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수도”… ‘적자와 내홍’ 담벼락 타는 위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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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수도”… ‘적자와 내홍’ 담벼락 타는 위메프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9.17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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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늘어날수록 적자 폭도 증가하는 업계 유일 ‘등가의 법칙’ 성립
방문자 최하위에 방문율도 30%대로 추락… ‘언택트 수혜’는 남의 말
박은상 대표 장기 공백 속 예고 없는 직원 인사조치에 노조까지 출범
사진=위메프, 박은상 대표
사진=위메프, 박은상 대표

“현재의 위기를 넘어서지 못하면 회사가 사라질 수 있다.” 하송 위메프 부사장(CEO직무대행)이 지난달 25일 실장급 이상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입니다. 박은상 위메프 대표는 지난 6월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휴직 중입니다.

위메프의 실적을 들여다보면 하송 부사장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가깝다는 것을 가늠케하는데요. 소셜커머스에서 출발한 이커머스 3사(쿠팡·위메프·티몬) 중 유일하게 실적이 늘어날수록 손해도 같이 늘어나는 즉, ‘등가의 법칙’이 적용되는 기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내홍도 심각합니다. 문제는 위기의 상황에 수장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본지가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이들 3사가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시점부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적자행진 중입니다. 문제는 쿠팡과 티몬의 경우는 매출(영업수익)이 증가하면 영업손실 규모가 줄어들기도 하나 위메프는 매출이 늘면 영업손실도 그 만큼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매출이 줄면 영업손실 규모 역시도 줄어들었습니다. 결국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매출도 줄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퇴양난’에 빠진 꼴입니다.

위메프가 실적을 첫 공시한 2011년의 매출액 124억원에 영업손실은 2억원이었습니다. 이듬해(2012년) 매출은 전년보다 2배 정도 늘어난 213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은 3억원으로 늘어납니다. 2013년 역시 매출액은 3배 이상 증가한 746억원을 기록하지만, 영업손실 역시 전년보다 1억원 이상 늘어난 4억3000만원으로 손실 규모가 커집니다. 2014년에는 매출액 1259억원을 기록했는데, 영업손실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2015년부터 손실 규모가 크게 확대된다는 것인데요. 2015년 매출액은 2165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반면 영업손실은 11억원을 기록합니다. 2013년에 비해 무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입니다.

2016년부터는 매출 증가 폭에 비해 손실 증가 폭이 더 확연히 드러납니다. 2016년 매출액 3691억원에 영업손실은 636억원입니다.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70% 정도 늘어난데 비해 영업손실은 5800% 정도 증가세를 보입니다. 2017년은 그동안의 행보에 예외로 작용합니다. 매출액이 4731억원으로 소폭 늘어난데 이어 영업손실 역시 417억원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2017년이 유일합니다.

2018년에는 매출도 줄고 영업손실도 줄어듭니다. 매출액은 4294억원, 영업손실은 390억원으로, 각각 전년에 비해 9.2%, 6.5%씩 줄어듭니다. 2019년에는 매출이 늘어나자 다시 영업손실도 늘어납니다. 매출액은 4653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8.4% 증가합니다. 영업손실은 758억원으로, 94.2%나 폭증합니다.

이처럼 위메프는 매출액이 늘면 영업손실도 같이 늘고, 매출액이 줄면 영업손실도 감소하는 등가의 법칙을 따르는 반면 쿠팡과 티몬은 상반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매출이 증가하면 영업손실은 줄어드는 정상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쿠팡의 경우 물류센터 건설과 쿠팡맨 등 인력 증원으로 인해 매출액과 영업손실이 동반으로 올라가면서 2018년까지는 위메프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는데요. 2019년에는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2019년 매출액은 7조153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4.3% 늘어난데 반해 영업손실은 725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3.9%나 줄어든 것입니다.

티몬도 첫 공시를 한 2년간은 위메프와 같은 길을 걷다가 그 이후부터는 다른 길을 걷는데요. 2011년과 2012년에는 매출액이 늘면서 영업손실도 동반 상승합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입니다. 2013년 매출액이 1149억원으로 늘자, 영업손실은 70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그 규모가 축소됩니다. 2014년에는 매출액이 1575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손실은 246억원으로 더 줄어듭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매출액과 영업손실이 같이 늘어나다가 2017년부터는 원상복귀하는데요. 2017년에는 매출액 135.1% 늘어나자, 영업손실은 27.1% 줄어듭니다. 2018년에는 매출액이 전년에 비해 52% 줄자 영업손실도 24.5%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2019년에는 매출액이 전년에 비해 4.1% 증가한 1787억원을 올리자, 영업손실은 전년에 비해 11.6% 줄어든 770억원을 기록합니다.

이렇듯 위메프는 최근 9년간 단 한차례를 제외하곤 매출이 늘면 영업손실이 늘고 매출이 줄면 같이 영업손실이 줄어드는 등가의 법칙을 따르는 반면, 경쟁사인 쿠팡과 티몬은 매출이 늘면 영업손은 줄어드는 상반된 실적을 보이는데요. 이에 위메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위메프는 방문자수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닐슨코리안클릭이 올해 2분기 이커머스 업체별 순방문자 수를 분석한 결과 위메프는 1076만명으로 6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년 전인 2018년 월간 평균 1200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3% 줄어든 수준인데요. 그간 만년 꼴찌였던 티몬에게도 추월당했습니다. 티몬은 같은 기간 1141만명을 기록해 위메프를 밟고 5위로 올라섰습니다. 쿠팡은 1928만명으로 업계 1위입니다.

이용자 방문율도 뚝 떨어졌는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 43%에서 올해는 39%를 기록하며 30%대로 추락한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언택트) 소비가 대세로 자리잡은 상황에 최대 수혜업종 중 하나로 꼽히는 이커머스 업계와 대조적인 상황으로, 위메프의 이같은 내용은 매우 의외의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내부 사정도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신규 영업파트를 신설해 상품기획자 등을 영업본부 아래에 전보조치하자, 부당하고 일방적인 인사조치라며 내부에서 반발하고 나선 것인데요. 회사 측은 “직원들의 오해가 있었다”며 부당한 전보조치가 아니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결국 노동조합의 결성을 앞당기는 결과를 낳으면서 내홍이 심화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위메프지회는 지난 15일 노조를 출범했습니다. 위메프노조는 “개인의 발전과 조직의 성장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갑작스럽고 자주 이뤄지는 조직 개편, 회사의 사정에 따라 개인의 의견은 무시되며 일방적으로 보직과 부서가 마음대로 통보되고 있다”며 “지금 이대로의 경영 방식은 조직원이 안정감을 가지고 회사를 다닐 수 없는 환경”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지난 10년 위메프를 이끌어온 최고경영자(CEO)인 박은상 대표는 잠적(?) 상황입니다. 박 대표는 지난 6월 한 달간의 안식휴가로 자리를 비운 이후 7월부터는 건강상의 이유로 무기한 휴직에 들어간 것입니다.

연이은 실적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뚜렷한 계획도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 수장의 공백 상태에 내홍까지. “현재의 위기를 넘어서지 못하면 회사가 사라질 수 있다”는 하송 부사장(직무대행)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 :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과 같은 누리 소통망 서비스를 활용해서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를 소셜 커머스라고 한다. 일정한 수 이상의 구매자가 모일 경우 특정 품목을 하루 동안만 최고 90%까지 시세보다 아주 싸게 판매한다. 소셜 쇼핑(social shopping)이라고도 한다.

* 이커머스(e커머스) :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 약자로,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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