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보험 왜 비싼가 했더니… ‘보증 수수료’ 2배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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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보험 왜 비싼가 했더니… ‘보증 수수료’ 2배 격차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3.0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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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이율’ 보장 명목, 생보사마다 4.0~8.5%로 천차만별… 사용 안하면 보험사가 챙겨
8개 생보사의 종신보험 최저해지환급금 보증수수료가 최고 2배 넘게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8개 생보사의 종신보험 최저해지환급금 보증수수료가 최고 2배 넘게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생보사 일반계정 보증준비금 부담 커져… 위험관리 중요”

지난 1일 보험연구원 보고서가 나오자 일부 언론은 생명보험회사 걱정을 앞다퉈 합니다. 생보사의 일반계정 보증준비금 부담이 늘어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고객이 가입한 상품의 보험금을 약속대로 지급하기 위해 비상금을 쌓아두다 보니 ‘많이 남는 장사’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 보고서를 보험 가입자 입장에서 다시 써보겠습니다.

3일 보험연구원이 이달 초 공개한 <일반계정 보증준비금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8개 생보사의 종신보험 최저해지환급금 보증수수료는 영업보험료 대비 최고 8.5%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보증수수료가 가장 저렴한 보험사는 4.0%였습니다. 보험 해지환급금 지급을 보장할 목적으로 가입자에게 매기는 수수료가 생보사에 따라 2배가 넘게 차이 난다는 얘기입니다.

‘최저해지환급금 보증수수료’란 계약자에게 예정이율이 적용된 해지환급금을 주기로 보증하는 대신 받는 수수료를 말합니다. 지금처럼 초저금리 환경에서 금리연동형 보장성보험의 적립 보험료에 적용된 이율(공시이율)이 계약 당시 보험사가 약속한 이율(예정이율)에 못 미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보험사는 최저해지환급금 보증수수료를 받아 보증준비금을 쌓아둡니다. 다만 금리 등 금융시장 여건이 양호해 보증준비금이 쓰이지 않으면 보험사의 이익으로 돌아갑니다. 보증수수료의 비율이 다른 회사보다 더 높다면 나머지 부가 비용이 비슷하다고 가정할 때 적립 보험료는 줄어듭니다. 보험 만기 또는 해약 때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보험료가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자료=보험연구원
/자료=보험연구원

보증수수료는 보험사에 따라 각각 설정한 위험과 가정을 적용하기 때문에 회사별로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최고 비율이 최저 비율의 2배가 넘을 정도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새겨봐야 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규모가 크고 브랜드 파워가 많은 생보사들이 보증수수료가 높고 중소 생보사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보증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A사의 경우 연간 보증수수료를 합치면 한 달 보험료 총액보다도 더 많았습니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장금액이 서로 같은 상품을 비교할 때 예정이율과 보증수수료는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을 비교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라며 “보증수수료는 예정이율 등과 함께 보험협회 공시실에 공개돼 있지만 일반 소비자가 찾아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보험 가입자들은 추가 상품 가입 때 기존 보험사에 만족하지 않아도 보험을 비교하는 게 어려워 보험사를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난달 11일 금융위원회가 보험연구원에 의뢰해 닐슨코리아를 통해 조사한 <보험소비자 만족도 및 대응력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보험설계사를 통해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두 1026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한 가운데 상품의 비교가 쉬웠는지에 대해서는 모든 보험상품 군에서 ‘어려웠다’고 응답한 비율이 35% 이상으로, ‘쉬웠다’라고 응답한 비율(20% 안팎)을 크게 앞섰습니다. 또한 추가로 생명보험에 가입할 때 약 50%는 동일한 회사를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유로는 ‘설계사 추천’ ‘타사 비교가 귀찮아서’가 약 30%를 차지했습니다.

금융위는 이들 30% 가운데 ‘비교가 귀찮아서’가 3% 안팎이지만, 설문조사 특성상 소비자가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직접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30%를 ‘고착효과’로 봅니다. 고착효과는 기존 회사에 만족하지 않음에도 회사를 변경하지 않은 비중입니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보험상품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사의 경쟁 촉진과 함께 ‘소비자 피해 방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험정책 추진방향을 내놨다. /사진=픽사베이
금융위원회는 보험사의 경쟁 촉진과 함께 ‘소비자 피해 방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험정책 추진방향을 내놨다. /사진=픽사베이

금융위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 발표 이틀 전 <향후 보험정책 추진방향>을 내놨습니다. ▲노후 소득지원 및 고령층 특화 보장성 보험 활성화 ▲소액단기전문보험사 허가 ▲1사 1라이선스 유연화 ▲보험상품의 비교가능성 제고 ▲플랫폼 규율체계 마련 ▲부가보험 판매 관련 점검 및 제도개선 등 보험사의 경쟁 촉진과 함께 ‘소비자 피해 방지’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보험을 중심으로 한 금융제도 전반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연구와 실천적인 대안제시를 통하여 보험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경제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1995년 9월 설치된 보험연구소가 모태인 보험연구원은 2007년 11월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설립 승인을 얻었습니다. 연구원 설립 목적처럼 ‘국민경제 향상’을 좇는 보험사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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