인 해태제과가 열외돼 있다는 것이다. 해태제과의 제휴사인 일본 제과회사 가루비가 허니버터칩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니버터칩은 해태제과가 가루비와의 기술제휴로 만든 제품이다. 실제로 허니버터칩은 ‘해태가루비’를 통해 출시됐다.

계약 당시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의 사업영역을 국내에만 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해태제과의 중국 수출길이 막힌 것이다. 결국 한국 제품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해 중국 현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허니버터칩의 수익은 일본 가루비가 모두 챙기는 이상한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류로 인해 한국 제품인 허니버터칩의 중국 내 흥행에 한국 기업 해태제과가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재주는 한국이 부리고 돈은 일본이 챙기는 꼴이다. 해태제과의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제품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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